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의료 중국에서 실패한 이유

중국 의료 시장 어느 정도 개방, 현지화 전략 잘못
김영민 news@inewschina.co.kr | 2015-02-03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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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김영민 기자] 중국의 의료시장은 매년 18%의 성장세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13 년 10 월, 2020 년까지 8 조 위안(한화 약 1400 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2015 년에는 약 2. 68 조 위안(약 4500 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1 년 중국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은 5.2%이며, 2020 년에는 6.5~7%로 증가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2 년 241 억 달러 규모였던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2018 년 404 억 달러(연평균 19.2%)로 세계 2 위 시장으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2008 년부터 중국 의료기관 진료횟수가 연평균 8.9%씩 증가하고 있으며, 중산층을 중심으로 고급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 중국의약기업관리협회 의약정책과 의약사업발전 포럼 (2012 년 12 월) / 나우중의 사진 제공  © 중국신문주간

 

 

중국은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해 2009 년부터 8500억 위안(한화 150 조 원)을 투자하고, 대외개방에 적극적으로 자세를 취했다.


중국은 ‘의료서비스 양극화’, ‘공공보건 시스템 미비’, ‘공립병원 서비스 개선’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0 년까지 대부분의 정책과 의료 서비스 관련 예산은 집중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의료서비스 발전 계획은 정부 재정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에 사용하고, 고급 의료서비스 분야는 민영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이원화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민건강수준을 2015년까지 개발도상국 상위권 수준으로 성장시킨 후, 구축된 인프라를 2020 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의료서비스 양극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이용 가능한 의료서비스 시설이 ‘대도시 8’, ‘농어촌 2’로 격차가 심하다.


농촌 거주 산모 286 만 명이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출산하는 사례가 그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대형병원의 70%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방에 공립병원 3만 개소를 건설 중이며, 기존의 공립병원은 민간자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인구 1000 명 당 현 1.5(2011 년 기준) 의사수를 2020 년까지 2.0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민영병원과 의사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증거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중 하나가 공공보건시스템 미비를 들고 있다.


전세계 3 억 8200 만 명의 당뇨병 환자 중 1억 1400 만 명이 중국인들이다.


즉 당뇨병 환자 3 명 중 1 명이며, 중국인구 45%가 당뇨병 위험에 노출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 술 더 떠 사회구조가 복잡하고, 서방 향락문화가 급속도록 번지면서 매년 2 만~3 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스, AI 등과 같은 전염병이 매년 발생하고, 15 세 이상 알코올중독자가 9000 만 명에 달하고 있다.
60 세 이상 노령인구도 매년 800 만 명씩 늘어나고 있어 국가 기본 공공보건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의료 서비스 발전 정책 예산의 대부분을 공공보건시스템 정비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공공보건시스템 정책의 목표는 2000년 8 월 유엔 새천년 정상회의에서 인류의 빈곤 퇴치와 교육 및 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따르고 있다.

 

▲ © 중국신문주간

 


한중 합작 병원, 줄줄이 현지화 실패


공립병원 서비스 개선도 당면과제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고급의료서비스와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나, 기존의 공립병원들은 의료서비스 소비자들의 수요를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 재정이 공공보건시스템 개선에 투자되면서 정부 지원이 줄어든 공립병원이 과잉진료를 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00 년 의료서비스 시장에 외국 자본의 진입을 허용한 후, 외자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규제를 계속해서 완화해 왔고, 2014년에 7 개 지역(베이징, 텐진, 상하이, 장쑤, 푸젠, 광동, 하이난)에 100% 외자 독자병원 설립을 가능하도록 문을 열었다.


베이징, 상하이, 광동, 산동, 장쑤, 후베이, 스촨, 푸젠, 하이난, 선전에서 의료특구를 추진해 대규모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중이다.


이는 공립병원 의료서비스를 제고하면서도, 향후 해외 의료관광환자를 유치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2012 년 VC 등의 의료서비스 관련 투자 금액은 2 억 1300 만 달러고, 2014 년에 중국 민영의료서비스 분야에 113 억 달러의 M&A 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 한국과 우방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내 의료 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나.
한국 의료기관들은 2000 년부터 중국 진출 시작으로, 2006~2010 년에 가장 많이 진출했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프렌차이즈 형태로 진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진료과목은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주류를 이뤘다.


진출 형태를 보면, 피부/성형(39%)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성형외과(32%), 치과(8%), 종합병원(5%) 순으로 나타났다.


2013 년 기준으로 38 개 기관이 중국내 심사비준을 통과하고 개설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진료를 비롯한 영업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병원 연매출 100 만 달러 미만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 진출에 성공해 안정적인 수익과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의료기관을 찾아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2004 년 ‘한중합작 1 호 병원’이었던 SK 아이캉병원이 파트너사와의 불화와 현지화 실패로 2009 년 철수했다. 상하이 우리들병원도 현지화에 실패했다.


중국 의료 분야와의 협업이나 제휴에 있어 대부분 MOU 단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지인 무시한 투자와 동시 이익만 좇다
의료기기 업체의 중국 진출은 정반대로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CT, MRI 등 고가의 진단장비는 이미 다국적 업체가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치과용 임플란트, 체지방측정기 등 의료기기 제조 업체들은 오히려 중국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75%가 1980 년 이전 제품이므로, 이를 교체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14 년 3 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서 ‘의료기기 감독관리 조례’를 수정하면서 중국내 의료기기 유통에 필요할 각종 허가가 까다로울 전망이다.


소규모 웰빙, 미용 분야의 진출이다.

 

▲ 2014 년 6 월 14 일 제 10 회 중국건강산업포럼 좌측부터 중국유렵국제공상학원 위생개혁과 관리연구센터 주임 차이쟝난 중국공정원원사,중국위생부 부부장 왕롱더,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중방원장 주샤오밍, 국무원의료개혁사 부주임 쉬산장 / 나우중의 사진 제공  © 중국신문주간

 


웰빙, 미용 분야에서 투자액 5 억 미만의 소규모 진출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으나, 5 년 이상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되는 경우는 없다.


현실은 충격 그 자체다. 대부분 3 년 내 매각 혹은 철수로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


이처럼 한국 의료서비스 업체들이 중국에서 실패하는 이유에 중국인들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의료 시장에 대한 사전 지식과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 부족과 또한, 현지화에 필요한 단계적 전략과 단기적 수익에 집착하는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즉 한국 기업들의 기본적인 패턴, 투자하면서 바로 수익을 계산하는 의식이 중국 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중국 의료 시장에 대한 지식 부족도 한 몫했다.


중국에서의 한국 의료서비스는 미국, 일본, 싱가폴계 병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짐에도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의료기관들은 한류와 성형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중국 시장을 용이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오산이다. 최근 한국 성형에 대한 문제와 주말에 중국에 가서 불법으로 진료를 하는 한국의사들의 행태가 언론에 계속 노출되면서 한국 의료인에 대한 이미지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 의료기관과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서는 전문인력(의사 혹은 개발기술자)을 제공하고, 중국에서 법인 혹은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은 중국 파트너사들이 전담하면서, 약 15년의 진출경험이 있음에도 실제적으로 운영에 필요한 인허가 사항과 노무 관리, 사고 처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했다.


중국 법률, 법인 운영에 자체 전문 인력이 없어 협상과 운영에서 중국 파트너사들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만성질환과 공공보건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성형과 미용에 집중하는 투자 방향도 수정이 필요하다.


현지화에 대한 관심 부족도 실패의 원인이 됐다.


중국 진출을 단순히 해당 브랜드의 홍보로만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자부심만으로 중국 의료인 혹은 의료서비스 업체들과의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없다.
‘한국식 의료서비스’만을 부각하면서 오히려 중국인들에게 거리감을 만드는 마케팅으로 현지화에 실패 요인이 됐다.


외자병원의 경우 의료보험 적용이 어려워 의료비가 공립병원에 비해 높아 중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공립서비스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진출 후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보통 5 년에서 10 년 정도의 단계별 학습과 계획이 필요함에도 진출 초기 시장에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케팅에만 집중하며, 단기적 수익에집착하는 경향이 많았다.
진출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중국인들에게 인정받는 의료서비스를 개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인의 눈높이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 개발과 진출 계획 설정에 있어 중국 환자들의 인식과 필요가 절대적으로 고려돼야 함에도 아직까지는 한국이 잘하는 것만 가지고 '한국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국 진출에 실패했다.


자체 전문인력, 노무 법규 등 부재 심각


▲ 국제의료서비스관리포럼 (2014 년 9 월 북경) / 나우중의 사진 제공  © 중국신문주간
중국 의료, 헬스케어 시장을 단순히 병원 혹은 건강, 헬스케어 산업으로만 보기 보다는, 건강상품 디자인, 서비스 교육 프로그램, 병원 예약 및 처방 관리 시스템, 병원경영 등 연계가능 사업으로 확대해서 관찰하는 시야가 필요했다.

 


진출 지역의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판단하고, 지역별 특색에 맞춰 진출 관련뿐만 아니라 노무, 세무, 특허, 상표에 관련된 전반적 운영과 관리를 책임질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의료, 헬스케어 사업은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투자대비 수익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중국인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서비스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 보건 당국과 중국인의 수요와 니즈에 맞춘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중국이 가장 해결하고 싶어하고,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의료서비스 양극화, 공공보건시스템, 의료서비스 선진화에 도움이 되는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정부가 의료 분야를 대외 개방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국민이 선진 의료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의료관광 사업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문제점중 하나인 지나친 고급화로 특정 부유층만을 공략하기 보다는(공략해도 미국, 유럽병원에 밀림), 현지 중산층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과대학, 연구소 등 중국 의료, 헬스케어 관련 기관들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중국이 필요로 하고, 앞으로 투자하려는 산업에 대한 정보는 병원이 아닌 의과대학과 국책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주요 과제를 보면 파악할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의 직접 진출보다는 의료 서비스 노하우 활용할 수익화를 찾아야 한다.


의료기관이 직접 진출하려면 최소 2000 만 위안의 투자금과 3 년 정도의 설립 기간 등이 필요하지만 직접 진출보다는 기존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병원 관리 시스템과 치료관련 노하우를 브랜드화해 교육 프로그램 형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권장된다.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도를 높게 평가한다.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출 지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 등이 필수다. 이는 지역사회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며, 중국 지역 정부를 우호적으로 만드는데도 중요하다.


가정용 의료기기업체 OMRON 은 중국인들이 기피하는 일본업체임에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실시하고, 빈곤층 학자금 지원활동을 통해 이미지를 제고해 중국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본보기다.


또 지나친 한국식은 배제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한류는 물론 반한감정도 분명히 양분돼 있다. 성형을 제외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미국이나 유럽 병원에 비해 낮은 편, 한국식 의료서비스임을 부각하는 마케팅보다는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


중의학은 중국 의료 산업에서의 비중이 높고, 중국인이 쉽게 접근하는 치료법이다.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이 결합된 형태의 치료 서비스에도 익숙하므로 중의학과 연계한 헬스케어와 웰빙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중의학과 유사한 한의학이 있는 우리나라서는 서비스 개발과 활용에 유리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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