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춘위안(李春元), 환경보호국장의 소설 속 ‘절규’ (3)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4-27 1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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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도움


사실 그의 소설을 출판한 중국문예연합출판사(中国文联出版社)는 <스모그가 온다>의 출판에 회의적이었다. 이러한 출판물의 시장성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보호국의 지도자들이 ‘좋은 일’이라며 투자에 나서자 리춘위안은 즉시 멈추고 자비로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한다. 랑팡의 신화(新华)서점에 물었더니 “현대 유명작가의 소설도 1년에 몇 십 권 밖에 팔리는 않는 상황에서 200~300권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잘 나가는 책이 시진핑 연설집이다.”라는 대답뿐이었다. 


“30~50권 정도만 둬 보세요.” 그래서 처음에 리춘위안은 2,000권을 찍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초판 2,000권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두 달 만에 출판비용을 회수했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사인은 파는 책에는 하지 않고 일반 독자들이나 학생, 도서관, 동창들, 정부기구 등에 기증하는 책에만 했어요. 예를 들어 인터넷 주문이 한 권 들어오면 한 권씩 더 발행해 기증했죠.” 


리춘위안은 랑팡시 작가협회와 더불어 허베이 작가협회에도 등록된 작가이기도 하다. “저는 작가가 아니에요. 작가의 타이틀은 원하지도 않아요. 저는 환경보호 1선의 직원으로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거죠.” 리춘위안이 유쾌하게 웃었다. 


올해 설에 작가풀판사(作家出版社)가 소설 2판을 발행하겠다며 그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발행부수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정상적인 인세 기준만 적용하면 됐죠.” 그러나 인세를 받으니 출판사에서 사인을 해 책을 판매할 것을 요구해 왔다. 홍보효과를 강조하면서 어쨌든 기증을 할지언정 사인을 해서는 팔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부하직원 사오장(小张)은 “직원들에게 정말 잘해주셔요. 야근비가 보조되지 않는데 원고료에서 벌써 개인당 500RMB를 지급해 주셨어요.”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진정으로 애써 준 사람들이기에 원고료의 일부를 복지로 지급할 만도 하다. 

 

“많은 동료들이 손으로 써준 원고를 타이핑 하는 것을 도와 주었고, 좀 가혹하니 수위를 낮추는 게 좋겠다는 식의 피드백도 주었죠.”


홍보센터 차이상보(蔡尚波) 주임이 사무실에서 종이상자를 들고 나왔다. 상자에는 리춘위안이 손으로 쓴 원고였다. 수정사항도 적혀져 있다. 원고들은 모두 이면지를 활용했다. 랑팡시 환경보호국의 메모지도 있다. 종이 앞 뒷면으로 글씨가 빼곡하다. 


리춘위안은 평소 펜, 종이, 빗을 꼭 가지고 다닌다. 펜과 종이는 수시로 끄적거리거나 메모를 하기 위해서이고, 빗은 언제나 머리 빗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짧지만 머리를 빗으면서 마사지를 하면 정신이 한결 맑아지는 기분이다. 


작년 중국건국기념일(국경절) 연휴 1주일동안 리춘위안은 집에서 두문불출 소설만 썼다. 출근을 해 동료들이 바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손으로 쓴 원고를 나눠준다. 1인당 몇 천자씩 타이핑한 후 홍보교육센터로 모으면 몇만 자 분량의 수기원고가 순식간에 타이핑원고로 완성된다. 


리춘위안은 대부분 주말과 휴일에 소설을 썼다. 겨울을 제외하고 스모그가 없는 날이면 그는 아침 일찍 사무실로 향한다. 40분이 걸려 새벽 5시 정도면 사무실에 도착해 경비아저씨를 깨운다. 두 시간 사무실에서 소설을 쓴 후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자랑은 아니고요.” 리춘위안이 득의양양하게 말한다. 사무실에 있는 캐비닛을 열어 펼치니 안에는 중성 펜이 담긴 필통과 볼펜 심 들이 들어있다. “원래 동료들이 펜을 사줬는데 제가 볼펜 심으로 사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많은 필통도 결국 쓰레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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