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녜화링(聂华苓) 작가의 인생 스토리(1)
- 90세 녜화링-뿌리는 중국, 줄기는 대만, 가지와 잎은 아이오와.
”나는 한 그루 나무이다. 뿌리는 중국에 있고 줄기는 대만에 있으며 가지와 잎은 아이오와(미국 중서부)에 있다.” 녜화링(聂华苓)은 자신의 일생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녜화링과 남편 폴 엥글(Paul Engle)이 공동으로 창립한 아이오와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은 수많은 양안(两岸-중국과 대만)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3-27 16: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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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화링과 남편 폴 엥글 |
‘훙러우’는 산과 넗은 숲을 뒤로 하고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슴들이 부근에 와서 먹이를 찾기도 한다. 젊었을 때 녜화링은 엥글과 함께 자주 훙러우 뒤에 있는 숲에 가서 사슴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사슴들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여 그들의 사슴원(鹿园)까지 생기게 되었다.
매번 여행을 마치고 아이오와에 돌아와 사슴원으로 가는 길에서 끝없이 펼져진 광야를 보며 엥글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화링, 저기 좀 봐, 흙토지대! 얼마나 좋은 흙이야!”
올해 아이오와의 겨울도 변함없이 강 옆에는 잎이 떨어진 나무들이 높이 서있다. 다람쥐가 나뭇가지 위를 뛰어다닌다. 차를 몰고 도로표지판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가면 높고 낮은 나무 숲속에 있는 훙러우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문에는 바르게 ‘안위(安寓)-편안한 거처’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문에 달려 있는 풍경이 달랑거린다.
녜화링은 자주색 스웨터를 입고 겉에는 솜털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었다. 체구는 작고 왜소했지만 말하는 톤은 높고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그녀는 거실의 전등을 켰다. 노란색 전등은 거실을 따뜻하게 비추었다. 추억이 가득 담긴 집처럼 보였다.
벽에는 사진과 그림이 걸려있고, 책상에는 시대를 느끼게 하는 액세서리들이 놓아져 있다. 책자에 들어있는 책과 CD는 주인의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예술작품이 집안 곳곳에 놓여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식탁, 창가, 거실에 활짝 핀 꽃을 놓아두었다.
정성스럽게 가꾼 꽃들이 생기발랄하게 느껴진다. 주방에서 바라본 사슴원은 고요했다. 녜화링은 셜리주 두 잔을 따랐다. 엥글이 함께 있을 때 매일 셜리주를 마시는 것은 두 사람이 즐기는 시간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들은 아이오와강에서 배를 타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셜리주를 마시고 엥글은 쥬네바 술을 즐겨 마셨다. 나중에 홀로 남은 녜화링은 셜리주를 마시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적게 마시게 되었다. “당신 알고 있나? 이 램프는 나와 엥글이 미주에 여행 갔을 때 산건데”. 녜화링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그때 이 램프을 보고 너무 맘에 들어 바로 구매했는데 아이오와에 와서 아무리 기다려도 배달이 되지 않는 거야, 그래서 포기하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받게 됐어.” 녜화링은 테이블에 놓아져 있는 정교한 조개램프를 가리키며 말한다.
90세 된 녜화링은 자주 잊어버린다. 어떤 때는 방금 뭐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같은 물음도 몇 번씩 물어보면서 사과를 한다. “죄송해요, 방금 물어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집안에 놓인 사물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들과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사소한 것들도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 “1978년에 소설가 아이칭을 만나러 중국에 갔을 때 차가 골목길에서 더는 들어갈 수 없어 나와 엥글은 걸어가게 됐었지. 당신도 알잖아, 베이징 골목길이 얼마나 좁은지. 걸으면서 멀리 보니 누군가 집 앞에 서서 이리저리 보고 있는 거야, 가까이 가서 ‘아이칭’하고 불렀지. 그러자 아이칭은 나보고 ‘왜 인제서야 왔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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