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사우디와 이란의 반목

진상욱 기자 amote521@gmail.com | 2016-01-25 17: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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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바레인의 수도 마나마 근교. 한 바레인 여성이 유명한 시아파 성직자 님르(Nimr)의 두상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신화(新华)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순식간에 철천지 원수로 냉각되었다. 사우디 이란대사관에서는 방화테러가 일어나고, 사우디는 이란외교관을 추방하며 국교단절을 선언했다. BBC 표현을 빌면 양국관계는 ‘가장 위험한’ 고비에 처해 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양국의 투쟁은 걸프지역을 넘어 중동의 거의 모든 주요분쟁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처형된 시아파성직자 님르(Nimr)는 무슨 덕과 힘이 있어 중동정세를 휘저었을까? 보도에 따르면 57세인 그는 시아파이며, 그의 고향 사우디는 주요 산유국이다. 그는 이란으로 건너가 종교학을 공부하며 10년 정도 생활한 후 사우디로 돌아와 시아파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투사가 되었다. 


사우디의 인구는 약 3000만명으로 수니파가 85%, 시아파가 15% 정도를 차지한다. 님르는 여러 차례 반(反)정부시위에 참여해 시아파 소수민족에 대한 사우디정부의 불공평한 대우를 비판하고 사우디왕실을 뒤엎으려 시도했다. 2009년에는 사우디 시아파 무슬림을 분열시키겠다고 위협해 사우디정부가 동부시아파 통제지역을 진압했다. 그는 또한, 2011년 ‘아랍의 봄’도 이끌었다. 위키리크스(Wikileaks)가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그는 2008년 미국외교관과의 회견에서 이란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으며 사우디 시아파의 무슬림은 이란이 종파 때문에 지지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님르와 이란의 사이가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그를 위해 나선 것은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Khamenei)다. 그는 님르를 처형한 “사우디 집권자들이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외교단절의 난국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슬람교가 생겨날 당시 수니파와 시아파의 영역과 더불어 사우디와 이란이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진영의 대표세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우디를 대표로 하는 ‘걸프협력회의(GCC)’의 6개 군주국은 왕실의 수니파가 시아파를 강력하게 압제하고 있으며, ‘시아파 맹주’라 자처하는 이란은 이슬람혁명 후 주변 시아파 거류지역에 ‘혁명을 퍼뜨리고자’하는 시도를 강화했다. 


2011년 격동 이후 중동에는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 헤즈볼라로 구성된 시아파 ‘초승달지대’가 형성돼 이란의 부상으로 잠재적인 동맹이자 ‘완충지대’가 되었고, ‘아랍의 봄’을 피해간 사우디는 이집트에 이어 아랍세계의 ‘선도자’가 되었다. 이러한 최근의 변화로 오랫동안 ‘여러 세력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던’ 중동지역의 취약한 생태계가 깨지고 이란과 사우디 ‘두 세력의 힘겨루기’ 국면이 형성되었다. 


양국 관계의 이번 위기는 1980년대 역사의 재현이다. 소위 말하는 수니파—시아파의 ‘대리전쟁’은 알고 보면 이란-이라크전쟁부터 계산하면 이미 반세기 동안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란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냉전국면은 현재 중동지역 정치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틀이라 본다. 수교단절 전까지도 사우디와 이란은 서로를 적대시하며 시리아-예멘 전쟁에서 다른 편에 섰다. 이번에 다시 시작된 갈등은 평화의 종말이다. 작년 12월 15일 예멘이 휴전을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우디가 시아파성직자를 처형하면서 평화가 깨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으로 1월말 제네바에서 열리는 시리아평화협상 역시 성과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주말 이란과 사우디가 다시 한 번 긴장국면으로 들어가면 중동지역의 종파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의 우려는 괜한 우려가 아니다. 1월 4일에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수단 등 국가가 줄지어 사우디를 지지하고 나서는가 하면, 시아파가 집권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사우디 대사관이 1월 1일 25년만에 처음으로 재개되자 2일 분노한 국민들이 대사관 철폐를 요구했다.


‘문명전쟁은 정말 시작된 것인가? 아니기를 바란다.’ 1월 4일 독일의 <포커스(Focus)>는 수니파와시아파의 긴장관계가 이슬람세계 전체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으며, 서양국가들은 충돌이 종교전쟁으로 격화되는 것을 막는데 힘써야 한다고 보도했다. 심상치않게도 구미국가들이 이번 난국에서 시종일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만 사우디-이란분쟁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로서는 대국들이 분쟁을 막아설 것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으며, 전쟁으로 이어질지는 사우디와 이란의 이성에 달린 듯하다. 1월 4일 사우디는 UN에서 이란이 타국에 대한 간섭을 멈추면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밝히고 ‘사우디와 이란은 타고난 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각국이 ‘어부지리’의 결과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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