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이 경쟁하는 세계통치
- 지금의 세계는 1990년대 말과 베를린장벽 붕괴 10주년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세계와 크게 다르다. 지난 15년 대국간 경쟁 심화와 다시 시작된 중동의 불안국면을 보면 세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류는 핵확산 방지와 기후변화 억제의 두 가지 중요한 영역에서 고무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고단수의 수단과 끈질긴 외교노력이 갈등 해결에 여전히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6-02-01 10:53:24
글/하비에르 솔라나(Javier Solana)
오늘날 열강의 상호경쟁은 사실이 되었다. 미국은 활기를 회복중인 러시아, 부상중인 중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중동, 남해,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무대일 뿐이다.
미국 전(前)국무차관 스트로브 탤벗(Strobe Talbott)의 저서 <위대한 실험(The Great Experiment)>을 읽으면서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발전동향의 씨앗이 사실 아주 오래 전에 심겨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2000년 12월 당시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부시 전(前) 대통령의 대화를 적고 있다. ‘부시의 선거유세 전략의 안보문제 중 사담 후세인과 대규모 대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이 가장 걱정된다’는 클린턴의 말에 부시는 ‘정확히 보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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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외교안보정책 전(前)고위대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스페인 전(前)외교부장관. 현재
ESADE 글로벌경제·지정학센터 주석,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우수연구원. |
그 해 12월 시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이 잠재적인 핵 보유국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대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위해 탄도미사일 방어조약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리한 행동은 러시아의 눈총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가 다극화되고 있음을—다극화된 세계에서는 심각한 후유증 없이 2000년 부시와 클린턴이 이야기했던 정책을 추구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듯하다 2007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이란문제에 개입하기를 단호히 거절했으며, 특히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유럽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러시아에 대한 침범’이며 ‘유럽의 공동안보를 파괴했다’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2008년 여름에 일어난 세 가지 사건에서 새로운 다극화 질서를 볼 수 있다. 중국은 올림픽을 멋지게 개최해 중요한 국제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했다. 러시아는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그루지야에 파병해 세계에 ‘세력범위의 개념은 여전히 건재하며 크렘린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해 9월 미국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따른 국제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오늘날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로서 선진국의 약점이 드러났으나 중국은 그 가운데서도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대국지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덩샤오핑(邓小平)시대부터 제안한 ‘평화로운 발전(和平崛起)’ 전략을 시행하는 한편 주변지역에 더욱 강력한 외교방침을 적용하고, 흔히 말하는 ‘역사적 주권’을 기초로 남해와 동해에서의 영토주장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중국이 소유권을 주장하나 일본이 관할하고 있는 동해영토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남해와 동해에서 중국행동의 영향을 받는 대다수 국가는 미국과 안보조약을 맺었다. 2차세계대전이후 태평양지역의 가장 주요한 해상세력의 자리를 이어온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일종의 도발이나, 중국이 주권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실제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다.
국제기구가 국제질서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2014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신흥국가의 할당액을 늘리기로 합의되었으나 미국국회의 부결로 결국 무산되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을 이끌었다. 국제기구의 분열은 거의 일촉즉발이었다—유럽국가들이 ABII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미국은 시작부터 저지하며 지금까지도 가입을 거부하고 있으나 유럽국가들이 가입을 결정하면서 이후 시진핑(习近平) 중국주석과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회담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외교정책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의 외교정책은 2014년부터 미국, 유럽과 직접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입장은 9월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내전에 간섭하기로 결정해 시리아평화방안에 러시아의 존재를 확보한 것에서 확인된다.
지금의 세계는 1990년대 말과 베를린장벽 붕괴 10주년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세계와 크게 다르다. 지난 15년 대국간 경쟁심화와 아랍의 부활, 폭력적인 IS의 등장,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리인 전쟁 및 말할 수 없는 인도주의적인 재난 등 다시 시작된 중동의 불안국면을 보면 세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류는 두 가지 중요한 영역에서 고무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핵 확산 방지—이란 핵 협상과 기후변화 억제—파리기후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고무적인 업무가 확실한 증거이다.
이러한 발전추세를 통해 우리는 고단수의 수단과 끈질긴 외교 노력이 갈등해결에 여전히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국이 충돌하는 심각한 제약 속에서도 외교는 여전히 많은 협력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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