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의 미학 ‘한국의 冠禮’

남자아이가 관을 쓰는 관례와 여자아이가 쪽을 지고 비녀를 꽂는 계례는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 사회적 존재로서 공인을 받는 의례이다. 과학화,산업화 시대의 올바른 셩년의 길을 제시하는 보존해야 할 전통의례 중의 하나이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8-28 14: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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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심양에서 다시 선보인 한국의 冠禮 

 

지난 7월 31일 중국 심양시 무순의 신한민속촌에서 한국전통 성인례가 열렸다. 한국 대구에 있는 한 민간예절원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 예절원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외동포 청소년과 입양 청소년들에게 성인의 참된 의미를 알려주고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이 담긴 의례를 알리고 싶어 했다. 때마침 전 스웨덴 금정호 대사가 심양 총영사에게 ‘도산우리예절원(원장 이동후)’을 소개하면서 일이 성사되었다. 


한국 전통예절에서 관례(冠禮)는 남성들의 성인식이며, 계례(笄禮)는 여성들의 성인식이다.한인들과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북 3성에서는 지금까지 전통에 입각한 관례와 계례를 올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동안 전통문화를 동포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써 온 김관식 대표의 도움으로 무순 신한민속촌 전통 성년례를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산업화시대에 들어서면서 한동안 없어진 이 전통관례를 중국에서 다시 복원시킨 것은 지난 11년간 전통예절 계승에 헌신해 온 도산우리예절원에게는 또 다른 감회였다. 

  

▲ 도산우리예절원에서 스웨덴을 방문하여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모습

일제의 말살정책과 서구사상 속에 매몰된 한국의 儀禮 

 

예(禮)에는 변해도 되는 것과 변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공자는 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공손하면서 예가 없으면 한갓 수고로움에 지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예가 없다면 두려워하는 것이 되고, 용감하면서 예가 없으면 난폭함에 지나지 않고, 올곧으면서도 예가 없다면 이건 융통성이 없이 조급하기만 하고 두서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예는 근대 역사 속에서 수난의 시절을 겪었다. 도산우리예절원 송미화 사무국장은 한국의 전통예절이 광복과 6.25와 국가정체성의 혼란시기를 거치면서 민족의 발전을 저해하는 거추장스러운 행사로 치부되었다고 말한다. 송미화 사무국장은 이동후 원장의 교재인 <하동상변> 중에 있는 말을 빌어 한국 예절의 현대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예의는 조상들이 지켜오던 전통예절을 시대에 따라 방법적으로 조금씩 변하는 것입니다. 반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의 근본까지 변화시켜 본말이 전도된 사고를 가지고 행하는 것을 ‘허례허식’이라고 합니다. 의례의 근본 뜻을 생각해 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일제에게 짓밟히고부터 전통의례를 허례허식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일제의 간악한 우리 예(禮) 말살정책에 편승한 친일부류들과, 소위 신학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서구우월주의 사상의 제물이 되어‘개혁’이란 이름아래 한국 고유정신이 압살되어가고 국적 없는 의례가 되어 버렸습니다.”


민간에서 다시 피워 올린 전통예절의 횃불 


▲ 관례를 올리기 직전의 한국 남성 2명의 모습. 엄숙하고 단정한분위기가 느껴진다.

▲ 한국 여성 2명이 계례 중 성인으로서의 가져야 하는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해 듣고 있다.

도산우리예절원은 지금까지 11년 동안 이동후 원장의 무료강의와 수료생들의 무료봉사로 예절교육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예절단체로서는 처음으로 학교에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통관례와 계례를 실시한 것도 도산우리예절원이였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2년 전에는 회원들의 자비를 모아 스웨덴에 나가 한국 전통예절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해 현지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전통예절은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존중하는 미풍양속과 함께 시대에 맞게 발전되어 왔다. 송미화 국장은 그의 석사 논문에서 관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관례(冠禮)는 어린이가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하면서 사회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무를 일깨우기 위해 올리는 유교의 전통적인 의례(儀禮)로 남자아이가 상투를 틀어 올리고 관을 쓰는 관례와 여자아이가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 계례(笄禮)를 아울러 말한다. 즉 관례는 부모의 보호를 받는 어린이의 단계에서 벗어나 가정과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과 책임을 갖는 사회적 존재로 공인을 받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전통관례(傳統冠禮)의 절차는 세 번 갓 씌워주기, 술을 부어놓고 당부하기, 字 지어주기로 나눌 수 있다. 세 번에 걸쳐 머리에 쓰는 관을 바꾸어 주는 것은 처음 관을 씌우면서 가정 내에서 성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일깨워주고 두 번째 관을 씌우면서 사회에 나가서 성인으로서 지녀야 할 자세를 일깨워준다. 세 번째 관을 씌워주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일깨워준다. 관을 더해 가는 절차를 통해 축사를 하고 점점 더 덕이 높아지기를 당부한다. 술을 부어놓고 당부하는 절차를 통해 관례를 올리는 주인공을 성인으로 인정하고 예를 완성하며 자(字)와 자사(字辭)나 자설(字說)를 통해 평생 동안 지켜가야 할 삶의 지표와 덕목을 제시하였다.


관례를 할 때 자(字)를 지은 이유를 밝히고 훌륭한 선비가 되기 위한 인생의 좌표와 평생 동안 실천할 덕목을 담아 자사(字辭)나 자설(字說)을 지어주거나 관례를 마친 이후에라도 자(字)의 의미를 자사(字辭)나 자설(字說)로 써서 주었다. 남자는 관례 시에 여자는 계례 시에 자(字)를 짓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반드시 이것을 지킨 것은 아니다. 형제들의 자(字)를 한꺼번에 짓기도 하고 추후에 자(字)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자사(字辭)와 자설(字說)은 관례(冠禮)를 올려주는 빈(賓)이 지어주기도 했으나 스승이나 유명한 문인에게 부탁하여 자(字)에 함유된 덕목의 실천을 권하기도 하였다. 


관례나 계례를 통하여 자(字)라고 하는 새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자(字)를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자(字)를 짓는 의미와 자(字)의 상세한 뜻을 전달하고 한 집안,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생 동안 명심하고 지켜가야 할 가치와 규범을 일러주고 새로운 마음 자세를 당부한다.


<송미화(2013), 字의 傳統과 現代的 活用에 관한 研究, 영남대학교 석사논문 중에서>
송미화 사무국장은 논문에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자녀가 성인이 되는 의례(儀禮)를 중시하였고 그 절차에 정성을 들였다. 사회가 그 구성원을 성인으로 인정하는 현재의 성년례에서 가정이 중심이 되고 부모도 자녀가 成人이 됨을 인식하는 의례(儀禮)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집안과 문중의 행사로서 성인됨의 책임을 느끼고 나아가 인격적으로도 평생을 통하여 완성된 인간이 되도록 당부하며 집안의 대를 이어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해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禮, 욕망을 절제하고 관계를 아름답게


‘예’로써 인류사회는 어떤 가치와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순자(筍子)』에서‘예(禮)는 왜 생겼을까’하고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기를 사람의 끝없는 욕망에 비유하였다. 즉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이것(욕망)을 구하려고 하며, 구하려고 하는 데는 절제와 한계가 없으면 서로 다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투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궁(窮)해진다. 

 

▲ 중국 심양 신한민속촌에서 성년례를 치룬 후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옛 임금들은 그 어지러워짐을 싫어하여 예의를 정해서 이를 분별하게 하였고, 사람의 욕망을 길들였으며, 사람들이 구하는 바를 공급하여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욕심이 재물에 궁하지 않도록 하고, 재물은 반드시 욕망으로 인하여 바닥이 날 정도로 부족함이 없도록 해서, 이 두 가지를 서로 조화되게 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예가 생겨난 까닭이다. 

 

우리는 지금 무한 속도의 열차를 타고 21세기의 물질문명 속을 지나가고 있다. 과학적 사고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GDP, 환율, 금리, 가격 등의 숫자이며 계속 멀어져만 가는 것은 관계와 정신이다. 


이 열차는 ‘지금, 그리고 여기’오로지 현실 속에만 안주하며 브레이크 없는 욕망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시대 우리가 소홀했던 사람과 사람,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숭고한 정신들을 우리는 한국 전통예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구촌의 많은 미풍양속들이 산업화시대에는 없어졌다가 일부 학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다시금 발현되고 있다. 


이번 심양에서 열린 관례는 7월에 열리기로 한 <심양한국주>가 메르스로 9월로 연기되었으나 한국의 관례만은 앞당겨 추진한 것이다. 


무순에 있는 신한 민속촌에서도 앞으로 이 행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오는 9월 11일~15일까지 중국 심양에서 메르스로 미뤄졌던 <심양한국주> 행사가 열린다. 도산우리예절원에서는 한국청소년선비문화운동본부(대표 전대일 全大一)와 함께 조선족 청년회 회원 중에서 관례 1명, 계례 1명을 선정하여 성인례를 올려줄 예정이다. 

 

도산우리예절원은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가야 할 한국적인 전통예절의 정신은 바르게 보존하고 계승하며 현대인들의 삶 속에 품위 있는 한국의 예절이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시민운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 대구‘도산우리예절원’ 송미화 사무국장 인터뷰


 

송미화(宋美花) 

-가정학박사, 한문교육학석사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전공 박사과정중

-한국전통의례보존협회 전수자교육원 원장
-도산우리예절원 사무국장
























문: 도산우리예절원의 설립목적과 역할은 무엇입니까? 


답: “도산우리예절원은 2005년 3월‘한국 예절을 바로 알고 바로 행하고 바로 알리기’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우리예절 바르게 알기·바르게 행하기·바르게 알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근본은 ‘수신(修身)’입니다. 예절은 삶이기 때문에 삶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부모를 존경해야 자식들로부터 존경을 받습니다. 현대의 부모들이 자녀가 성인이 되는 의례를 집안 중심으로 시행하여 일정한 나이가 되면 모두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례(冠禮)를 통하여 성인이 된다는 의미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킵니다. 관례의 축사를 통해 점점 덕이 높아지고 자(字)와 자사(字辭)나 자설(字說)을 통해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규범과 인생의 좌표를 제시하여야 하다는 점을 부모교육을 통해 인식시켜 나갑니다.


문: 국적불명의 기념일이 청소년들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관례와 계례는 이것들과 무엇이 다른가요? 


답: 방법으로 전통의 관례(冠禮)와 계례(笄禮)는 진지함과 간절함이 잘 드러나는 의례(儀禮)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서 청년기로 진입하는 시기에 자(字)의 전통을 살려 자(字)를 지어주고 자(字)의 의미를 담은 자사(字辭)와 자설(字說)을 지어주는 관례(冠禮) .계례(笄禮)가 가정의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성년이 된 고교생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년의 뜻을 새기는 관례(冠禮) 등 전통예절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 어떤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답: 강의를 해주시는 분은 유학자이신 퇴계 이황 선생의 15대손인 이동후 원장을 비롯해 금정호 전 스웨덴 대사 등 20여명입니다. '주자가례(朱子家禮)' 등 예서(禮書)를 중심으로 실습을 곁들여 교육하고 계십니다.
교육과정은 1년 과정은 매주 토요일 3시간씩 120시간을 교육하며 교육비는 무료입니다. 교육내용은 관혼상제를 비롯해 글로벌 시대에 맞춘 현대예절과 옛 시(詩) 읽기, 음식·언어·예절 등을 교육하며 축문·제문 등을 읽는 실습과 서원·종택 탐방 등 현장학습도 진행됩니다. 1년 과정을 마치면 '예절지도사' 자격증이 주어집니다. 2015년 8월 현재까지 주부와 공무원, 교사, 교수 등 400여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고 지금은 11기가 교육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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