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자오줘] 어려서부터 청비는 공부 잘하는 착한 여자아이와 차분하고 조용한 문예청년의 ‘두 얼굴’을 보였다. 청비는 산둥에서 태어났다. ‘청비’는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변호사로 문예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중국신문주간>에서 그녀는 “어릴 때 법률계약서를 보았고 아버지도 법률을 공부해 보지 않겠냐고 물으셨는데 전혀 제가 있을 곳은 아닌 것 같았어요.”라고 회고했다.
엄한 가정교육으로 어려서부터 말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 성적이 좋았던 청비는 중점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교장추천으로 산둥대학 일본어 학과에 입학하고 베이징대학 대학원까지 진학한 입시교육의 천군만마를 지닌 인재였다.
운 좋게도 그녀는 슈퍼문예가 할머니 덕에 문예에 대한 마음이 묻히지 않았다. 민국시기 대가의 규수로 서예와 회화에 정통했던 할머니는 네 살 된 청비에게 붓글씨와 당시(唐诗)를 가르쳤다.
그녀는 할머니와 작은 쓰허위안(四合院)에서 살던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작품 최초의 영감을 얻었다. “할머니께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간직하게 하시고 전지(剪纸)창문장식을 가르쳐주셨어요. 제 미적 감각은 모두 할머니께 받은 거에요.”
10대 초반 그녀는 짧은 시를 지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을 묘사했다. “집 앞에는 나무 가득, 집 밖에는 예쁜 길(庭前花木满,院外小径芳). 사철은 여느 때처럼, 밝은 날씨가 창문을 꾸미네(四时常相往,晴日共剪窗).”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는데 악기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피아노도 몇 번 배우다 그만 뒀죠. 그런데 그림 그리는 건 좋더라고요. 시각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베이징에 와서 그녀는 또 시를 쓰기 시작하고 필름사진 촬영에 빠졌지만 어떤 일을 끝까지 한 적은 없다.
대학원 2학년때 청비는 신분을 바꿔 일본으로 갔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완전히 바뀌었다. 한 일본인 친구 집에서 처음 들은 클래식 기타소리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친구가 캐논(Canon) 직원이었는데 사진도 참 잘 찍고 클래식 기타를 치는데 그렇게 멋있는 거에요.
갑자기 제가 이렇게 오랜시간 문예취미생활을 했으면서도 그렇게 내세울만한 기능이 없다는 생각에 너무 창피했어요.” 그래서 청비는 다음날로 기타를 사 간단한 코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귀국 후 그녀는 베이징대학 기타동아리에 가입해 작곡을 시작한다. 10대때 썼던 시에 곡을 붙인 <맑은 날씨가 창문을 꾸미네(晴日共剪窗)>는 청비의 첫 번째 자작곡이다.
그녀는 본인의 자작곡으로 ‘베이징대 10대가수’가 되었고 칭화(清华)대 학생 두 명이 운영하는 온라인음악회사 산하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제안해 청비의 첫 번째 앨범 <맑은 날씨가 창문을 꾸미네>가 탄생했다.
졸업하던 해 여름, 그녀는 베이징 난뤄구샹(南锣鼓巷) ‘69뮤직카페’에서 첫 번째 콘서트를 열어 자신의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하였다. 대학시절 음악과 생활에 대한 기념이었다.
청비는 “이 앨범을 낸 다음에 정상적으로 취업해서 월급쟁이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동기들처럼 그녀 역시 진로를 결정해야 했다. 대학원에서는 동양어학과 동양미학전공 동기들은 종교, 역사를 연구하고도 졸업 후에는 금융, 증권사 또는 국가기관에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비 역시 베이징의 한 증권사에 입사했으나 “7개월 동안 기계처럼 감정 없이 일만 했다.”고 그녀는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졸업 전 베이징에서 열린 전시회 ‘디자인 중의 디자인(设计中的设计)’ 기간에 하라겐야(原研哉)가 베이징에서 강의를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건축과 학생이 팬이라면서 저에게 한 곳을 추천해주셨어요.
그분께 그분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 그분은 저를 모르셨으니까 생각해 보겠다는 말씀만 하시고는 명함을 한 장 주셨어요.” 청비는 자신의 첫 번째 앨범 <맑은 날씨가 창문을 꾸미네(晴日共剪窗)>을 그에게 보냈으나 그 후로는 이야기가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증권사에 입사하고 얼마 후 청비는 갑자기 하라겐야로부터 아직도 함께 일 할 생각이 있느냐는 내용의 E-mail을 받았다. 창비는 “무조건 가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두 얼굴을 가진 모리 걸(Mori Girl) 소녀,청비2015.06.25
- 착한 여자아이& 여성 문예인2015.06.25
- 디자이너&민요가수2015.06.25
- 예술가&CEO,모리 걸 소녀 청비2015.06.25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
- 경제
- 사회
-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