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셔황원의 ‘폭풍의 언덕’ (1)
- 포악하고 제멋대로며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성격의 히스클리프와 순진하고 친절하며 허영된 개성의 캐서린, 그리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서로 상처를 주는 고슴도치 같은 사랑. 두 사람의 사랑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풀리 높게 자란 황원에 서보아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6-25 09: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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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요크셔하우스 마을 부근의 황원 촬영/Duncan Davis |
[글/류핑] 인적 없이 무성한 잡초 밭에 소 두 마리 만이 여유롭게 짚을 씹고 있다. 멀리 돌로 만든 집이 어슴푸레 시야 끝에 서있다. 바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광풍에 긴 머리칼이 깃발처럼 흩어진다——내가 정말로 그 유명한 요크셔황원에 올라와 있음을 확인한다.
나는 하워스의 작은 마을에서 걸어왔다. 20분 거리인데 떠들썩한 술집과 여행객들로 붐비는 기차역, 마을의 넓지 않은 중심가는 찾아볼 수 없다.
요크셔는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스코틀랜드와의 국경지역으로 예부터 잉글랜드의 북쪽 대문으로 여겨지며, 습지와 황원이 많고 강한 바람이 쌩쌩 부는 곳이다. 하워스는 이 요크셔황원의 작은 마을이나 영국 문학계의 유명한 ‘브론테 세 자매’의 고향으로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하위스에 온 것은 6월이었다. 키스리에서 전통적인 증기기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영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운 햇볕과 함께 기분이 매우 쾌청하다. 그러나 여정 내내 마을 밖에 펼쳐지는 황원으로는 비밀의 스위치라도 누른 듯 짙은 먹구름이 순식간에 태양을 덮고 세찬 바람이 거침 없이 마주 불며 기압이 낮아지면서 하늘이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 어두워진다
마을(촌락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에의 유일한 중심가의 길 양 옆으로는 식당, 여관, 카페가 모여있다. 마을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바(Bar) ‘블랙카우(Black Cow)’가 있는 중심가의 끝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멀리 내려다보면 푸른 들판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사람들은 마을에 오면 대부분 브론테(Bronte)생가를 먼저 찾지만 나는 황혼을 먼저 느껴보기로 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폭풍의 언덕의 옛터로 향한다.
한두 사람이 지날 만 한 좁은 길 양 옆으로 푸른 들판이 끝 없이 펼쳐진다. 가끔 허리높이의 돌담이 나타난다. 한참을 걸어도 한 사람도 없다. 가끔씩 나오는 표지판이 아니었다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이 변화무쌍한 음침한 고원은 영혼을 분열시킬 수 있을 듯하다. 기가 빨리듯 삶의 희망이 없고 세상만사 어떻든 다 귀찮다. 외침과 절규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할 것 같다.
멀리 어렴풋이 돌담 몇 개가 나타난다. 옛터가 분명하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매에’소리가 들린다. 사람 없는 광야라 매우 우렁차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검은 얼굴의 흰 새끼 양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앞에 있는 녀석은 손에 든 지도를 주시하고 있었다. 친구가 일본 나라(奈良)에 갔다 사슴이 지도를 몰래 먹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은근슬쩍 지도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전까지 이 곳은 농장주인의 장원이었다. 당시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는 이 외롭고도 음울한 돌 집을 보고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허물어진 담장만 남아있고 주변에는 끝없는 황야의 관목 숲과 키 큰 풀, 낮게 깔린 구름과 세찬 바람뿐이다. 앞에 만난 양 두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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