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졘민: 영화를 사업으로 운영
- 뤼졘민(吕建民)은 영화계에 드문 마케팅 고수이다. 그 해 DVD판매로 제6세대 언더그라운드영화의 상상하기 힘든 매출액을 기록하더니 정확한 상업적 감각으로 소자본 시장을 만들어 이 분야의 공백을 채웠다. 올해는 중국의 ‘민족주의’시장을 겨냥한 작품 <전랑(战狼, Wolf Warriors, 2015)>으로 흥행신화를 이어갔다. 치열한 중국영화시장에서 뤼졘민은 문예청년이자 사업가로서의 두 가지 경험으로 정확한 상업적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7-30 15:55:16
[기자/완쟈환] 영화제작자 뤼졘민은 매주 두 번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다. 일반 관객들처럼 한가롭지 않은 그는 영화를 고를 때 포스터와 장르, 캐스팅을 자세히 살핀다. 상영관에 들어가서도 조건반사적으로 관객수를 세고 관객의 성비, 연령을 기록하고 돌아오자마자 흥행수입 데이터를 확인하다.
그에게 영화는 사업이다.
뤼졘민은 제6세대 감독들과 같은 나이로 40세가 다 된 나이에 영화사업을 시작했다. 영화계에서 그는 깊이 기억될 세 건의 거래를 했다. 첫째, 1만 위안으로 영화 <무산운우(巫山云雨)>의 음향판권을 구매한 것. 언더그라운드영화 DVD가 50만장 이상 팔려 600여만 위안의 수익을 얻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둘째, 200만 위안의 소자본 공포영화 로 와 <시월위성(十月围城)>, <아바타(Avatar>의 틈새에서 1,600만위안의 흥행수익을 기록하고 중국영화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손쉽게 ‘공포영화 시즌’으로 바꾼 것. 셋째, 올해 5월 ‘주제’의 형식의 군사소재영화 <전랑>으로 흥행수익 5억 4천만 위안 이상이라는 뜻밖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뤼졘민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영화소재들로 돈을 벌고 놀라운 투자수익을 얻고 있다.
‘민족주의, 표현수단이 필요해’
영화 <전랑> 상영 전. 제작자 뤼졘민은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긴장해 있었다. 감독이자 주연을맡은 우징(吴京)은 매일 한밤중에 뤼졘민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수다를 떨며 중압감을 푼 후에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전랑>은 뤼졘민의 첫 번째 대작으로 ‘전랑’대원이 중국 국경지역에 침입한 범인과 사투를 벌여 중국영토와 군인의 존엄을 지킨다는 이야기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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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3월 초 영화국 장훙선(张宏森) 국장이 급하게 뤼졘민을 찾아와 “<전랑>은 다 좋은데 홍보가 제대로 안됐다.”며 개봉 일을 한달 후인 4월2일 청명절 연휴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그는 “그때는 소규모 작품이 많고 주목 받는 영화도 <우리 결혼합시다(咱们结婚吧)> 정도이니 인기배우가 많이 나오는 <우리 결혼합시다>가 3억 위안, 자네 영화가 2억 위안 가져가도 되겠구먼.”이라 말했다.
그러나 4월 박스오피스 결과는 놀라웠다. 우징 혼자 영화를 끌어가는 <전랑>이 5억 4천만 위안의 흥행수익을 기록하며 인기드라마를 원작으로 가오위안위안(高圆圆), 류타오(刘涛), 정카이(郑恺), 리천(李晨) 등 잘나가는 인기 연예인 8명을 캐스팅한 로맨틱코미디 <우리 결혼합시다>를 이긴 것이다. 그 후에도 <우리 결혼합시다>는 <전랑>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랑>을 잘 만든 주제영화라 평가하면서도 낙관적인 시장전망을 내놓지는 않았다. 모두가 ‘군대화를 탈피해라, 주제화를 벗어나라’ 권했지만 뤼졘민은 자신의 판단이 있었다. 몇 년 전 친구 우징이 현대전쟁영화를 한 편 찍고 싶다 했을 때 뤼졘민은 전쟁영화가 중국에서 잠재적인 관객이 있음을 직감했다. 군사소재의 드라마 <사병돌격(士兵突击)>, <나는 특수병(我是特种兵)>의 시청률이 모두 괜찮았고 영화시장에는 군사소재의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군사영화의 열성 팬인 뤼졘민은 평소에도 군사영화사이트 ‘톄쉬에왕(铁血网, www.tiexue.net)’을 서핑하며 영화 <2012>의 시나리오 작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드디어 중국 군인의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우리는 지구를 구했다!”라고 자랑스럽게 쓴 글도 보았다.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뤼졘민은 “저는 민족주의자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 관객 대부분이 민족주의 성향이 있으며 특히 댜오위다오(钓鱼岛)문제, 황옌다오(黄岩岛)문제, 미얀마폭격사건을 대할 때 이 점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이 민족주의를 분출할 방법이 필요한데, 민족주의성향의 영화가 이 수요를 만족시켜 ‘막대한 흥행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뤼졘민은 “할리우드 전쟁영화는 보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만 <전랑>은 ‘집안 일’이니만큼 관객들이 보면서 피가 끓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전랑>은 주제화를 탈피하지 않고 오히려 ‘애국주의’를 선전하는데 주력한다. 뤼졘민은 우징과 상의한 후 포스터에 눈에 잘 띄는 빨강 글씨로 “犯我中华者,虽远必诛(우리 중국을 건드리는 자, 끝까지 처단한다)!”는 글귀를 넣기로 했다.
영화사는 21개 도시에서의 로드쇼와 총 598개의 세트장을 마련하였는데 우징은 모든 곳에 참석했다. 영화사 편집한 로드쇼 특집에서는 우징이 팔을 휘두르며 정의감에 불타는 관객들과 함께 ‘중국을 건드는 자, 끝까지 처단한다!’라고 외친다.
뤼졘민은 남자 관객들이 <전랑>을 보러 오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여자관객들의 흥미를 끌 것인지 고민이다. 가장 주된 의혹은 현재 관객들은 주로 17~23세의 여성인데 이들은 치고 박고 죽이는 영화 <전랑>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뤼졘민은 그 악재를 믿지 않았다. 그는 “액션영화 <익스팬더블(THE EXPENDABLES)>은 여자관객들도 많았어요. 근육남, 훈남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뤼졘민은 <전랑>의 가장 큰 단점이 캐스팅의 유명세가 부족한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 문제는 로드쇼를 하러 가는 도시마다 드러났다——극장가는 아주 현실적이라 한겅(韩庚)이 오면 좋아하며 호텔섭외까지 해결되지만 <전랑>은 그렇지 않았다.
뤼졘민의 계획으로 <전랑>의 전국 로드쇼의 첫 번째 지역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랑팡(廊坊)이었다. 2, 3선 도시를 겨냥한 로드쇼의 효과는 매우 좋았다. 충분한 홍보지면을 확보할 수 있었고 랑팡의 경우 로드쇼 당일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행사장을 가득 매웠다. 우징에게 “진짜 멋져요” “결혼 할래요’라고 얘기하는 여학생에 “조국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여자 관객도 있었다.
<전랑> 상영 후 2, 3선 시장의 박스오피스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예은(艺恩)EBOT 일일 박스오피스 브레인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 결혼합시다>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더 인기가 있는 반면 <전랑>은 2, 3선 도시에서 상당히 넓은 관객을 확보했다. “<전랑>이 많은 소도시 청년들의 사랑을 받았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뤼졘민은 “소도시 청년들만 본 것 같지는 않아요. 2, 3선 도시를 주목하긴 했지만 실제로 1선도시에서도 관객이 많이 들었어요.”라며 “사실 <전랑>은 영화적인 언어환경과 구조로 보면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바로 그 점을 보고 싶어 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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