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마을, 한 손으론 농사, 한 손으론 주식투자

많은 주민들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주식투자로 돈을 모으고 집을 일으키려는 사람도,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도 없다. 주식투자를 여전히 도박과 동일시 하는 어르신들에 반해 주식에 투자하는 주민들은 ‘마작을 두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7-30 13: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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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위에웨이 산시(陕西)싱핑(兴平)] 산시(陕西) 싱핑(兴平)시 중심에서 난류춘(南留村)까지의 거리는 11km 정도이다. 난류춘은 그 소재지 싱핑시와 발전수준이 달라 싱핑시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도착한다. 


‘위안(塬)’은 황토고원이 강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지형으로 평평한 단 모양을 띄며 사방은 험준하고 정상은 평평하다. 난류춘이 위치한 곳이 바로 이 정상의 평지이다.


아침 7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주민들 전체가 잠자리에서 깨어났다. 과수원, 밀밭 할 것 없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농지마다 주민들이 들어가 작업을 하고 있다. 난류춘에서는 거의 모든 집에서 밀이나 사과를 제배 한다. 밀은 식량, 사과는 주된 경제소득이 된다. 농한기에는 싱핑, 웨이양(咸阳), 시안(西安)으로 나가 조그마한 장사로 돈을 번 주민도 적지 않다.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난류춘 주민들은 “사람들이 부지런하다 보니 90만 위안, 120만 위안, 160만 위안 짜리 차를 산 집도 있죠.”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위의 경우는 극히 일부로 주민 대부분은 이미용 또는 중고TV나 휴대폰을 수거하는 장사를 한다.
농작물과 농한기 장사로 생활비 외의 여윳돈이 생기자 주민들이 ‘투자’——주식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난류춘 주민들의 주식투자는 2006년에 시작되어 2014년말 증시가 회복되면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2015년 설 이후에는 증시의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현재 800여 주민 가운데 200여명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마을의 난둥량(南栋梁) 서기는 아예 안방에 TV를 설치하고 컴퓨터로 주민들에게 증시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주민의 4분의1이 주식투자를 하면서 조용하던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중국증시는 오랜 내림세 끝에 다시 한번 회복세가 나타났다. 농민들의 주식투자와 ‘주식투자마을’이 최근 중국증시번영을 설명해 준다. 


“마작보다는 훨씬 나아”
60세를 넘긴 류졘안(刘建安)은 옅은 파랑셔츠와 짙은 색 재킷, 흰색 캐쥬얼 바지, 옅은 갈색구두 차림에 차가 가득 담긴 PVC 컵을 들고 마을위원회 맞은편 전봇대 아래의 받침돌에 앉아 있다. 


그 역시 오랜 주식투자자로 마을에서 가장 먼저 주식을 접한 사람 중 하나로써 사람들에게 ‘난류형님(南留大哥)’이라 불라기를 더욱 바란다. ‘난류형님’은 그의 QQ 예명이자 증권가에서 그를 부르는 호칭이기도 하다.


류졘안은 “2006년이었지. 그때 나는 마을 부(副)서기였는데, 서기와 촌장에게 주식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어.”라며 당시의 주식투자상황을 회고했다. 싱핑에 증권사도 없을 때라 그와 다른 세 명의 투자자들은 시안으로 가서 계좌를 개설할 수 밖에 없었다. 


8년 후 60세가 되어 주식투자 첫 해의 성적을 떠올리며 류졘안은 기말고사를 망치고 부끄러워하는 초등학생의 표정을 지었다. “1년동안 이론이랄 것도 없이 주식 사는 법을 배웠어요. 연말에 정산을 해보니 8천 이상을 벌긴 했는데 수수료로 8천 이상이 나갔더라 고요. 결국 몇 백 위안 손해 봤죠.”


군인출신인 류졘안은 밖에서 사회의 상황을 보았으며 머리가 좋고 시야가 넓었다.
그는 “농사는 몇 무(亩)만 해서는 안 된다”며 “10무(亩) 작물이 죽으면 1년에 1만위안도 못 번다.”고 덧붙였다.


류졘안 집의 농지 면적은 8.7무(亩). 5무(亩)는 밀, 나머지는 사과농사를 한다.
밀과 사과는 난류춘 주민들의 기본작물이다. 농지는 인원수에 따라 분배되며 무엇을 심을지는 각 가정이 결정한다. 초기에는 기본적인 밀과 옥수수 외에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처음에는 부추, 후에는 과일도 심는다. 농한기에는 탁상고원에서 내려가 장사를 한다.


외지로 나가 장사를 하게 되면서 난류춘 주민들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최초의 투자자금도 모았다.
마을은 4천명가량의 주민이 11개의 조로 나뉘어 생산한다. 류졘안에 따르면 마을 전체의 830가구 중 약20% 가량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주식투자로 돈을 모으고 집을 일으키려는 사람도,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도 없다. 주식투자를 여전히 도박과 동일시 하는 어르신들에 반해 주식에 투자하는 주민들은 ‘마작을 두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류졘안이 처음 주식을 알게 된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난류춘 주민들이 가장 많이 보는 후베이TV의 증시프로그램을 통해 난류춘의 많은 주민들이 주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류졘안은 TV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주식투자 ‘조직’을 찾아 가입한 후 겸허하게 가르침을 구한다. 그는 난류춘 주민들이 공인하는 전문가이면서도 인터넷의 ‘증권분석가’들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현재 가입해 있는 한 주식투자 QQ의 경우 주인이 베이징(北京)에서 매일 자신이 어떤 주식을 얼마나 사고 팔았는지, 왜 그렇게 투자 했는지를 공개하는데, 류졘안은 그를 ‘스승’이라 부른다. 


그는 “매일 ‘스승’의 분석을 보면서 얻은 게 많아요. 설명을 정말 잘 해 주시거든요.”라고 말했다.
오전 8시정도가 되면 류졘안은 오토바이로 가족들을 사과 밭에 데려다 준다. 밀 수확뿐만 아니라 사과에 봉지를 씌우고 약도 쳐주어야 한다. 


류졘안은 농사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스스로가 자신이 주식투자를 주업으로 농사를 겸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직업투자자’라 소개한다. 자신의 최근 수익은 밝히지 않았지만 모든 수익 전액은 가족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류졘안은 매주 4~5개 주식의 동향을 자세히 연구해 구매여부를 결정한다. 그는 주식투자를 하는난류춘 주민의 대부분이 주식에 대해 전혀 모른 체 ‘되는대로’ 사고 있다고 직언했다.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도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투자를 제안한 적도, 대신 투자를 해 준 적도 없다. “친형제라도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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