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같은 그대
-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 홍상우 감독은 10~20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해 왔다. 작가가 볼 때 그는 예술가이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4-23 10:47:14
[영화평론가/무웨이얼] 영화 <자유의 언덕(自由之丘)>은 한국의 유명한 감독 홍상수(洪常秀)의 16번째 작품이다. 중국에는 그의 영화 팬이 많지 않지만 한국에서 수만~수십만 관객의 관객이 그의 영화를 찾는다.
필자는 홍감독을 좋아한다. 철저히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고 고도로 산업화 된 한국 영화시장에 아직까지 이런 제작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부럽다.
<밤과 낮>이 수출된 후 홍상수는 펠(Pell) 등 유명배우들을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켰다. 이번 작품<자유의 언덕>의 남주인공은 일본의 실력파 배우 카세 료(加濑亮)가 맡았다.
카세 료가 거칠게 담배를 빨고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등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매우 낯설다. 전까지 선입견 수준으로 김상경이나 김태우가 주로 맡던 ‘상남자’ 역이다.
카세 료는 요시다 켄이치(吉田健一)의 <시간(时间>을 읽으며 투명한 우산을 쓰고 ‘일본남자배우 산카(三甲)’라는 호칭의 영어를 구사하는 ‘문예남신’의 모습으로 홍감독의 작품에 합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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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관객들은 남자주인공의 편지를 보면 은연중에 헷갈리게 된다. 이후 스토리의 시간전개도 뒤죽박죽 되고, 같이 심도 있게 실마리를 풀어가는 영화와 달리 <자유의 언덕>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선물을 주듯이 언제 싸웠는지, 어떤 여자를 구했는지, 문을 잠근 후에 어떻게 해결했는지 헷갈리다가도 스토리는 이해가 되고 두리뭉실 넘어가는 부분도 많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자유의 언덕>은 뜻밖에 디즈니동화 같이 아름답고 원만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는 이것이 꿈 이었음을 관객들에게 재빨리 상기시킨다. 이전에 잃어버렸던 편지 한 장이 떠오르면서 영화는 결론이 거의 없어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었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홍감독의 영화를 싫어하는 관객들은 <자유의 언덕>이 한결같이 지루하다고 말한다. 그 지루함을 표현하기 위해 조롱 당하고 할일 없이 빈둥거리며 입가에 수염을 빽빽이 기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마치 예술가 같다. 욕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간을 소모하고 때우는 것은 예술가나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로 다른 것들의 낯선 어색함을 시도한 것은 일본인, 한국인, 서양인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다. 홍감독이 연출하고자 한 황당한 상황이기도 하다. 갈 곳 없는 이 사람들은 길을 가다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거나 욕하고 싸우고 여자 꼬시기를 일삼는다.
그 중 한국남자가 아가씨에게 표독스럽게 욕을 퍼붓는다. 그녀는 창녀로 입이 거칠고 교양 없으며 헛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선입견적인 난폭한 생각은 마치 실패와 결부된 현실의 재연인 듯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아가씨 역을 맡은 여배우가 홍감독의 전작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의 여주인공 이었다는 사실이다.
극중 여주인공은 <임종자의 고독>이라는 책을 읽는데, <자유의 언덕>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된다.
<자유의 언덕>의 불안정한 시간은 혼란스러운 편지에 나타난다. 더불어 주인공은 극도로 기면한 상태로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현실과 꿈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가 그녀를 찾았는지를 알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주인공의 대사처럼 중요한 것은 그가 그녀를 찾았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한동안의 시간이다.
영화는 국가를 초월한 옛 사랑의 전말을 자세히 그리고 있지 않다. 새로운 사랑에 대해서는 부드러운 자장가 역시 전형적인 해후 임을 알려줄 뿐이다. 사랑할 사람을 찾고 싶을 뿐 ‘인간쓰레기’면 또 어떻느냐는 커피소녀의 말에 주인공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여자는 세 단락에 나올 뿐만 아니라 미행까지 당한다. 전형적인 옛 사랑이 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전형적인 남성의 욕망을 던진다.
<자유의 언덕>에서 남주인공은 옛사랑을 찾던 중 커피소녀와 관계를 갖고 아가씨에게 끌리면서도 외국인 아내를 계속해서 칭송한다. 여사장과의 대화에서 그는 자신이 현실의 압박을 받고 있어 꽃을 마주보며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유일한 행복을 인정한다. 따라서 사실 개념만 살짝 바꿔 ‘꽃’을 ‘여자’로 바꿔보면 <자유의 언덕>은 이해가 더 쉬워진다.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Timing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남자주인공이 A를 찾지 못하고 B를 선택하고 C를 놓치고 D를 찬미하는 것이다. Timing이 바뀌면 A, B, C, D는 가시 돌아올 것이다.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 홍상우 감독은 10~12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해 왔다. 필자가 볼 때 그는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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