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몇 년 전에도 남편의 제안으로 이혼을 한 번 했다. 이혼을 제안한 후에도 우리는 수속을 밟지 않고 잠시 별거하며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거리가 생기자 오히려 서로에게 관대해지고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서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남편 역시 이번 이혼에서 내가 그에 대해 무엇도 바라지 않았고 돈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감정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좋아지는 과정에서 남편이 법적인 이혼수속을 밟자고 제안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가 일이 너무 안 풀린다며 이혼을 했으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다. 너무 화가 났다. 자기 일이 안 풀리는 것을 나보고 이혼으로 함께 감당하라니.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어떻게 할거냐 물었더니 헤어지자고 했다. 우리는 싸우기 시작했다. 밤 깊은 시간이었는데 나는 친구 집으로 가 한바탕 울었다.
진정을 하고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전화가 수도 없이 와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내려가니 남편이 머리를 조아리며 다가와 히죽거리며 나를 끌어당겼다. 맥이 빠져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남편은 그 여자와 연락을 끊었고 우리 부부의 감정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 일 때문에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산후우울증에 걸렸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바라는 것도 없었다. 우울증 초기에 남편에게 이야기 했지만 남편은 믿지 않고 자기에게 쉽게 화내는 핑계를 대는 것으로 생각했다. 상하이에 있을 때도 우울증 증상이 있었기에 나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정상이 아닌 줄 안다. 여동생은 내가 전에 알던 내가 아니라 했다. 나는 자포자기하면서도 어찌되었건 남편이 나를 떠나서는 안되며 나의 좋은 모습만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고집했다.
사람의 사랑은 조건적이라 이익을 얻지 못하면 관계를 벗어나고 싶어진다는 사실을 이후에야 알았다. 우리 둘 다 상대가 나에게 잘 해주기를 바랐고, 상대가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자신도 멈췄다. 아이를 낳아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남편에게 소홀해졌고 남편 역시 나에게 예전만큼 다정하지 않았다. 각방을 쓰면서 감정도 변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은데 남편은 나와 함께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항상 밤샘 작업에 혼자 자는 것이 더 편한 모양이다.
지금 나는 장인에, 그는 베이징에 있다. 남편을 안 만난 지 몇 달이 되었다. 그래도 아이는 아빠를 알아보고 영상통화를 하면 반가워한다. 마음이 아프다. 내 잘못으로 아빠 없는 아이가 된다면 자책감이 들 것 같다. 남편이 말한 조항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동의하지 않으면 남편이 소송으로 아이를 데려갈 것이다. 아이가 없으면 살아갈 의미도 없다.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면 남편이 적극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에게는 나를 매우 사랑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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