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천웨이, 마하이옌] “휴대폰 비밀번호랑 QQ 비밀번호 왜 못 가르쳐 주는데?” 쑤저우(苏州)여자 구량(顾良)은 한동안 전(前)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남편은 결혼 후에 반드시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며 부부가 당연히 서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를 위해 그 역시 각종 비밀번호들을 구량에게 알려주어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하지만 구량은 이를 원치 않았다.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있지 않은가. 켕기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심받는 것 같았다.
남편은 “찔리는 것도 없다면서 나를 불안하게 하면서까지 별 것도 아닌 프라이버시를 이렇게 지키려는 이유가 뭔데?”라며 설득했다.
구량은 거의 설득 당할 뻔 했다. 그래, 알려줘도 상관 없지. 어쨌든 찔리는 건 없으니까.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역시나 아니었다. “찔리는 것이 없으니 더 알려주면 안되겠더라고요.”
‘빠링허우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더 중시하나요?’ 중국의 한 유명한 인터넷게시판에서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45개의 댓글 가운데 대부분은 ‘믿음이 더 중요하다’, ‘서로에게 공간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매년 설만 되면 ‘친척모임발언요강(亲戚聚会发言大纲)’에서 결혼, 육아, 집 장만, 연봉 등 프라이버시문제가 집중적으로 언급되어 많은 누리꾼들의 조롱과 공감을 일으켰다.
칭화(青岛)대학 사범학부의 숭레이(宋蕾), 리샤오(李晓)교수가 중국 전국의 빠링허우 1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빠링허우의 인생가치관 중 ‘프라이버시’, ‘책임’, ‘상호의지’, ‘성취’, ‘소속’의 5가지 항목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중국인들은 개인주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약한데, 연구결과를 보면 여러 해 개혁개방이 중국인들의 개념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빠링허우는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세대이다. 1990년대부터 고등교육이 확대되면서 빠링허우의 대학생비율과 네티즌의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아졌다. 여기에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부의 축적과 문화 및 가치관의 다양화로 빠링허우는 개인주의와 권리의식이 더욱 강해지고 자유, 평등, 권리 등의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결혼을 했어도 구량은 자신의 ‘최저선’을 지키고 있다. 남편의 팬티 빨기를 원하지 않는다. 팬티, 속옷 같은 것들은 프라이버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의 직장에 대해 거의 묻지 않고 경제나 재무상황에도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시부모님들이 볼 때 이것은 가장 큰 ‘잘못’이다. 부부가 이혼한다며 싸우자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팬티도 빨기 싫어하면서 어떻게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니?”——남편의 부모님은 결혼해 부모님 집에 살 때에도 팬티는 시어머니가 빨았다.
또한, 경제상황에 관해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시부모님은 “관심도 전혀 없고 신경도 안 쓰는 거 결혼한 것이나 안 한 것이나 똑같다!”고 본다.
구량 역시 “얼마나 큰 자유를 준건데요!”라며 불평한다.
그녀는 휴대폰 비밀번호와 QQ 비밀번호를 끝까지 주지 않았다. 한번은 그녀가 무방비인 틈을 타 남편이 휴대폰을 가져가 로그인 비밀번호를 마음대로 바꾸고 채팅기록을 보기 시작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크게 싸웠다.
“모두들 자기중심에 익숙하고 나누려는 의식이 적었어요.”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구량은 자신의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것은 가정을 위해 얼마나 지불할 지의 문제에 있어서 두 사람이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경우 결혼 후에도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따로 살았는데, 주말마다 구량이 남편이 있는 도시로 갔지 남편은 한번도 그녀가 있는 도시로 온 적이 없어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부터 격주에 한 번이 되고, 마지막에는 한 달에 한 번도 가지 않게 되면서 구량은 점점 지쳐갔다. “왜 나만 가고 당신은 안 와?”
남편은 함께 저축하기를 고집했다. 자녀계획을 세우기 전 저축을 계획하면서 남편은 매달 자신이 5천위안, 구량이 3천위안을 저축하자고 이야기 했다. 공무원인 구량은 매달 수입이 3천위안 조금 더 된다며 반대했으나 남편은 구량이 저축하지 않으면 자신도 하지 않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합의’를 보지 못하고 저축계획은 무산되었다.
두 사람 모두 양보하지 않아 관계가 냉담해 진 적도 있다. 구량이 3시간동안 차를 몰고 남편이 있는 도시까지 갔으나 남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신혼 집에서 외롭게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적도 몇 번 있다. “그때 저는 제가 맞다 라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알아서 자기 집으로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요즘 구량은 이혼 후 가끔 자신을 반성해 본다. 내가 너무 했나? 자세를 좀 낮췄어야 했나? 그런알량하고 강한 자존심이 의미가 있을까? 몇 번을 생각해고 그녀의 답은 하나다 “완벽하지 않다고 불평하기 보다 최저기준이 있어야 한다.”
한 이혼자는 <중국신문주간>기자에게 “빠링허우가 부모세대와 다른 점은 맞춰가며 살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요.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바로 헤어지죠. 맞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평생을 맞춰가며 살 수 있었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라요.”라고 남겼다.
그러나 어떨 때는 너무 ‘맞추지’ 않는다. 10여년간 베이징 이펑(怡丰)변호사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 바이위(白宇)가 만난 빠링허우 부부가 그랬다. 30대 공무원인 두 사람은 외적인 이혼사유도 없이 누가 설거지를 하고 밥을 하는 사소한 일로 말다툼하고 싸우면서 서로 이해하고 믿을 수 없게 되어 법정까지 갔다.
그는 부부의 이런 좁은 생각에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두 사람 모두 “오늘 설거지를 하면 앞으로도 설거지를 계속 하게 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 밖에 다른 희한한 이혼사유도 있다. 베이징 궈리(国理)변호사사무소 직원 류정(刘政)이 만났던 1989년생 젊은 부부는 트랜스포머 분배가 불공평하다며 법원에 고소했다. 두 사람은 재산분배에 대해 이의가 없이 각자 자신의 부모님이 준비한 것을 가지고 갔는데 싸우다 보니 결국 트랜스포머의 소유권을 위해서였다.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특히 빠링허우 세대는 전통교육과 현대관념의 충돌하는 모순된 세대이다. 이들은 신(新)중국의 ‘한 자녀’ 1세대로서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형제자매도 없고 단체생활경험이 적다 보니 자신의 기분을 더 중요시한다. 또한, 손해보기를 싫어하고 쉽게 내주지 않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빠링허우는 결혼생활의 걸림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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