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진달래’와 ‘진달래’꽃 같이 살아온 이상규 시인

김지영 bnu0827@gmail.com | 2018-09-14 18: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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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편집부] 이탈리아 지스폰티니(G. Spontini) 시립음악원에서 수학한 광주 출신 작곡가 정애련은 현재 대한민국 진달래가곡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그가 작사한 가곡은 한국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중 대표적인 노래가 ‘진달래’이다. 그런데 이 ‘진달래’ 가사를 창작한 이가 바로 한국 음악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눔의 대부’라 일컫는 이상규 시인이다.  

 

진달래 (诗歌名)

이상규 시/ 정애련 곡


먼 산 진달래 필 때면
텅 빈 가슴 설움만 남아
이별의 아픔 곱게 물들어 갑니다 

 

악몽 같은 그리움이
삶을 할퀴고 짓밟아 오면
우뢰쳐 불러보는 그대 이름
나는 목이 쉬었습니다. 

 

어느 때나 어디서나
꽃잎같이 피어나던 당신의 모습
굳어진 입가에 비로소
웃음이 환상처럼 번져납니다 

 

아! 꿈으로 일렁이는
진달래향기
가슴 가득 품은 채
눈 감아 봅니다. 

 

꿈으로 일렁이는 진달래향기 

 

▲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이상규 시인의 시 ‘진달래’에는 사무치는 그리움과, 그로 비롯된 아픔이 너무 절절히 그려졌고, 또 그 아픔이 다시 그리움으로 번지고, 그 그리움이 다시금 진달래향기로 피어나는 과정이 가슴 저리게 잘 그려졌다. “악몽 같은 그리움이/삶을 할퀴고 짓밟아 오면/우뢰쳐 불러보는 그대 이름”이란 시구는 세월의 온갖 풍상을 이겨낸 시인만이 찾아낼 수 있는 마음의 글귀이다. 여기서 ‘그대’는 단순히 남녀 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아는 사람이 정말 찐한 사랑을 하며 온갖 풍상고초를 다 겪어온 세상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꿈 가득 사랑 가득 품고 이 세상을 살아온 시인은 “아! 꿈으로 일렁이는/진달래향기 가슴 가득 품은 채/눈 감아 봅니다. 꿈으로 일렁이는 진달래향기”라고 읊조리고 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세상의 쓰디쓴 맛을 이겨낸 사람만이 “꿈으로 일렁이는 진달래향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규 시인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죽인다 해도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사랑을 느껴야 합니다. 지구는 사람만이 사는 게 아니거든요. 다 같이 사랑으로 살아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몸소 그런 신념을 실천해왔다. 억세게 추운 영변의 진달래처럼 고통이 즈려 밟으면 더욱 새빨갛게 타오르는 진달래 같은 길을 걸어왔다.  

 

이상규 시인은 ‘진달래’와 ‘그믐이라서’ 외에, 시집 ‘사랑의 비문’(동해 1990), ‘만나고 헤어지고 웃다가 울다가 그리고 다시 만나고’(동해 1991, 딸 지은 공저), ‘그 누군가를 가슴 저려 기다린다는 건’(동해 1993),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동해 1995), ‘순정의 고백(중국연변인민출판사, 1996), ‘찬비에 젖는다’(대한 2006), ‘도반’(토담미디어 2011) 등 수십 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시인이다. 특히 딸과 함께 공저한 ‘만나고 헤어지고……’는 당시 1991년 4개월 만에 3만부가 판매된 최고의 작품으로, 시인은 ‘KBS FM 고현정과 함께’와 MBC 방송국 ‘아침의 창’ 등에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 시인은 20여 년간 중국을 오가며 중국 조선족에 대한 애정을 다 쏟았다. 아리랑 잡지발전기금 후원 4회(96), 한마당 잡지 출판기금 후원 4회, 한얼패 수필문학상 기금 후원 3회(99), 한마당 잡지 출간기념회 및 세미나 후원, 20세기 중국조선족문학사료 전집 장기후원(2000), 인물 조선족사 제1권 출판기념회 후원, 20세기 중국조선족문학사료 전집(전 10권) 및 사학계 좌담회 후원, 심연수 국제세미나 후원, 심연수문학비 건립추진, 연변작가협회 문학상 기금 후원, 재한동포문인협회 기관지 동포문학 출판경비 후원(2012~2017), 반딧불 노래비 건립 후원 등 손을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또 소정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거의 매년 한족과 조선족 장학생을 선발해 공동 수여해왔고, 연길시 대학생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늘 자신의 처지보다는 남의 처지를 생각하는 이런 선행(善行)이 ‘진달래’란 시를 창작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사랑을 알아야 진정한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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