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가 다문화에 앞장을 서야 합니다

-전춘화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 인터뷰-
김지영 bnu0827@gmail.com | 2018-04-02 16:00:25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글/ 동북아신문 취재팀] 다모글로벌교육문화협동조합 이사장 맡아 이주여성 자립 이끌어  

 

 

“동포사회가 다문화에 앞장을 서야 합니다.”  

 

지난 3월 31일 중국동포타운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다가치포럼 발족식’에 이어 제1차 다가치포럼 발제자로 나선 홍익대학교 전춘화 교수는 ‘중국동포사회 사회적 경제 활동방안 모색-협동조합 사례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를 마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전 교수는 동포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에 대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다모글로벌교육문화협동조합’ 사례를 중심으로 협동조합 설립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다문화 출신 결혼이민자들이 서류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협동조합 만드는 것까지만 돕기로 하고 다모협동조합에 참여했으나 발목이 잡혔다. 다모는 내국인과 다문화가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라며 “공연만 2년을 준비했다. 지금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조합원들이 공연배당으로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0만원씩 받고 있어 신나서 일을 잘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모 협동조합의 여러 활동 사례를 보여준 뒤 “동포가 동포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술로 접근하면 쉽다. 동포는 다문화에 속하지만 동포들의 다문화 실천은 적다”고 지적하고 “동포사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으로 협동조합을 고려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동포사회가 다문화에 앞장을 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다모글로벌교육문화협동조합은 경기도 성남지역의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희망찬 내일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5년 설립됐다. 1구좌당 출자금은 50만원이고 초기 조합원은 9명이었으나 현재는 12명이다. 

 

다모글로벌교육문화협동조합은 주 아이템이 전통춤 공연과 글로벌문화콘텐츠로 중국 몽골 미얀마 태국 등 4개국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전통춤 공연단 ‘다모예술단’의 공연과 다문화 전시 및 다문화 강사 파견을 주요사업으로 삼고 통번역서비스와 지역사회 자원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모글로벌교육문화협동조합은 이주민이 스스로 성장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워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주민과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을 기업의 미션으로 하고 있다.


무역회사 하던 한국인 만나 결혼 후 한국으로 생활터전 옮겨 

 

홍익대 세종캠퍼스에는 모두 217명의 교수가 있다. 중국동포(조선족)도 2명 있는데 한 명이 전춘화 교수다. 그는 전공과목으로 ‘중국학개론’, ‘중국지역전문가 세미나’, ‘비즈니스 중국어’를, 교양학부 학생들에게 ‘초급 중국어’를 가르친다. 

 

2009년부터 10년째 홍익대 강단을 지키고 있는 전 교수는 2016년 한국의 주요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기획시리즈로 연재했던 ‘중국동포 성공시대’의 22번째 주인공으로 언론에 크게 소개됐다. 전 교수는 중국동포(조선족)라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동포이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교수도 하고 있다. 동포들이 한국에서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열정을 갖고 산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흑룡강(黑龍江)성 계서(鷄西)시 출신인 그는 한족학교를 다닌 후 길림(吉林)성 연길(延吉)시에 있는 연변대 영문과에 입학해 졸업했다. 2003년 같은 대학 중문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곧바로 외국학부 영어 교수로 채용돼 강단에 섰다. 

 

2006년 지인의 소개로 연길에서 농산물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한국인 남편과 만나 결혼했다. 3년간 그곳에서 교수로 일하며 가정을 꾸렸던 그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2009년 삶의 터전을 한국으로 옮겼다. 입국전 그는 연변대 교수 경력을 인정받아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로 미리 채용됐다.  

 

하지만 한국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조선족학교에 다니지 않아 한국말이 어눌한 데다 시부모를 모셔야 하는데 한국문화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말씀에 중국식으로 ‘응’하고 반말로 대답해 야단을 맞기 일쑤였어요. 중국 음식에 길든 탓에 전라도 출신인 시부모 입맛을 맞추는 일도 여간 힘들지 않았지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혼자 번 월급으로 시부모, 시동생을 포함한 여섯 식솔의 생계를 유지해야 했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그는 특별히 내색하지 않고 한국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가족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말을 배우러 동네 도서관을 찾아 다녔고, 독서모임도 쫓아다녔다. 끼니마다 시부모를 위해 전라도 음식을 장만해 별도로 상위에 올렸다.


중국어·중국문화 강의하며 양국 교류 위해 동아리 ‘공명’ 창립


전 교수의 삶의 무대는 크게 대학과 다문화 가정으로 나뉜다. 대학에서는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친다. 그는 강의를 하면서 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데 수업시간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2012년 캠퍼스 안에 동아리 ‘공명’(共鳴, 함께 어울림)을 만들어 지도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울려야 더 효율적으로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과 상경학부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이 서로 소통하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현재 임원진을 포함해 60명이며, 6년 동안 800명이 넘는 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야호중국통’을 방문하면 공명의 모든 활동을 공유할 수 있다. 노인학교, 초등학교 등을 찾아가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치는 활동으로 공명은 2014년 교육부가 수여하는 교육기부 분야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매년 50명의 유학생을 중국 선양의 동북대학에 보내고 있다. 중국을 알아야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유학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다. 동북대 안에 ‘공명 중국지부’를 만들어 활동하도록 나서기도 했다. 2016년 동북대학 설립 94년 만에 외국 유학생 동아리로는 처음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한국 학생에게는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우도록 하는 것은 물론 취업에서 창업까지 기회를 제공하는 동아리로 발전한 것을 보면 흐뭇합니다. 제가 강의 시간 외 2∼3시간씩 투자해 유학생 관리, 해외단기 어학연수 등의 업무를 보는 이유입니다.” 

 

2016년 3월에는 취업을 앞둔 대학 3, 4학년생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공명 산하에 ‘공명블록’도 만들었다. 또 대학 내 중국 유학생들을 규합해 ‘중국유학생회’도 창립해 지도교수를 맡았다.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이 중국에서 한국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인재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한중청년국제동아리 ‘공명’(대표 장진영)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인 ㈜블록(회장 김강록)과 함께 ‘2018 제1회 공명 글로벌 인재포럼’을 중국 심양시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한중 청년 동반 성장의 첫 발걸음’을 주제로 선양시 서탑거리 수려한 한식관 연회홀에서 열린 포럼에는 중국 둥베이대·선양사범대, 한국의 홍익대·경기대·경남대·창원대·명지대·인하대 등 양국 10여 개 대학 학생과 선양조선족대학생 연합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블록과 공명의 자문을 맡고 있는 전춘화 교수는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밀접함에도 경직됐던 양국 관계 개선에 청년들이 앞장서려고 마련한 포럼”이라며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공통점을 인식해 차별 없이 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밝혔다.

 

딸 키우며 같은 처지 엄마들과 교류하며 다문화에 관심 가져


전 교수는 대학 밖에서는 다문화 가족의 권익활동에 나선다. 딸(12살) 아이를 키우면서 이중언어교실을 개설하고, 나아가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어울려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에 관심을 뒀다.  

 

전 교수가 2016년 4월 중국, 몽고, 타이, 미얀마 등 4개국 9명의 다문화가정 여성이 모여 만들었던 게 다모글로벌교육문화협동조합 다문화협동조합이었던 것. ‘다모’는 다문화, 다양한 어머니(母)들의 힘을 모아 성장한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와 문화에 서툴지만 훌륭한 이력을 가진 인재가 많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능력을 발휘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나아가 한국사회에 도움을 줄 길을 한국사회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교수로서는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진출에 조언을 해주고 싶고, 다모 이사장으로서는 교포사회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더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아이에게는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인생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전춘화 교수 프로필

 


전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현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다문화), 한국 공자학당 홍보대사, 사단법인 조각보 이사, 농림축산식품부 여성농업인육성정책 자문위원, 서울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 위원, TBS교통방송 시청자위원회 위원, 국제교육기부단 공명동아리 지도교수, 한중청년창업 ㈜ 블록BLOCK 지도교수, 다문화투데이 중국문화이야기 칼럼 연재, 네이버카페 야호 중국통 운영자 8년, KC동반성장기획단 경제팀팀장 

 

저서 <기초다지기 중국어 1,2,3 시리즈> 공저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김지영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