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의 불명예 배출

이르면 올봄부터 태평양에 핵 오염수를 버리겠다는 일본의 계획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발행인겸편집인: 강철용 kgmsa@naver.com | 2023-04-01 14: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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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발행인겸편집인: 강철용]

일본 정부가 국내의 거센 항의와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 봄이나 여름에 후쿠시마 원전 1,000개 이상의 탱크에 저장된 130만 톤 이상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1월 13일 발표했다.

 

 

▲ © 2021년 4월 13일,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일본 후쿠시마 사람들. 사진/VCG


일본의 핵 오염수 위기는 12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지진이 후쿠시마 원전을 강타한 파괴적인 쓰나미를 일으켰을 때 시작되었다.
지진은 원자로 건물을 파괴하는 수소 폭발을 일으켰고, 쓰나미는 원자로의 냉각 시스템을 파괴하여 멜트다운을 일으켰다. 그 이후로, 이 발전소의 소유주이자 운영자인 도쿄 전력은 핵연료를 냉각시키고 파국을 막기 위해 파괴된 원자로에서 물을 퍼내고 있다.

 

 

무책임한 계획

시간이 지나면서 핵폐기물이 쌓이자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이를 해양에 방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정은 일본의 어업,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 그리고 환경 단체들의 즉각적인 항의로 이어졌다.


3월 10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 마오닝(毛寧)은 일본의 폐기 계획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마오닝은 “일본은 주변국들과 다른 이해 관계자들은 물론 관련 국제기구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 핵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대부분의 방사성 원소를 제거하는 액체 처리 장치를 통해 방사성 물을 희석·처리한 결과 음용수로 설정된 수치보다 방사선 량이 낮다. 삼중수소를 포함한 일부 방사성 원소는 남아 있지만, 매우 많은 양의 경우에만 인간에게 해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핵 오염수로 인한 오염 위험이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가 2020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환경단체의 수석 핵 전문가 숀 버니는 “스트론튬-90, 플루토늄-239, 요오드-129 등 일부 방사성 핵종은 제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버니는 오염수의 모든 방사성 핵종 중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탄소-14라고 말했다. 탄소-14는 반감기가 5,730년이며, 전 세계의 집단 피폭 선량, 즉 피폭된 인구에 대한 선량의 대부분이 탄소-14로부터 기인한다.


이 계획의 지지자들은 처리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의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비평가들은 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오염수의 양은 137만 톤이 넘어 유례 없는 양이다. 

 

1993년 러시아가 900톤의 액체와 고체 핵폐기물을 일본 인근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공해 상에 버렸을 때 일본 정부는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러시아가 했던 것과 같은 이유인 저장 공간의 부족을 선전하고 있다.


둘째,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원자력발전소의 정상 운전 중 배출되는 폐수와 다르다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매우 복잡한 방사성 물질이 용해된 핵연료와 접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뉴질랜드 피지 등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으로 구성된 정부 간 기구인 태평양제도포럼(PIF)이 구성한 독립 과학자 패널에 따르면 도쿄 전력은 64개 중 9개의 방사성 물질만 검사했다.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
패널은 또한 일본 정부의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데이터는 100만 톤 이상의 물 중에서 30리터의 샘플을 측정한 것을 기반으로 하는데, 패널은 이 수치가 오염수의 실제 구성과 농도 수준을 측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물질인 텔루륨-127의 측정은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반감기가 9.4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원소는 오래 전에 분해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방사성 핵종 측정 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TEP-CO의 측정 데이터에 결함이 있고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도쿄 전력은 데이터 조작 및 재해 은폐에 대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7년 이 회사는 1977년부터 2002년까지 199 차례에 걸쳐 정부의 감찰 과정에서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의 자료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에 있는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겸임교수 페렌츠 달노키-베레스(Ferenc Dalnoki-Veress)는 “일본이 포럼에 제공한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며 일관성이 없고 편향되어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리아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페렌츠 달노키-베레스는 1월 26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과학자 패널 위원장을 맡았다.


미국에 본부를 둔 해양 연구소 전국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rine Laboratories)도 “일본의 안전 주장을 뒷받침하는 적절하고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같은 이유로 이 계획에 반대했다.

 

 

▲ © 2023년 1월 19일 발표된 후쿠시마 오쿠마에 있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의 손상된 원자로와 처리된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 조감도. 사진/VCG


서방의 침묵
주변국과 환경단체의 반대와 달리 미국은 일본의 계획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2021년 4월 11일 일본의 최초 발표에 이어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안토니 블링켄 미 국무장관은 2021년 4월 13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일본이 투명한 노력을 통해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를 방류하기로 한 결정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18일 존 케리 미국 기후 대사는 한국 언론에 “미국은 ‘일본이 모든 옵션과 영향을 고려했고, 결정과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밝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계획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의 승인을 받았다. 블링켄이 일본의 결정에 감사를 표한 같은 날 그로시는 일본의 결정이 후쿠시마 원전 해체를 위한 길을 닦는 데 도움이 될 ‘이정표’라고 부르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로시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국제 관행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IAEA는 나중에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고 세 가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평가를 완료하지 않았거나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2월 22일, 재팬 타임즈는 도쿄가 오는 4월 G7 에너지 장관 회의를 주최할 때 G7 국가의 지지를 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팬 타임즈는 일본 정부 내부의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쿄가 G7 회원국들이 방류 계획에 대한 ‘투명한’ 접근 방식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4월 중순 일본 삿포로에서 개최되는 회의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팬 타임즈는 일부 G7 국가들은 그러한 성명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G7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일본의 방류 계획을 집단적으로 지지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유엔 국제해사기구(IMO) 회의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배출에 대한 대안들을 국제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하자는 제안을 도쿄가 봉쇄했을 때 세 나라 모두 일본을 지지했다.
이들 3국은 G7의 3대 핵보유국이기도 하며, 모두 바다를 핵물질로 오염시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4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이들 국가는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 남태평양에서 수백 건의 핵 실험을 실시했다.
중국의 많은 분석가들은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란한 지지와 서방의 전반적 침묵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지정학적 고려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2021년 4월 13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Global Times)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이 일본의 계획을 지지하는 것을 일본의 긴밀한 전략적 밀착에 대한 대가로 ‘정치적 거래’라고 설명했다.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발표는 일본이 영국과 군사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격상시킨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국가들, 특히 세계의 핵폐기물 투기장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남태평양 지역에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바누아투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활동가인 모타릴라보아 힐다 리니는 “우리는 일본과 다른 핵보유국들에게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도쿄에 방류하라. 파리에서 테스트하고, 워싱턴에 저장하라. 태평양은 비핵화 하라’는 우리의 ‘비핵화 및 핵으로부터 독립된 태평양 운동’의 슬로건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월 4일 가디언 칼럼에서 헨리 푸나 태평양제도 포럼(PIF, Pacific Islands Forum) 사무총장은 일본에 모든 방류 계획을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푸나는 “해상 방출에 대한 어던 결정이든 일본 국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이고 초국가적인 문제”라고 썼다.


그는 일본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역 국가들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의 공동 미래와 미래 세대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글/유샤오둥(於曉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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