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시인 고안나 양파의 눈물

활짝 꽃피고 싶은, 물고기처럼 파닥이고 싶은 시편들
김지영 bnu0827@gmail.com | 2018-03-12 10: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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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중국신문주간 편집부] 

 

고안나 시인 프로필


▲시인. 시낭송가.
▲시집 ‘양파의 눈물’
▲한국오페라교육문화진흥원 추진위원.
▲국제에이즈 연맹 한국 홍보이사.
▲부산시인협회 회원.
▲모닥불문학회 부회장.
▲시전문지『작가와 문학』편집위원
▲한국낭송가협회 전문시낭송가로 활동



양파의 눈물 

 

고안나(作者)


덧없다 느껴지는 순간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
내가 흘리는 눈물인지 몰라
삶이란 어차피 착각이지
겹겹이 쌓인 몸
두드리는 소리
떨리고 벗어지고 쪼개지고
두 손은
훨씬 심술궂지
모조리 다 보여줄 수 없는
간직해 두고 싶은 꿈
고통 없이 끝내고 싶었던 나는
이미 죽고 말았는지 몰라
꽃봉오리 하나
밀어 올리지 못한 나 위해
당신, 울어줄 수 있는가

 


[해설]
전기철 시인‧숭의여자대학교 교수


우리는 그 동안 양파를 까는 사람만이 눈물을 흘린다고 여겨왔지만 그 눈물은 실은 양파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양파의 깊은 탄식의 목소리는 인간에게 희생당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양파는 이 세상에 태어나 식재료의 하나쯤으로 생을 마친다. 인간의 먹거리가 되는 운명이기에 애초부터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 존재인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신의 “꽃봉오리 하나 밀어 올리지 못한” 양파의 절망감을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파는 자신의 존재가 “떨리고 벗어지고 쪼개지고” 해체되는 것을 생생히 느끼고 있다. 이런 양파의 모습과 인간의 “두 손은” 대조를 이룬다. 이 두 손에는 바로 인간의 탐욕과 오만함, 생명체에 대한 무감각이 나타나 있다. 지구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최고 단계에 있는 인간은 가장 비정한 포식자이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먹거리가 되어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있다. 특히 가축화된 동물들은 그들의 타고난 수명을 누릴 수 없다. 공장식 사육으로 고통스럽게 일정 기간을 살다가 도축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위 시에서 들려오는 양파의 목소리는 먹거리가 되어 소비품으로 전락해버린 생명체들의 환유로 읽힌다. 인간의 눈물만을 생각해왔던 우리는 고안나 시인의 역발상으로 양파의 눈물을 만나며 양파의 슬픔을 통해 우리에게 헌신하고 사라져간 무수한 생명체들의 슬픔을 환기시킨다. 양파는 무수한 사물들의 눈물이 하나로 응집된 가장 큰 눈물방울인 것이다.

 

 

 

▲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활짝 꽃피고 싶은, 물고기처럼
파닥이고 싶은 시편들



고안나 시인의 시집 ‘양파의 눈물’속에는 활짝 꽃피고 싶은, 물고기처럼 파닥이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지닌 화자가 살고 있다. 그러나 화자의 열망과 꿈은 안타깝게도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지 못한 상태에 있다. 간절한 목소리에 “꽂봉오리 하나/밀어 올리지 못한 나”(양파의 눈물)같은 자조나 탄식 같은 것들이 섞여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조나 탄식이라기보다 자기 존재의 확인이나 성찰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야 현재를 딛고 미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집은 그 미래를 향한 아픈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 다행스럽게도 고안나 시인의 시는 짧고 단아한 호흡과 압축미, 섬세한 언어 감각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그 바탕 위에서 더욱 절차탁마한다면 머잖아 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선태 시인/ 목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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