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학은 의사의 기본적 소양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일종의 기술 혹은 서비스 관계이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인문학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제도의 재설계는 물론이고, 인문의학을 기르고 이를 주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각적으로는 아니지만, 서서히 그 효과가 퍼져나갈 것이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6-25 13: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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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학협회 회장 장옌링. 사진/CNSPHOTO

 

[글/왕쵠바오] 장옌링(张雁灵)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년 중국의사협회(中国医师协会)에서 관련 부처에 신청한 <중국인문의학> 잡지의 출판이 최종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옌링은 중국의사협회 회장으로 <중국인문의학> 잡지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인문의학’이란 무엇일까? 장옌링의 말을 빌리면, 의학 전반에 인간적인 배려가 깔린 것으로 ‘존중’과 ‘사랑’으로 귀결된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각박한 오늘날, 이 문제는 다시금 우리를 되돌아 보게 한다.


장옌링은 제4군의대학(第四军医大学) 임상의학과와 국방대학(国防大学) 기본학과(基本系)를 졸업한 후 주임 의사, 교수, 박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군직(正军职)이다. 또한 베이징군구(北京军区)위생부 부장과 노먼 베쑨 군의학원 원장, 총후근부(总后勤部)위생부 부부장, 제2군의대학(第二军医大学) 학장 겸 당위서기, 총후근 위생부 부장 등의 직위를 역임해왔으며, 2012년 중국의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2003년 사스(SARS)가 발생했을 때 장옌링은 사오탕산(小汤山) 사스병원 원장과 당서기를 겸직하였다.
최근 장옌링의 최대 관심사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이다.
의사는 약간의 귀족정신과 매너가 필요하다.


중국신문주간: ‘인문의학’이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인 개념인데,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장옌링: 문자적으로 보면 ‘인문의학’이란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입니다. 좀 더 확장해 보면, 의학에 인간적 사랑의 문화와 행위가 충만한 것이죠. 이는 ‘존중’과 ‘사랑’의 두 단어로 귀결되며, 존중과 사랑이 바로 인문의학의 출발점이자 인문의학이 영원히 가지고 가야 할 요소입니다. 


인문의학은 의사와 평생을 함께합니다. 한 학생이 교문을 들어서면 우리는 인문학적 지식을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인문학적 지식과 이론, 개념이 없다면 그 학생은 좋은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의사가 된 이후부터 매일 자신의 의학 기술을 이용해 환자에게 봉사합니다. 기술을 통해 환자에게 사랑과 도움을 주려면 인문의학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환자의 나이와 신분을 막론하고 의사는 항상 인간적인 배려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국신문주간: 좋은 의사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요?


장옌링: 좋은 의사는 반드시 다음의 조건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자신의 직업을 사랑해야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신성한 것인데, 일부 의사들은 이를 사랑하고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닌, 먹고 살기 위한 직업으로만 여깁니다. 그러니 방향이 틀어지는 것이죠. 


중국 옛말에 ‘부디 재상이 되지 말고 명의가 되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다케시타 노보루 전 일본총리와 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인생 최대의 목표가 의사가 되는 것이었으나, 시험 점수가 부족하여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의사는 존경 받는 직업입니다. 의사의 수입이 높아서가 아니라, 의사라는 이 직업 자체가 매우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 외과학 창시자인 츄파쭈(裘法祖)는 “부처님만큼의 덕이 없는 자는 의사가 될 수 없으며, 신선만큼의 기술이 없는 자도 의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의사에 대한 츄선생의 요구치는 매우 높습니다. 현재 일부 의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하찮게 여기거나 저평가 하는데, 이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죠. 그러므로 좋은 의사로서의 첫째 조건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둘째, 좋은 의사는 반드시 자기 환자를 사랑해야 합니다. 의사의 의술이 높다는 것은 환자로부터 얻은 경험이 많다는 것이므로, 의사는 자신의 환자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해부를 배울 때는, 먼저 시체 앞에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정중하게 시체를 해부합니다. 국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이러한 의식을 없애버렸으며, 시체 앞에서 장난을 치며 노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는 모두 인문의학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환자에게 감사할 줄 알고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절대로 환자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겨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의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환자를 이익 추구의 대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마저도 버린 사람입니다. 


현재 몇몇 병원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돈봉투를 받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쓰도록 요구하는데, 이런 방법에도 회의가 듭니다. 이 같은 궁여지책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멀어졌고 도덕의 힘이 무력해졌음은 물론이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는 계약 관계도 아니고, 거래 관계는 더더욱 아닙니다. 환자가 도움을 청하고 의사가 기술로 치료하는 것은 계약으로 구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좋은 의사는 질병을 사랑해야 합니다. 의사는 자신이 전공하는 질병을 깊이 파고들어 연구함으로써 질병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창조해야 하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줄 아는 것이 환자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넷째, 좋은 의사는 인문학적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제2군의대학에서 학장을 맡았을 때, 전교생이 반년 넘도록 토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의과대학의 정신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었죠. 결국, 모든 학생이 ‘박아(博雅), 인애(仁爱), 독행(笃行)’이라는 6개 글자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이 6개 글자가 학교의 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박아’란 의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으로 넓은 마음과 고상한 성품을 말합니다. 그래서 제가 의사는 약간의 귀족정신과 매너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귀족정신은 돈이 있다는 것과는 다르며, 매너 역시 가식적인 것과는 다른 것으로 일종의 품위와 교양을 말합니다. 


다음은 ‘인애’인데요, 인애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길에 사람이 쓰러져 죽어 가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할 수 없으며,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생명을 구하지 않아서도 안 됩니다. 요즘 의료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의사는 이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저는 정의와 진리가 좋은 사람들의 편이라고 확신합니다. 요즘 들어 병원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의료 설비도 더욱 정밀해지고 있으며, 환자의 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의사의 인문학적 배려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행’이란 의사가 평생 동안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 지식으로 환자에게 봉사하는 ‘지행합일’을 말합니다. <예기>에 ‘널리 배워 다함이 없고, 독실히 행하여 게으르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학의 실천이 의학의 이론을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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