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웨이개(爛尾狗), 딩즈고양이(釘子貓)

지한숙 기자 newschina21@naver.com | 2019-03-02 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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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지한숙 기자]12년전에 결혼하였을 때, 집에는 단지 두 ‘고등 동물’만 있었는데 바로 아내와 나였다.

 

그 후, 다른 포유동물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가맹한 것은 ‘헨리’인데, 이 개는 원래 장인어른이 기르던 포인터개(波音達犬)이다. 장인어른은 정년 퇴직한 후 한 회사에서 근무하였는데 사업부에서 개를 기르기 불편하여 우리에게 잠시 맡겨 기르게 했다.

 

그런데 뜻밖으로 11년이나 기르게 되었다. 지금 이 ‘늙은이’는 여전히 신체가 건강하고 세가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투기 좋아하고, 색을 좋아하고, 먹기를 좋아한다. 아마 아직도 수년간 우리를 괴롭힐 것 같다.


아내는 늘 “헨리는 마치 부실공사(爛尾) 건물 같아요. 아빠가 우리에게 내맡겨 버린 후, 너무나도 우리를 괴롭혔어요”라고 원망했다. ‘헨리’가 두 살 나던 해에, 한번은 잔디밭에서 비둘기를 발견하고 강아지 줄에서 벗어나 쫓아 가다가 한 할머니를 치어 넘어뜨렸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검진 비용을 적잖게 냈다. 4살 때, ‘헨리’는 자기에게 집적거리는 ‘귀빈’을 물어서 거액의 배상금을 물었다……. 이 몇 년간 배상금을 계산해보면 헨리의 몸값은 그야말로 상당하다.


나는 늘 “하지만 만약 ‘헨리’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이미 이혼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몇 년간, 우리는 말다툼이 많았는데, 매 번 양측의 감정이 격해질 때면, ‘헨리’가 우리 사이에 가로 누워 망연한 눈길로 나를 쳐다 보았다가 또 아내를 바라보곤 하면서 번마다 성공적으로 우리의 분쟁을 화해시켰다.

 

이것만 생각해도 우리는 꼭 ‘헨리’로 하여금 편안한 만년을 누리게 해야 한다. 나는 ‘헨리’가 죽은 후, 그의 유골을 남겨두었다가 앞으로 우리의 무덤에 묻고 저승에서도 계속하여 우리를 화해시키게 할 예정이다.


▲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헨리’는 동성, 동류들과는 아주 흉악스럽게 대했지만 종류가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아주 대범했다. 매년 여름방학이 되면, 동네의 일부 학부모들은 자식이 놀이만 탐내다가 학습에 영향을 줄까봐 각종 애완동물을 바구니와 함께 창밖으로 버린다.

 

우리는 비단털쥐(倉鼠) 한 마리와 토끼 한 마리를 주었는데 집에서 ‘헨리’는 그들과 사이 좋게 지낸다. 

 

최근 몇 년, 우리는 또 길고양이 새끼를 여러 마리 ‘입양’했는데 많을 적에는 8, 9마리 되다 보니 ‘헨리’의 생활 공간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헨리’는 그대로 참았다.

 

초저녁에 우리가 ‘헨리’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면 한 두 마리 길고양이가 뒤에서 따라다니곤 한다. 그들은 아마도 ‘헨리’를 큰형님으로 보는 것 같다. 고양이와 개가 동반하여 걸을 때마다,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는가 하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


지난 2년간,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신진 대사’가 비교적 원활하여 인터넷에 올리면 보통 한 달도 안 가서 누군가가 입양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고양이를 점점 보내기가 어려웠다.

 

백신을 제대로 접종시킨 고양이마저 ‘입양’하려는 사람이 적은데 아마도 고양이의 번식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같이 고양이를 기르는 한 친구는 “우리 집에는 고양기가 25마리 있는데 이 놈들은 마치 ‘딩즈후(钉子户, 도시 건설의 토지 징발에 불복하여 집을 내놓지 않는 세대주)’와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외과의사여서 수입이 적지 않지만  ‘딩즈후’들을 먹이느라 파산지경이라 말하곤 했다.


마워이두(馬未都)는 일찍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서로 혜택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헨리 그리고 우리 집 꼬마 고양이들은 우리와 확실히 호혜 행위 법칙에 부합된다.

 

이처럼 많은 딩즈후들을 힘들게 기르는 것은 보기에는 일방적인 지출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러한 노력은 일종의 수행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사상적 경지를 높여 주기에 우리는 여전히 호혜적 관계에 있다.

[글/ 아즈(阿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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