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밖의 츠즈졘(迟子建)

츠즈졘(迟子建)은 격식의 소음을 벗어난 작가라 할 수 있다. 중국 최 북단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그녀는 지금까지 하얼빈(哈尔滨)에서 생활하며 추운 도시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녀의 독특함과 자신 만의 템포가 이 세계와 이어진다. 문자는 그녀가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4-27 1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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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츠즈젠(子建). 사진/전훙거

 

 

[기자/천타오]  “또래집단이라는 게 친구들과 만든 일종의 틀 이잖아요?” 중국 전국정치협상위원회 헤이룽장(黑龙江)성 작가협회 주석 츠즈졘이 의자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

 

 

“전에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이폰을 보내줬는데 이리저리 만져봐도 어떻게 쓰는 지 모르겠기에 결국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다시 쓰고 있어요.”


중국 양회(两会)에서 츠즈졘은 중화전국여성연합회(妇联, 이하 ‘여성연합’)파트에 배치되었다. 원칙대로라면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문예파트이다. “아무래도 여성연합 파트에 작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수팅(舒婷)이 인민대표대회(人大)에 가서 제가 왔어요.” 

 

검은 옷차림의 그녀가 베이징(北京) 인터내셔널호텔에서 나와 맞아주었다. 우리는 겹겹의 문을 지나 2층 로비의 찻집으로 들어갔다. “양회 분위기 좀 느껴보세요.” 츠즈졘이 웃으며 <중국신문주간>의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츠즈졘 잡음 많은 이 시대의 ‘골동품’ 같은 작가이다. 보통은 베이징에서 생활하지도 않으니 휴대폰 SNS도 쓸 일이 없다. “이거면 충분해요. 멍하게 있을지언정 책 읽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려 노력해요. 

 

하루 종일 모니터 들여다 보고 휴대폰 쥐고 있으면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작년 홍콩 중문대학에 문학 교류를 했을 때 그녀는 아직까지 ‘구식’ 휴대폰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구매했다. 


하얼빈 현지 매체는 츠즈졘을 ‘조용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 형용한다. 그녀는 현재 가장 중요한 ‘흑토문화’ 대표작가로 장편작품 10편을 포함해 80권의 책을 썼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제7회 마오둔(茅盾)문학상 수상작 <어얼구나강의 동쪽(额尔古纳河右岸)>이다.

 

올해 초 그녀는 중화민국 말 하얼빈의 흑사병 창궐을 묘사 한 작품 <하얀 까마귀(白雪乌鸦)> 출판 4년 만에 작은 북방도시의 생활을 그린 장편소설 <산들의 봉우리(群山之巅)>을 발표하였다.

 

“자신을 작품에 완벽히 투영하는 작가는 흔치 않아”


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서 츠즈졘은 작년의 역법관련규범관리, 재작년 도시 공공장소 독서공간마련에 이어 올해는 ‘대피소 건설강화, 도시 유랑,구걸 인구관리’를 제안하였다. 


“사상누각에 그치면 안 되요. 사회의 일원이자 현대사회에서 많은 소재를 얻고 있는 만큼 작가의 작품에 사회생활이 반영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츠즈졘의 말이다. 


츠즈졘은 실제로 환경보호에 관심이 매우 많다. 차이징(柴静)이 제작한 스모그 관련 다큐멘터리에 대해 츠즈졘은 “어떠한 논쟁이 있든 차이징이 한 일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하얼빈에서 생활하는 츠즈졘 역시 매년 난방 량이 늘어나면서 스모그 지수가 기준치를 초과할 때가 많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하얼빈은 매우 아름다운 ‘얼음의 도시’인데 눈이 오염되면 절대 안되죠. 난방업체에서 태우는 갈탄은 세정을 거치지 않으면 공기가 크게 오염 되요.”

 

그녀는 또한 중국 정부에 “지난 2년 동안 난방비는 인상되었는데 석탄의 질은 왜 낮아졌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정부를 추궁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츠즈졘은 공기 질 지수를 확인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스모그가 있는 날은 눈이 따갑고 코도 안 좋아요.” 


츠즈졘은 인터넷도 거의 하지 않는다. SNS 계정을 만든 후 5년 동안 올린 글은 100개 남짓하지만 팬들이 남긴 댓글은 200만개에 달한다. 그녀는 양회기간에 생일을 맞았다. 그녀는 51년 전인1964년 정월대보름 중국 최 북단에 위치한 모허현(漠河县) 베이지춘(北极村)에서 태어났다.


“날이 저물 무렵에 태어났어요. 아버지께서 대보름에 등을 다는 풍속을 따서 잉덩(迎灯)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어요. 펜들도 자기들을 ‘덩미(灯谜)’라 불러요. 올해 펜들이 생일선물로 만들어 주신 동영상 보셨어요? 정말 감동적이고 마음에 들어요.” 


팬들은 츠즈졘을 ‘츠즈(迟子)’라 부른다. 5~6살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는 독자들이 포탈라궁 앞, 싼야(三亚)의 해변, ‘배이지춘(北极村)’이란 지명이 새겨있는 비석 앞에서 그녀의 작품 <산들의 봉우리>를 생각하며 남긴 영상메시지를 누리꾼 윈멍야오(云梦瑶)가 15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60명이 모여 <어얼구나강의 동쪽>을 필사한 팬들, 신치지(辛弃疾) 작품의 구절을 필통에 새겨 보낸 팬, 똑 같은 카드를 제작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독자도 있다. 


“자신을 완벽히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가 많지 않은 시대, 세상에 밤뿐일지라도 우리가 작가님과 함께 할게요.” 팬들이 남긴 메시지다. 조용하고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확보된 많은 ‘고정 팬’들은 츠즈졘의 모든 작품을 찾아 읽으며 그녀가 오랜 집필로 경추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즈졘(子建)’이란 이름은 차오즈(曹植)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정월대보름에 태어난 그녀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츠즈졘은 어린 시절을 베이지춘(北极村)에서 보내다 가족을 따라 린현(临县) 타허(塔河)로 이사한다. 그녀는 다싱안(大兴安)산맥의 사회생활과 소수민족 역시 관심이 있었다, 


어린 시절 츠즈졘은 어룬촌(鄂伦春)사람들이 화피 가방에 노루고기 같은 것들을 담아 말을 타고 산을 내려와 소금과 교환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때만 해도 어룬춘 사람들이 산 속에 살았는데 나중에 산을 내려와 정착하고도 말 타기를 좋아했어요.

 

생활은 한족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들의 문화가 온전히 남아 있었죠.” <어얼구나강의 동쪽>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 바로 다싱안고개의 다른 한 편의 지금까지도 산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원커(鄂温克)족 사람들이다.

 

“어원커족이 전부 그렇게 사는 줄 잘못 알고 계시는 독자들이 많은데, 사실 어원커족은 한 부족일 뿐이에요.” <어얼구나강의 동쪽>이 현대문명의 발전과정을 되돌아 보는 작품이긴 하지만 ‘회상이 전부는 아니다’.


‘작품에의 철저한 자기투영’, 그녀의 스타일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듯 츠즈졘은 일상의 많은 일에도 매우 열심히 한다. 양회기간 동안 그녀는 매일 회의에 참여해 옆자리가 비었더라도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발의하였다. 


성(省) 작가협회 주석으로서 츠즈졘은 “문예작품심사나 일부 행사 같은 일들을 담당한다.” 지역 청년작가들을 위한 <들풀딸기전집(野草莓丛书)> 시리즈도 소개했다. 설 연휴기간 동안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녀는 성자체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고 설 인사 겸 선배 작가를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작 <산들의 봉우리>가 출판 되었을 때에도 그녀가 베이징에 머문 시간을 신작발표회 참가를 위한 며칠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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