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树)와 <천일야화>
-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는 여성의 이미지는 시와 전혀 다르지만 남자는 똑같이 신비성과 신기한 매력을 느낀다.
-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5-29 10:33:59
[서평가/위에위안쿤] 고대 인도와 중국의 한 섬에서 한 나라의 늙은 국왕이 세상을 뜨자 장자 샤리아가 왕위를 잇고 둘째 왕자 샤즈난은 나른 나라의 왕으로 책봉된다. 형 샤리아는 동생 샤즈난이 그리워 자신의 궁으로 초대했다.
샤즈난은 형에게 가는 길에 형에게 줄 선물을 궁에 두고 온 사실을 알고 가지러 돌아갔다가 자신의 아내가 악사와 바람이 난 것을 알고는 분노해 둘을 죽여버린다. 그의 형 역시 훗날 왕비의 외도사실을 알게 된다. 두 형제는 면목이 없어 왕국과 왕위를 내려놓고 각지를 두루 돌아다닌다.
이것은 <천일야화>(필자가 번역된 제목 중 <천일야화(天方夜谭)>를 선택하였다)의 시작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다섯 번째 작품 <기노(木野)>에도 거의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외도를 당한 남자들은 조용히 떠난다. 기노가 그렇고 <어제(昨天)>의 ‘기다루(木樽)’가 그렇다.
위에서 말한 이야기 구조의 유사성 만으로 <천일야화>가 이 단편소설에 준 영향을 판단할 수 없다면 ‘셰에라자드’가 그 핵심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이 소성의 제목은 <천일야화>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히바라(羽原)라는 남자로 어떤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방 안에 틀어박히게 된다. 한 여자가 매주 그를 찾아와 생필품을 주고 관계를 가진 후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가 마치 <천일야화>의 왕비 셰에라자드와 같아 히바라는 그녀를 ‘셰에라자드’라 부른다.
<셰에라자드>는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기노> 앞에 배열되어 있지만 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뒤에 발표되었다. 두 소설은 내용이나 기교면에서 모두 <기노>와 많은 유사점과 상호연계성을 갖는다. <기노>를 히바라의 프리퀄(Prequel)로 볼 수도 있겠다.
<천일야화>에서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샤리아는 왕궁으로 돌아와 지혜롭고 아름다운 셰에라자드를 만난다. 셰에라자드는 샤리아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매일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는 셰에라자드는 예쁘지 않은 중년의 가정주부이다.
그러나 그녀 역시 마찬가지로 비범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기술의 소유자로 히바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그녀가 떠날까 걱정한다. 소설의 히바라는 국왕과 같이 죽이고 살리는 것을 결정하는 큰 권력은 없으나 그의 상황은 국왕과 비슷했다. 히바라가 황궁으로 돌아와 셰에라자드를 만난 샤리아라면, 기노는 아내가 바람난 것을 직접 목격한 샤즈난이나 아내에게 배신당한 사실을 듣게 된 샤리아이다. 두 편의 소설을 합치면 <천일야화>의 왕 샤리아형제의 이야기가 된다.
샤리아형제는 왕위를 버리고 왕궁을 떠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데 여인은 형제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우화시 한편을 이야기 해준다. “여자를 믿지 말며 여자의 약속을 믿지 말라. 그들의 희로애락은 음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들의 사랑은 거짓된 사랑이요, 그들의 옷 속에 감춘 것은 음란뿐이다. 요셉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여자들의 음모에 반드시 대비하라. 너의 조상 아담의 최후를 알다시피 여자들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났다.”
여성에 대한 비방으로 가득한 이 시는 훗날 왕이 고국으로 돌아가 여성을 죽이기로 결정하는 원인이 된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는 여성의 이미지는 시와 전혀 다르지만 남자는 똑같이 신비성과 신기한 매력을 느낀다. 첫 번째 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무라카미는 남자운전기사와 여자운전기사를 비유로 남녀간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설명하였다. 여성에게는 남자들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맹점’이 있는데, 이 ‘맹점’이 바로 남녀간의 근본적인 차이인 것이다.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번 단편소설집의 주제 중 하나는 ‘외로움’이라 소개했다. 남자들을 헤어나올 수 없는 외로움에 빠지게 하는 것이 바로 여자들의 ‘맹점’, 다시 말해 남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맹점’이다. 이와 더불어 남자들은 여자의 존재로 인해 구원을 받기도 한다. <셰에라자드>에서 무라카미는 “여자가 제공하는 특별한 시간이 남자로 하여금 현실에서 살아가게도, 현실을 실패하게도 한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모두 떠나면 외로운 남자들은 절대적인 외로움, 즉 무라카미가 말하는 ‘절대고독’ 상태에 빠질 것이다. <셰에라자드>의 결말처럼 “해는 지고 주위는 깊은 어두움에 빠진다”.
(작가는 <여자 없는 남자들> 중 <셰에라자드>의 역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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