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시(辽西) 탑 답사기(2)

지도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도 없는 오래된 불탑들은 산 꼭대기든 가파른 절벽이든 속세를 떠나 홀로 천 년을 돌아보며 역사 속 깊은 곳의 불도를 전하고 있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5-26 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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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탑은 보기 드물게 ‘5세대가 한 집에 사는(五世同堂)’ 탑이다. 처음 이곳은 16국시대 3언(三燕: 전연, 후연, 북연)도성의 궁전이었는데 훗날 전쟁으로 불타 없어진 후 북위(北魏)의 펑(冯)태후가 그 터 위에 ’사연불국(思燕佛图)’불탑을 세웠다가 북조(北朝)말년 큰 불로 다시 타버린다. 

 

그 후 후기 수(隋)나라 문제가 옛 탑의 기초 위에 새로운 탑을 쌓아 석가모니보살의 사리를 두었다. 당(唐)현종 원년인 천보년(天宝年)에 탑을 보수한 바 있으며 요나라 흥종(兴宗) 중연년(重熙年)에 마지막으로 불탑을 개축하면서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전형적인 요 시대 풍의 외관을 갖추었다.


북탑의 밀첨식(密檐式)외관은 요나라 탑의 가장 전형적인 양식이다. 문자 그대로 탑체 각 층의 문과 창문을 내기도 부족할 만큼 높이를 낮춰 각 층의 처마가 촘촘히 쌓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높고 문과 창까지 나있는 아래층과 대조를 이룬다. 현존하는 요나라 불탑의 절대다수가 밀첨식탑으로 북탑과 마찬가지로 크게 대좌, 수미단, 탑체, 탑첨, 탑찰로 이뤄져 있다.


불교는 한(汉)대에 중국으로 전해져 처음에는 누각식 탑이 출현한다. 누각식 탑은 중국전통누각형식으로 지어져 층마다 벽체, 문과 창, 탑첨, 들보와 기둥 등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탑 안에는 벽돌을 쌓거나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어 오를 수 있다. 


밀첨식탑은 누각식탑의 변형으로 수당시기에 흥행하여 요금시기에 성숙해 중국의 불탑형식으로 자리잡았다. 현존하는 밀첨식탑들은 대부분 화베이(华北)와 동베이(东北)에 분포하며 대표적인 탑으로는 시안(西安)의 유명한 당(唐)시대의 ‘소인탑(小雁塔)’이 있다. 밀첨식탑은 요금시대 이후의 대부분 옹골지거나 내부가 비었더라도 계단을 두어 불도들이 참관하기 편하도록 하였으며 탑체 아래층에 불상이나 불경이야기를 새겨 경당의 형식을 결합한 듯 보인다. 


사람들이 북탑을 주목하는 것은 아름다운 외관과 유규한 역사 때문뿐만이 아니라 1988년 보수 시 발견된 중대한 고고학적 사실 때문이다. 당시 탑 꼭대기 부근인 12층 중심에서 발견된 청석판(青石板)아래에서 먼지에 묻혀있는 돌 상자가 나왔는데 고고학자들이 이를 ‘북탑천궁(北塔天宫)’으로 확인하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원들은 임시로 나무 판을 세우고 올라가 솔로 먼지를 조금씩 털어내 천궁의 본래 모습을 드러냈다.


천궁은 현관, 복도, 궁실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길이는 남북으로 4.2m, 넓이는 동서로 1.39~1.80m, 깊이는 1.72m이며 안에 수 문제(文帝)에서 요 흥종(兴宗)시기의 불교보물 수 천 점이 놓여있다. 눈부신 은관, 금탑과 더불어 석가모니보살의 사리 두 알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큰 파문이 일었고 참배를 위해 북탑을 찾는 불교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탑과 달리 일부 고대 탑들은 성읍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드물다. 차오양시를 벗어나 우리는 진저우(锦州)시 관할 이현(义县)으로 향해 유명한 요 시대 건물—봉국사(奉国寺)대전을 참관하였다.

 

현성에 가까워지자 멀리 오래된 탑이 보였다. 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민가 위에 초연하게 서있는 탑에 흥분한 우리는 잠시 여정을 바꿔 탑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 현성에 들어서 이리저리 한참을 돌았는데도 탑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구시가지로 다소 퇴락했다. 차를 멈추고 골목을 가로질러 정원 담장과 이리저리 널려있는 전선 사이로 바라보니 이곳 역시 13층 밀첨식 탑이었다.

 

북탑과 달리 탑의 전신이 8각형을 띄는 요나라 밀첨식 탑 중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식이다. 바람이 불자 탑첨 아래 결린 방울이 흔들리며 고르고 일정하게 은은한 소리를 낸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역시 요 시대의 탑으로 절의 이름을 따 ‘광승사(广胜寺)탑’이라 불렸다. 높이는 북탑과 비슷하고 수미단과 탑체 아래층이 매우 높고 크다. 탑체 아래층의 여덟 면에는 모두 불교를 소재로 한 부조가 있는데 모두 부처 하나와 보살 둘로 되어있다. 

 

탑은 보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보수 전에는 탑 꼭대기가 허물어지고 잡초들이 가득히 자라있었으나 현재는 탑찰을 다시 올려 훨씬 든든히 서 있게 되었으나 역사 깊은 곳에서 오는 낡고 우아한 맛은 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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