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다시 그리는 잃어버린 세계
- 그들은 할리우드 3D에니메이션과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는 아일랜드민족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것 만으로도 경의를 표할 만하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4-23 11:55:45
[영화평론가/무웨이얼] <Song of the Sea>는 더우반(豆瓣)에서 평점 9점을 받았다. 영화 팬들은 영화에 대한 극찬을 아까지 않았다.
2015년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최고작품상 경쟁에서 아일랜드 작품 <Song of the Sea>는 일본의 <가구야공주 이야기>와 함께 디즈니의 <Big Hero>에 패했다.
허망한 세계1위를 차지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며 <Big Hero>의 평판이 워낙 좋긴 했지만 세 편의 애니메이션을 늘어놓고 보면 <Big Hero>는 ‘싹’으로 승부한 상업법칙으로 엔딩이 진부하다.
미국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새로운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인 풍습과 생활양식에 있어 천 년을 전해 내려오다 갑자기 기억되기 시작한 오랜 전설보다 훨씬 못하다.
그러나 한가지 인정할 만한 점은 <Big Hero>의 내용이 쉬워 청소년들이 보기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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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g of the Sea> 스틸 컷. |
<Song of the Sea>는 관객들도 예상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가 있다. 바로 바다표범소녀가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마지막에 넣어 십여 분의 긴 인사를 통해 오래된 전설이 멀리 떠났음을 선포한다.
초반의 바다표범소녀는 옹알이를 하며 고동피리를 불더니 중간에 순간 반 화석으로 변하고 머리카락도 하얗게 되어 동정심과 걱정을 유발한다.
클라이맥스도 다소 뻔해 무성영화 중의 인물이 이야기를 하거나 <City Light>의 맹인 여주인공이 눈을 뜨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혹자는 오래된 전설과 동화이야기는 영화로 찍기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말 것이라면 곧이곧대로 그림책을 보면서 이야기나 해 주면 된다.
아이들을 재울 수 있는 이야기면 좋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어른들도 함께 감상하면서 잔잔한 감동과 애잔함을 자아내려면 제작자의 강력한 표현력이 있어야 한다.
<Song of the Sea>는 <가구야공주 이야기>에 비해 어느 정도 전통을 더 살렸다(현대해변소도시를 무대로 하긴 하지만). 그러나 화풍이 시종일관 같고 ‘광란의 밤’이 나타나지 않는다.
톰 무어의 전작 <켈스의 비밀>와 마찬가지로 <Song of the Sea>는 거의 투시할 필요가 없다. 섬이든 소도시든 자재화의 느낌이 물씬 난다. 혹자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쉽고 어눌해 현대 애니메이션들의 흐름을 따르지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작품은 섬의 예술적인 회오리를 최고의 경지로 표현해 냈다. 날렵한 선과 매끄러운 점, 은은한 색체가 장면 마다 아름다운 작품을 연출한다. 각 장면을 띄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감상하기에 손색이 없다 해도 고언이 아니다.
인간, 정령, 동물, 바다. 모든 것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선으로 표현된다. 선은 또한 이들을 휘감아 하나로 연결시킨다. 오빠는 가진 돈으로 여동생을 끌거나 작은Q의 강아지를 묶는다.
정령의 뒤엉킨 백발은 가닥마다 사람과 이야기가 담겨있다(고대 사람들이 새끼로 매듭을 지어 기록한 것을 생각한 것일까). 이런 신기한 설정이야 말로 전설 만이 가질 수 있는 놀라운 매력이 아닐까.
영화에서는 톰 무어 감독이 선을 강조해 그린 궁극적인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현대의 생활과 오래된 전설 사이에서 애니메이션이 문자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문자 외의 상상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선이라는 것이다. 영화에는 퀼트의 변천도 표현되어 있다.
고운 색들이 겹쳐지는 다양한 그림, 풍성한 디테일, 놀라운 정보 등의 모든 요소들이 전설을 더욱 전설답게 연출하고 있다. 선은 무어 감독이 글을 쓰는 세계언어로서 관객들의 동심과 삶의 초심을 불러일으킨다.
혹자는 아일랜드의 전설과 정령이야기를 고증하며 고시대 사람들이 만든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여성이 출산을 하다 죽자 남자는 ‘엄마가 바다표범소녀로 변해 바다로 떠나서 돌아오지 않을 거야’라고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한 세대 또 한 세대 전해지면서 지금의 동화가 되었지만 현대관객들은 그렇게 신기한 바다표범소녀가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믿고 싶어진다.
눈물이 많은 어른들은 이 한 장면이면 주인공의 아픔과 슬픔을 읽을 수 있다. 신비의 망토가 강아지 외에 가장 생명력 있는 존재는 아닐까? 미야자키하야오의 포뇨를 떠올릴 사람도 있을 만도 하다.
전통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할리우드 3D애니메이션과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어쩌면 여기에는 무엇을 중시하고 경시할 것도 없이 각각의 우수한 문화의 배후에는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다른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Song of the Sea>는 아일랜드민족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것 만으로도 경의를 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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