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문건’ 식량 고물가 해결책 마련

인건비 상승 및 화학비료∙농약의 과도한 사용이 식량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업의 규모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농촌 토지제도 개혁이 관건이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3-26 1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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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한용]  2월 3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중앙정부의 ‘1호 문건(一号文件)’ 발표회를 가졌다. 중앙 농촌업무(공작)영도소조(中央农村工作领导小组) 부조장 겸 사무실 주임 천시원(陈锡文)은 ‘고가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식량 가격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높은 식량가와 이와 관련한 보조금, 관세할당 문제가 이날 발표회의 핵심 주제였다.


천시원은 농업 관련 문제의 정책결정자로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높은 식량가 문제를 언급해 왔지만, 그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4년 전, 그는 소비자들이 ‘식량가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로 “중국의 식량가 인상 폭은 국제수준의 1/4에서 1/5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국의 상황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양호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회에서 천시원은 벼, 밀, 옥수수, 면화, 설탕 등의 농산물 가격이 대체로 국제 시장가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저율할당관세(TRQ) 물량을 초과한 수입 농산물에 60%의 관세를 부과한 가격이 국내보다 낮아지게 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식량은 국제 가격과의 차이가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용 인상


2014년 7월, 중국식량비축관리총공사(中国储备粮管理总公司)는 ‘2012-2013년 사회적 책임보고(社会责任报告)’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과 다른 식량 생산국의 주요 식량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밀 가격은 톤당 중국 2,500위안, 미국 1,300위안이며, 옥수수의 경우 중국 2,250위안, 미국 900위안이었다. 벼 가격은 중국 2,900위안, 베트남 1,900위안으로 나타났다. 미-중 간 밀과 옥수수 가격차는 60%를 넘어섰다. WTO 규정에 따라 할당관세 물량을 초과한 수입 농산물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그 가격이 국내 시장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5, 6년간 생겨난 이런 국면 속에서 국제 식량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며 다소 하락한 반면, 중국 식량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밀 가격은 2007-2008년에 잠시 중국시장보다 톤당 1,000위안가량 올랐다가 최고점을 찍고 수직 하락했으며, 그 뒤 줄곧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가격차를 넓히고 있다. 베트남의 쌀도 2005-2008년에중국과의 가격차가 점차 좁아지며 톤당 5,000위안까지 상승했다가 바닥을 친 뒤 오르지 않고 있다.

 

천시원에 따르면 수매가가 2010년에 비해 밀이 60% 가량 올랐고 쌀은 거의 100% 정도 올랐다.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中国社科院农村发展研究所) 당궈잉(党国英) 연구원은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식량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을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이 많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전자는 인건비 상승을, 후자는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을 가리킨다.


현재 농민들에게 있어 주요 수입원은 도시에서 버는 돈이다. 이로 인해 농업 인건비 산정에 일반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고려하게 되었다. 예전엔 단순히 농사에 종사하는 농민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농민들이 도시에 나와 돈을 벌다가 농번기가 되면 대다수의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일을 한다. 그들이 농사를 함으로써 도시에서 벌 수 있는 돈을 포기하기 때문에 이런 비용도 식량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8년 이후의 식량가격과 인건비 추이를 보면 두 가격 곡선이 평행을 이루며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자주 언급됐던 ‘루이스 전환점’이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도시에 나와 일하는 농민들을 농민공이라고 한다. 농민공은 농민과 일반 노동자라는 신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인건비 변동은 공업과 농업의 노동비용 변동을 의미한다.


인건비는 인적자원의 가격뿐 아니라 그 투입량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농업의 생산방식은 인간에서 기계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기계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기계 보급이 많이 되지 않아 여전히 많은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둘째, 토지분할과 자급자족 형태의 농업방식이 기계화 효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농민공들은 도시에서는 현대화된 대량생산 방식을, 농촌에서는 자급자족하는 소량생산 방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두 방식을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화학비료와 농약 등 물적 자원의 투입량이 많다는 점도 식량가격 고공행진에 일조했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이 국제 평균수준보다 2.5배나 높다. 이로 인해 식량가격이 상승하고 생산확대를 위한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 ‘1호 문건’에서는 중국 농업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4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그중 둘째는 식량의 고가 행진으로 인한 압박이고, 셋째는 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식량비축 과잉


식량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수입량과 식량 비축량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식량가격은 투트랙 상승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론 2014년 국내생산량이 11년 연속 증가세를 달성하고, 다른 한편에선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해관총서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2년 식량 수입량이 8,024만 톤, 2013년 8,645톤이었다. 2014년 감자·고구마류 수입량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식량의 수입량은 모두 대폭 늘어났다. 그 중 곡물류(밀, 쌀, 옥수수 포함)가 동기대비 33.8% 증가한 1,951만 톤에 달했고, 콩이 12.7% 증가한 7,140만 톤을 기록했다. 감자·고구마류를 포함시키지 않아도 2014년 수입량이 2013년보다 446만 톤이나 증가했다.


이 수치는 ‘어둠의 경로’로 수입된 막대한 양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천시원은 2월 3일 발표회에서 관리가 엄격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정하며 “밀수규모가 작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과 WTO 규정에 따라 중국의 식량 수입은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연간 할당량은 밀(963만 톤), 옥수수(720만 톤), 쌀(532만 톤)을 합친 2,216만 톤이다. 할당량에는 관세 1%를 부과하고 할당량을 넘는 물량에는 60%에 달하는 고액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국내외 식량 가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할당량보다 많은 양이 밀수되고 있다. 식량시스템 분야에서 퇴직한 한 공무원은 2008년 이후 밀수규모가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라고 밝혔다. 


또 한편 식량 수출량은 줄고 있다. 최근 중국해관총서는 2014년 쌀 수입량이 2013년보다 12.4% 감소한 41.9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수입량의 1/6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2008년 이후 중국은 식량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이 되었고 수입량이 매년 늘고 있다. 


합법적, 비합법적 경로로 들어오는 수입량이 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식량은 오히려 창고로 내몰리고 있다. 2월 3일 발표회에서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가 식량 비축량에 관해 묻자 천시원은 면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면화는 연간 700만 톤가량 생산되는데 2013년 수입량이 600만 톤에 이르면서 국내에서 수매한 면화가 대부분 창고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창고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지 새로 생산한 식량 보관이 난관에 봉착했다. 작년 봄 파종 무렵엔 중앙정부에 창고가 꽉 찼는데 올해 수매할 곡물을 어디에 보관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이렇게 가격이 비싸 팔기도 힘든 묵힌 식량은 보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문제와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국무원발전연구센터(国务院发展研究中心) 식량문제 전문가 청궈창(程国强)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지표를 기준으로 각국의 식량 비축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 이상이면 안전한 수준이나, 중국의 밀, 옥수수, 쌀, 벼의 비축량은 30% 이른다고 덧붙였다.


청궈창은 “재정적으로 봤을 때 이렇게 방대한 비축량을 감당할 수 있는 정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국가에서 가격을 지원을 많이 할수록 생산이 증대되고 비축량이 증가한다. 또한 비축량이 증가할수록 수입량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규모화,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


작년에 이어 올해 발표된 ‘1호 문건’에서는 식량가격 고공행진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 목표가격 설정을 골자로 하는 개혁제도를 내놓았다. 각종 식량의 목표가격을 정하고 시장가가 목표가격을 넘어설 경우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반대로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는 해당 개혁안은 이전 보조금 정책의 수정판에 지나지 않다고 말한다. 이전의 보조금이 토지를 기준으로 했다면, 지금은 보조금 지원 대상이 조금 명확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 농민에게 우량종 보조금, 식량 직접보조금, 농업물자종합 보조금, 농기계 구매 보조금 등 4개 항목의 1,600억 달러에 상당하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여기에 식량 비축 비용까지 더해 정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혁으로는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높은 비용으로 초래된 식량가격 고공행진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업 규모화를 통해 단위당 면적에 투입되는 인적자원을 줄여야 한다. 이 역시 농촌 토지개혁으로 귀결된다. 당궈잉이 농촌에서 연구할 때 성공적인 토지개혁, 명확한 재산권, 기간이 충분한 토지임대계약만 보장되면 중앙정부가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부담할 필요도 없고 농민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 “당신이 농장주라고 칩시다. 자기 땅이 아닌데 돈을 투자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 당궈잉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권 및 사용권, 기타물권이 확정되고 재산권을 분명히 한 뒤 대규모로 운영하는 것만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호 문건’에서는 자본하향(资本下乡)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인민대학농업농촌발전학원(中国人民大学农业与农村发展学院) 촨즈후이(仝志辉) 부교수는 자본하향을 통해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진 몰라도 농민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본하향으로 농민들을 농촌에 붙잡아 두기 힘들며 농민이 합작사(합동조합)를 통해 농업을 경영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업 관련 산업의 모든 산업체인(토지운용, 농업자본운용, 농산물 판매, 나아가 관광업까지)을 농민에게 이양해 합작사 설립을 맡기는 것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가격 협상권을 강화해 농업에 투입될 물적자원 비용을 통제하고, 이런 산업체인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외래자본이 잠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농촌에 남겨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해결방안을 실천에 옮기려면 자본하향을 독려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농촌에 유입되는 자본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작사에 농업 경영권을 넘겨주면 농민 특성에 따라 분업을 시행할 수 있다. 농사 전문가는 농사에,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사람은 농업용 물자에, 기획력이 강한 사람은 관광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되면 농업 규모화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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