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셔황원의 ‘폭풍의 언덕’ (2)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6-25 0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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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류핑] 돌 담을 몇 바퀴 돌았다. 풀숲을 불어오는 바람과 풀을 밟는 걸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난다. 이야기 속의 두 아이가 풀밭에서 뛰놀며 뒹구는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빼곡한 풀숲이 그들의 그림자를 덮고 날이 어둑해져서야 둘은 아쉬운 듯 몸을 일으켜 해어진다. 그들은 온 몸에 지푸라기는 투성이로 돌아가기 전 돌 계단에 나란히 앉는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적막을 깬다. 눈 앞에 히스클리프가 한밤중 캐서린의 무덤을 파고 그녀 옆에 눕는 오싹한 장면이 떠오르고 히스클리프가 2층 방에서 캐서린의 영혼을 부르는 흐느낌이 들린다. “캐시, 이리와! 아, 오라니까——한번 더! 아! 내 사랑! 이번엔 내 말 들어, 캐시,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필자는 <폭풍의 언덕>을 여러 번 보았다. 포악하고 제멋대로며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성격의 히스클리프와 순진하고 친절하며 허영된 개성의 캐서린, 그리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서로 상처를 주는 고슴도치 같은 사랑. 두 사람의 사랑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풀리 높게 자란 황원에 서보아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외로움, 절망, 애증, 광란의 복수 등의 단어가 초원에서 생생하게 뛰어오른다. 


4마일을 더 걸은 후 하워스로 돌아왔다.
마을 중심부에 있는 여관은 브론테 자매가 놀던 곳이다. 여관 뒤로 교회가 하나 있는데 그들의 아버지가 설교를 하던 곳이다. 교회의 공원묘지에는 셋째 안나를 제외한 모든 식구가 안장되어 있다. 이끼가 잔뜩 낀 묘비 위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이 있다.


공원묘지 뒤로는 세 자매의 생가가 있는데 지금은 ‘브론테목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2층짜리 작은 건물이다. 조용히 대문을 밀어 열고 거실의 문틀과 계단 난간의 모퉁이를 어루만지자니 그들이 살던 시대로 돌아가 이 집의 불청객이 된 기분이다. 


1820년 패트릭이 성 미카엘교회의 목사로 이곳에 파송되어 오면서 온 집안이 서(西)요크셔의 순톤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다음날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딸 다섯과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두 언니 역시 불행히 11, 12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아들 브랜웰과 세 자매 샤를로트, 에밀리, 안나만 남았다. 가장 장수한 샤를로트 역시 39세에 죽는다. 


요크셔는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당시 요크셔 현지인들의 평균연령은 25세에 불과했고 41%가 6세 이전에 죽었다고 한다. 당국이 전담조사 팀을 꾸려 사망원인을 조사했고 1850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그 원인은 수원(水源)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에서 내려오는 식수가 공원묘지를 지나면서 지하의 시체로 오염되면서 질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묘지를 더욱 심하게 오염시키는 악순환으로 수질이 점점 나빠진 것이다. 현지정부는 어쩔 수 없이 모든 묘지는 끼워 넣는(감식)방식으로 묘지구멍을 높여 수질이 계속해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오염과 사망이 발생한 곳이 바로 브론테집 문 앞 교회의 지하이다.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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