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한 곡이 끝난 후 왕펑은 손에 끼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고는 한 구석을 가리키며 전자드럼 드러머에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야？ 70먹은 노인네야？ 거긴 뭐 하러 앉아있는지 모르겠네.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기회일 텐데. 어려서 그런지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만 신경 쓰는 것 같은데, 옆에 있는 게 철판이라도 온 힘을 다해서 치란 말이야.” 이 말을 하는 왕펑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화가 나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아무 소리도 없다. 드러머는 고개를 숙여 노트에 무엇인가를 적더니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펑은 모든 뮤지션의 기술과 표현에 대해 엄격한 요구가 있다. 그는 일부 뮤지션들의 기술과 의식이 수준미달이며 일부는 게으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자신 역시 현재 음악을 통해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이 이 부분에서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2015년 2월 8일, 왕펑은 장쯔이(36) 생일 파티에서 청혼하는데     성공하였다.왕펑이 준비한 9캐럿 다이아몬드 반지가 허공에서     내려왔고 이에 장쯔이는 감동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진/CFP

창작에 있어 왕펑은 성실함과 프로정신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뉴스에서 왕펑이 거리를 배회하고 연예와 도박을 하는 모습만 볼 뿐 거의 대부분은 기타를 들고 다니며 많은 곡이 각지의 호텔방에서 탄생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프로다운 방법으로 써 놓은 수 많은 곡들은 이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기반이 되었다. 둥펑(董鹏)은 “우선 시간을 칼같이 지켜요. 

 

 

대단한 자기관리능력이죠. 의미 없는 사람이나 일로 시간과 힘을 소모하는 일이 절대 없어요. 근면함으로 말하자면 대중음악계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어요. 앨범을 제작할 때 아침 9시면 iPad를 들고 가사를 쓰기 시작하고 썼다 하면 5~6시간이니 상상이 가시나요?”라고 소개했다. 

Warner와 계약하지 전 왕펑의 생활은 엉망이었다. 수년 후 그는 그의 노래 <봄날에>에서 “오래 전의 봄날을 기억해. 긴 머리를 자르지도 않고 신용카드도 애인도 하루 종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도 없었지.” 당시 그의 실제 상황 그대로다. 그는 “방세 3,000위안 내려고 돈을 빌려야 했다.”고 회상한다. 

 

당시 팬들도 있었고 <굿나잇베이징(晚安北京)>과 <새(小鸟)>가 히트하긴 했으나 돈은 벌지 못했다. 왕펑은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워 졸업 후 중앙발레단에 입단해 젊은 나이에 지도자의 눈에 들었다. 그러나 Law Daai-Yau(罗大佑)와 밥 딜런(Bob Dylan)에 빠져있던 젊은이로서 왕펑은 사업체에서 <붉은낭자군(红色娘子军)>을 연주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자신보다 열 살 위의 뮤지션들이 연습 외의 여가시간에 마작을 하고 식당에서 밥을 사와 먹고 귀가하는 모습을 모면서 그는 무섭고 진저리가 났다. 그는 <리졘궈(李建国)>라는 곡에 “안정적인 좋은 직장이 있고 유복한 생활을 누리며 유행하는 싸구려 옷을 즐겨 입고 7시뉴스를 즐겨보지.”라 썼다. 밴드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오늘의 왕펑 역시 맥주배가 나오고 돌돌이 원시안경을 쓴 중년남성‘ 리졘궈’가 되어 장쯔이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역시 선배 추이졘(崔健)과 같이 밴드를 떠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유행이기도 했다. 바오자가 43호(鲍家街43号) 밴드의 메인 보컬로 발표한 앨범 두 장이 히트를 치긴 했으나 앨범의 실제 수익은 한 사람당 3천위안 정도였다. 수 년 후 왕펑은 “분명히 잘못 된 거죠. (중국의)음악체제에 문제가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그가 밴드를 만들 당시 탕차오(唐朝)밴드와 헤이바오(黑豹)밴드 붐으로 중국에서 록 음악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록 음악의 ‘빙하기’가 찾아왔다. 작은 밴드들은 언더밴드로 전향하고 왕년의 록 스타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Blues를 좋아하던 음악정규교육과정출신 왕펑은 언더그라운드밴드의 조악한 스타일을 무시하고 자신이 선배들의 영향력을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음악적 지식이 부족했던 중국 록 음악가들에 비해 왕펑은 음악 가청성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고 애초부터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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