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를 그림에 담았는데 어떻게 새로운 문화의 원동력을 찾을 것인가?

국가 일급 미술사이자 중국미술가협회 회원 쉬둥둥(徐鼕鼕) 인터뷰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23-07-12 17: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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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온라인팀] 

 

24절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천지 만물의 생명 작동 변화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담고 있다. 2016년 유네스코는 24절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 © 쉬둥둥의 작품 ‘정유년 정월 29일 우수이후후안북(丁酉年正月廿九 雨水二候候雁北)’ 아크릴 회화본 176cm×97cm, 2017


최근 베테랑 언론인이자 고급 편집자인 쉬리징(徐立京)과 국가 1급 미술사이자 중국미술가협회 회원인 쉬둥둥이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쓴 <24절기·72후>라는 책은 물후(物候)의 아름다움을 자세히 파헤치고 중국의 옛 지혜를 설명한 책이다. 24절기 72후를 그림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중국 시적 생명미학을 담고 있는가? 동서양 문명의 대화를 촉진하는 데 있어서 회화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중신사(中新社) ‘동서문(東西問)’은 이와 관련해 유명 화가 쉬둥둥을 인터뷰했다.

 

 

 

▲ © 중국의 농업 노동은 24절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폭설이 내린 절기에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의 농부들이 농사철 파 묘목을 심고 있다. 사진/자이위지아(翟羽佳)

기자: 24절기 72후를 그림에 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쉬둥둥: 그 기원은 천 년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 동서양의 문화 대변혁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40여 년의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세계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나는 추상회화 영역에 들어가기 전에 20여 년 동안 중국 전통 이미지 회화와 중국과 서양이 결합된 인상 회화를 깊이 탐구했다. 2003년 유럽과 미국의 수천 개 문화 기관이 함께 참여했던 ‘햇빛과 화합의 꿈’(1997-2003) 행위 예술 프로젝트가 끝난 후, 나는 귀국하여 은둔의 시간을 가지면서 중국 추상 회화 유파의 연구와 확립에 전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0년이 지나갔다. 

 

십여 개의 서로 다른 분야의 그룹 그림 창작이 이루어짐에 따라 나는 점차 중국의 우수한 전통 문화와 서양의 선진 과학기술 문화를 결합한다는 전제 하에 중국 철학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찾게 되었고 이것이 나의 회화 언어가 되어야 함을 분명히 느꼈다. 그렇게 2013년 나의 붓놀림은 자연스럽게 ‘사계절’ 시리즈로 옮겨졌다.

 

 

▲ © 쉬둥둥의 작품 ‘정유년 정월 29일 우수이후후안부’의 한 부분.

<24절기·72후>는 ‘사계절’ 시리즈 팀의 첫 번째 조에 해당되며 8년 동안 창작했고 또 정리를 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이는 10년에 한 번의 칼을 갈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일반적인 지적 명제 작품이 아니라 동양의 추상적 논리 사유를 수립하는 깨달음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고 ‘이형거지 (離形去知, 몸을 잊고 지식을 버린다는 의미)’의 상태에서 ‘무지지지(無知之知, 알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의 경지)’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천 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대변혁의 과정에서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와 서구의 선진 과학기술문화를 결합하여 ‘동양식의 추상적 논리 사상’을 확립하면 반드시 중요한 새로운 문화가 출현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 중국 유명 화가 쉬베이훙(徐悲鴻)의 작품은 중국과 서양 회화 예술의 특징을 융합하여 현대 중국 예술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이 쉬베이훙의 작품 ‘준마도’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리우펑(劉鵬)

 

이러한 배경에서 24절기 72후 시리즈는 중국 추상 회화 언어의 표현으로 중국의 우수한 전통 문화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추상 개념을 발굴, 연구, 해석하고 서양의 추상 논리 사고의 영양을 흡수하여 중국 추상 논리 사고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기자: 화가로서 24절기 72후가 담고 있는 중국 전통 시간 철학과 생명미학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된 부분은 무엇인가?
쉬둥둥: 24절기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우주 간의 심오한 별자리 모양 암호 해독을 담고 있다. 이는 태양과 지구 생물의 대화이다. 닷새가 1후이고 1후에 한번씩 변하며 3후가 한 절기에 속하고 여섯 개 절기가 한 계절을 이룬다. 1년은 사계절로 이루어졌고 총 24절기 72후로 돌고 돌아 해가 거듭된다. 

 

 

▲ ©  우체국 직원이 ‘계묘년’ 특수 우표를 전시하고 있다. 우표 도안의 이름은 계묘기복(癸卯寄福)과 동원공생(同圓共生)으로 중국 예술가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사진/양붜(泱波)

 

그 중에는 고대로부터 변하지 않는 우주 천체 현상, 때에 따라 변화하는 물후 현상, 자연 만물의 교차 교체, 더 많은 선인들의 시간과 생명의 지혜가 들어있다.


내가 <24절기·72후>를 창작할 때, 중국의 오래된 선지, 노갱연석(老坑硯石), 고송연묵(古松煙墨)과 서양 아크릴안료를 사용하였다. 봄은 감로를 채취하고 여름은 새로운 비를 지녔으며 가을은 모래바람을 머금고 겨울은 맑은 눈을 녹이는 계절로 여러가지 색을 물에 녹여 주로 자연물에서 색채를 채취하였다.

 

백 가지 색이 섞인 가운데 붓을 휘둘렀고 물빛은 폭포처럼 어우러져 쏟아졌다. 오래된 선지를 만나면 근육질처럼 떠올랐고 겹겹이 염색을 하는 과정에 겹겹이 일어나는 변화가 느껴졌고 여러가지 기상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서 나는 중국 선민들의 지혜를 체득하고 생명 탄생, 천지 변화 등 우주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에 대한 중국 문화의 인식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새로운 사상에 추상적 사고 표현을 부여한 과정이었다.


이 그림들은 먼저 ‘기(氣)’를 도입점으로 삼았다. 중국 문화의 우주관은 음양의 변화와 그에 따른 균형과 기운의 조화를 중시한다. 창작 과정에 항상 ‘기’를 생명 ‘진실’의 근원으로 삼아 후(候), 절(節), 계(季)의 전환과 변화를 관찰하였다. 북두칠성을 관찰하면 계절에 따라 손잡이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잡이가 동쪽을 향하고 동풍이 불면 봄이고 남쪽을 향하면 여름이다.

 

 

▲ ©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5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레고 부스는 중국 문화와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장난감 세트를 선보였다. 사진/인리친(殷立勤)

붓은 ‘색, 공(色, 空)’에 있고 먹은 ‘유와 무’에 있다. 이 그림들은 화선지에 나타나며 울퉁불퉁한 질감과 작은 색 덩어리가 있고, 그 방향은 두병(斗柄, 북두칠성을 국자모양으로 보았을 때 그 자루가 되는 자리에 있는 세 개의 별), 계절풍의 방향과 일치한다. 세상 만물은 이곳에서 생멸하며 왕복 윤회는 사계절과 같다.

 

 

이 조화는 창조적으로 추상적 논리 사고를 사용하여 중국 문화의 음양기운 생명관을 묘사하는 세계 최초의 중국식 추상 회화 언어로 24절기 72후를 완전하고 체계적으로 묘사한 시리즈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선조들이 대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그것은 깨달음의 과정이며 살아있는 필묵이다.


기자: 전문 평론가들은 선생이 회화에서 동서양 문화의 결합을 넓히고, 동서양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틈을 열어줬다고 평가한다. 선생의 그림은 어떻게 이런 ‘문명 대화’의 특질을 가지고 있는가?


쉬둥둥: 추상화 분야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 전통 이미지 회화와 중국과 서양이 결합된 인상 회화의 심도 있는 탐구를 경험했고 많은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하였으며 출판했다. 이러한 예술 경험은 중국 문화와 서양 문화의 진화와 충돌과 관련이 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막론하고 중국 경제 및 사회의 발전과 진보에 부합된다.


14, 15세부터 20여 세까지 약 10년 동안 나는 중국 전통 이미지 회화와 관련된 작업을 했다. 1970년대 중반 중국은 폐허가 되었던 상황에서 개혁개방의 봄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은 촌각을 다투어 발전을 도모하고 중국 전통 문화의 귀환을 갈망했다. 나는 고궁회화관에서 고화를 모사하며 판콴(范寬), 리청(李成), 니잔(倪瓚) 등 역대 화선들과 수천 년에 걸친 시공간적 영혼의 대화를 나눴다. 

 

20대에서 30대 사이에 나의 화풍은 서양 인상파와의 결합으로 옮겨갔다. 서양의 현대 예술 사상과 유파를 받아들여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 스타일의 그림을 선보였다. 반 고흐, 모네, 미로, 피카소, 마티스, 클리 등 서양 거장들의 그림의 영혼을 내 삶에 가져왔다. 이 점은 동서양 문화 간 일종의 회통이라는 점에서 선배 회화의 대가였던 린펑미옌(林風眠), 자오우지(趙無極) 화백이 모범을 보여주었으며 나의 창작에 계시를 주었다.


중국 추상화는 내가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추구해 온 창작품이다.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서 중국은 점차 세계 경제 대국이 되었고 중화민족의 부흥은 꾸준히 발전을 이루었다. 21세기에 들어서 중국이 세계 속에 융합되는 것은 인류 문명의 과정에 속한다. 중국은 세계와 ‘인류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나는 중국 문화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찾고 국제적인 시각과 사고를 가지고 오늘날 동서양의 문화와 인류의 광범위한 관심사를 탐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4절기·72후>시리즈는 이미지, 인상, 추상회화의 3단계에 대해 질문한 것을 모아 인류문화의 진행과 동서양문화의 진화를 비교하는 데 있어서 인류사회와 우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나의 문답이다.

기자: 당신은 “그림은 그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도(道)를 묻는 것이 근본”이라고 말했다. 중국 문화를 세계에 자신 있게 진출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회화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쉬둥둥: “그림은 목적이 아니라 도를 묻는 것이 근본이다.” 이것은 내가 수십 년 동안 예술에 종사해 온 이념이며, 그 동안 중국 문화로 천하를 보는 우리 집안의 정서를 구현한 것이다. 여기서 ‘도’는 중화민족 문화 부흥의 길이며 자연생명에서 진, 선, 미를 구별하고 인격과 미덕을 더욱 개선하는 길이기도 하다.


근‧현대 200년 동안 왜 서학은 세계 유행을 선도할 수 있었는가?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서양의 과학문화가 추상적 논리 사고로 가득 차 있고 디지털 추상으로부터 추론하고 다양한 원리를 탐구하며, 이론과 법칙을 요약하고, 서양의 과학 시스템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의 번영은 과학의 큰 진보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 전통문화에도 추상적 개념이 있지만 체계적인 추상적 사고가 부족하다. 중국 농경 문명은 변증법적 논리적 사고를 낳았고 거대한 우주관을 가진 철학 시스템은 대부분 기술적 수준에 머물러 구체적인 요약에 그쳤다. 현대 동양 문화는 많은 면에서 서양 과학기술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많은 과학기술 응용 결과를 낳았지만 과학기술 혁신의 기본 기반인 추상 논리 사고를 의식적인 면에서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못했다. 동서양 문화 소통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화가가 이런 문제를 토론하러 온 것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문학적 뿌리를 추적해보면 회화는 문자보다 훨씬 더 일찍 생성되었으며 교화 효과 외에도 인류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공간을 가져다 주었다. 상고 시기 계몽적 자연 인식부터 부족 혈연 토템의 묘사, 종교와 세속 사회 이야기까지 그림은 인류 문명의 흐름을 보여주는 성취를 동반한다.


내가 중국 추상회화를 세운 것은 단지 하나의 화종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철학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찾아 회화 언어로 만들고, 이를 통해 중국 추상 논리 사유를 수립하는 길을 모색하고 추상 논리 사유를 중국의 새로운 문화 구축에 끌어들여 창조적 상상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24절기·72후>는 출판 후 독자들과 회화 시장의 인정을 받았으며, 1년에 5번 인쇄되어 올해의 우수 출판 도서상을 다수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의 창조적 전환과 혁신적 발전이 시대적 필요임을 보여준다.
 

 

▲ © 쉬둥둥 프로필 (受访者简介)

국가 1급 미술사(교수), 중국미술가협회 회원, 시안(西安)교통대학, 쓰촨(四川)대학 등 대학의 객원교수.
독특한 풍격을 지닌 중국 추상화 유파 창조.
문화부·중국미술관·중국미술가협회 및 유엔에서 개인전 개최.
<쉬둥둥시화집>, <쉬둥둥화집> 출판.
21세기 중국 문화 세계화를 위한 행위예술작품 ‘햇살과 화합의 꿈’(1997~2001) 창작.
아시아·유럽·미주 지역의 여러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전시 참여. 그의 들은
중국미술관, 유엔 등에 작품 소장.

글/원룽제(文龍傑), 쉬쉐잉(徐雪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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