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담배유해성 폐암 인과관계 본격 공방전
- 국민건강보험공단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상대 537억 손해
공단, 흡연으로 폐암 후두암 등 발병 인과관계 충분 승소가능성 열어둬 - 김영민 skyman@inewschina.co.kr | 2015-01-16 17:31:19
[중국신문주간 김영민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 (주)KT&G, (주)필립모리스코리아, (주)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7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의 3차 변론이 1월 16일 1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66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이날 법정에는 강영호 국제역학회지 편집위원(서울의대교수), 조홍준 대한금연학회회장(서울아산병원), 지선하 교수(연대보건대학원)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관한다.
공단은 그 동안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은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진 ‘자명한 진실’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번 변론에서 역학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국제역학회지 편집위원인 강영호(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금까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는 일산화탄소, 비소, 카드뮴, 수은, 납, 포름알데히드, 다이옥신, 벤조피렌, DDT, 청산가리 등 7000가지의 위해물질이 포함돼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마치 화재현장을 들락날락 하며 숨을 쉬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고 유해성을 주장했다.
강 교수는 "흡연이 폐암을 일으키는 매우 강력한 원인인 이유는 담배 연기 속의 위해물질이 일차적으로 접촉하는 기관이 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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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으로 전자담배 바람이 불면서 엉뚱하게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찾고 있다. 남녀노소 전자담배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의 담배제조사를 상대로한 손해보상청구소송은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기도 모 도시에 오픈 을 앞둔 전자담배 가게, 홍보문구만 보면 일반 담배는 유해하고 전자담배가 최고라는 느낌을 들 정도다. 사진 박홍 기자 © 중국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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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폐암과 흡연과의 관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래, 수많은 연구를 통해 ‘폐암은 모든 병리학적 형태에서 흡연과 관련이 있다’ 또는 ‘전체 폐암의 90%가 흡연이 원인이다’라는 명제가 과학적 ‘사실’로 확립됐다.
또한 1950년 영국의 Doll and Hill의 연구를 비롯 지금까지 발표된 방대한 역학연구자료들은, 흡연자에게 폐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비흡연자보다 10배에서 20배 정도 높고, 흡연의 폐암에 대한 기여위험도 또한 85% 내지 90% 이상이라는 결론을 내려져 있다.
Bernfeld 연구 등 동물 실험 연구들을 통해서도 흡연이 암을 유발하거나,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사실들이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표된 흡연 관련 연구들을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 및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이 공식적인 보고서를 통해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내용은 주요 의학교과서에서도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기술돼 있다.
이 시점에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적 지식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공단은 이제 담배회사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에 대해 더 이상 다투지 못하도록, 이번 소송 과정에서 대표적인 역학 연구 및 동물실험 연구자료, 각 시기별 자료들을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성을 확정한 세계 유수 기관의 보고서와 역학적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인과관계를 인정한 외국 판결들을 정리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앞서 선행 담배소송의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이러한 역학적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약 30년 이상의 흡연기간 동안 약 2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폐암으로 진단받을 무렵까지 계속 흡연해 왔다는 것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 진단을 받았다는 증명된 경우, 흡연이 폐암 발병의 주요한 요인이거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발병요인으로 흡연과 폐암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특히 (담배회사들이) 반증으로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이 전적으로 혹은 주요하게 다른 요인에 기인한 것임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했다.
공단은 이 사건 청구는 공단이 보유한 자료를 통해 2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확인된 폐암, 후두암 환자들에 관한 진료비로 우선 한정했다는 점을 감안,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성을 다툰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담배제조사들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성에 대해, 역학적 연구는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통계적 연구에 불과해 개별 환자의 질병 원인을 확인해줄 수 없고 흡연으로 인한 폐암의 발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펴왔다.
또한 장기간 흡연으로 모든 흡연자에게 폐암이 발병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개별 흡연자별로 흡연력, 발병경위, 진료기록 등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공단은 역학적 연구를 포함,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해 담배가 폐암 발병의 주요한 요인이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요인이라는 점이 밝혀진 이상, 장기·다량 흡연자의 경우 그 자체로 담배와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거나 추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판결에서도 역학적 연구 결과 특정 위험인자의 상대위험도가 일정 수준을 초과해 특정 위험인자로 인해 질환이 발생했을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역학적 연구결과만으로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이날 제3차 변론에 직접 참관한 성상철 공단 이사장은 “공단의 담배소송은 담배의 해악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라며 "이제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질 것이다. 전문가들과 함께 공단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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