신들의 추락
- 이번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세계문화유산에는 주요 건축물이 최소 11개 포함되어 있다. 수 백 년간 우뚝 솟아있던 아름답고 정교한 목조건축물들이 무너지고 수 많은 나무들이 높은 누각에 나뒹굴며 벽돌들은 술주정을 하듯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다. 계단의 층계마다 흙먼지만 자욱이 쌓여있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5-27 09:10:40
[기자/민지에 카트만두에서] 이번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세계문화유산에는 주요 건축물이 최소 11개 포함되어 있다.
수 백 년간 우뚝 솟아있던 아름답고 정교한 목조건축물들이 무너지고 수 많은 나무들이 높은 누각에 나뒹굴며 벽돌들은 술주정을 하듯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다. 계단의 층계마다 흙먼지만 자욱이 쌓여있다.
4월 25일 이후로 바그와티(Bhagawati, 65)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매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두르바르(Durbar)광장 앞의 신전들은 하나같이 고요하다.
그의 가족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Kathmandu)의 두르바르광장에 산다. 네팔의 가장 유명한 세계문화유산이자 ‘네팔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녀의 집이 있는 작은 건물은 광장 남쪽에 바로 붙어있어 옥상에 서면 눈 아래로 두르바르광장 전역의 절경이 펼쳐진다. 서쪽으로 보면 길 맞은편으로 유명한 카스타만다프(Kasthamandap)가 있다.
이 신전은 ‘카트만두’ 이름의 유래가 된 곳으로 신전의 모든 목재가 히말라야산맥의 거대한 나무로 사용된 것에서 이름 지어졌다. 신전은 12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전에서 정북쪽으로 30m 되는 지점은 17세기에 지어진 마주데왈(Maju Deval)로 두르바르광장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기반 9층과 처마 3층으로 이뤄진, 광장에서 궁전 다음으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마주데왈의 북동쪽 10m 지점에는 트라이로키아 모한 나랴얀(Trailokya Mohan Narayan)사원이 있다.
비슈누(Visnu)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17세기말 통일네팔의 초대 왕이 비슈누를 섬기기 위해 명령해 지은 신전이다.
바그와티의 조상들은 200년 전부터 이곳에 살며 두르바르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바그와티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 수십 년간 매일 새벽4~5시가 되면 이 곳에서 새벽 햇살을 받으며 광장 몇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그녀는 각 신전 앞에 멈춰 서 계단이나 조각상을 쓰다듬은 후 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가볍게 어루만지거나 합장을 해 신들의 가호를 빌고 매일의 행운을 구했다.
그녀는 이러한 ‘의식’을 수십 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했다. 그러나 4월 25일 이후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1분 동안 건물 전체가 무섭게 요동친 후 바그와티는 공포가 가시지도 않은 상태로 휘청거리며 건물을 더듬고자 했다. 좁은 나무문을 열어보니 그녀는 눈 앞의 놀라운 광경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카스타만다프, 마주데왈, 트라이로키아 모한 나랴얀이 없어지고 광장 전체이 먼지가 자욱했다.
바그와티는 그 순간의 느낌을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으로 가슴팍의 옷을 꽉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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