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기업이 상장에 열중하지 않는 이유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8-28 09: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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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옌샤오펑] ‘독일이 유럽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독일의 컨설팅회사 Berlin Partner 국제사무담당자 Thomas Einsfelder의 답은 ‘독일의 주식시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소 의외의 대답이다. Einsfelder의 해석에 따르면 독일은 98%가 중소기업인데, 주식시장이 발달하지 않아(독일 전역의 상장회사는 800개에 불과하다) 이들 중소기업이 잘 운영된 후에도 바로 상장되기 어려우며 투자자금만 모으고 이익금은 지불하지 않은 체 퇴출되므로 더욱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들 중소기업 중에는 가족기업이 많은데, 그들은 ‘고지식해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경제철학——‘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신봉하기 때문에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자본운용에도 재주가 없고 상장하려는 생각은 더욱이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독일 주식시장이 더욱 발달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독일의 많은 기업, 특히 가족기업이 착실하게 제품을 가장 잘 만들고 가장 잘 경영하면서도 독일의 실물경제를 매우 강대하게 변화시켰다.” 


현재 중국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모델은 미국식모델과 일본·독일식모델이다. 미국식모델은 체인모델과 인터넷모델을 위주로 속도와 규모를 중시하고 상장을 확대하며, 최대한 빨리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마케팅, 자본운용의 수단을 활용한다. 

 

이에 비해 일본·독일식모델은 가족기업 및 민족성과 관련이 깊고 미국의 고속확장모델 및 상장모델과 달리 책무, 끈기, 기술통제,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슈퍼 인터넷회사’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미국식모델의 영향을 크게 받은 중국기업들은 ‘유상장론(唯上市论)’에 따른 잠재적인 폐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상장만 하면 기업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중국들이 상장하기 위해 들썩이고 있는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일본과 독일의 가족기업의 신중하고 철저한 방법은 더욱 참고할 만한 의의가 있다.


독일기업들은 왜 상장에 열중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독일기업 중 92%가 가족기업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도 있는가 하면 화공의약계 종사자들이 잘 아는 바이엘(Bayer), 헨켈(Henkel), 메르크(Merck) 같은 ‘숨은 복병’도 있다. 이들 가족기업의 공통점은 ‘옛 것을 버리지 않는’것이다.

 

 기자는 유리업계의 ‘숨은 복병’——한스글라스(Glausbau Hahn)의 3대주인 한(Hahn)씨 부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한스글라스는 이집트 국가박물관, 루브르미술관, 베이징(北京)고궁 등 세계 최고의 미술관을 중량급 고객으로 한다. 100년 역사의 이 기업은 단호히 상장하지 않고 힘써 그 규모를 150명이내로 제한하고 있다(아는 사람이 150명을 넘으면 이름을 부르지 않게 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한(Hahn)씨는 회사규모는 자신의 아버지가 제안한 것이라며 직원 수가 규정된 범위 안에 있으면 사장이 모든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성격과 가정배경을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를 알아 감정적으로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수가 넘으면 사장은 직원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관리인에게 회사경영을 맡길 수 밖에 없고 직원들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져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회사를 그만둬 ‘집 같은 회사’의 분위기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기업은 직원과 그들의 충성, 기술, 생산공예 등을 모두 회사에 반영한다. 일부 대기업처럼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이전하거나 세계 각국에 아웃소싱 하지 않으며 경기가 가장 좋지 않았을 때에도 섣불리 감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직원이 이들 가족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삼아 일하며 3대가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업이 상장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실적을 위해 확장하고 공장을 이전하며 인원을 감축하는가 하면 상장조건에 따라 특허기술까지 공개해야 한다…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이 중요한가, 운명공동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가? 돈으로 운명공동체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까? 중국기업에서는 돈에 따라 사람(마음)이 모이고 흩어지는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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