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위안루] 가수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은 완벽히 채운다. <나는 가수다(我是歌手)>의 가장 큰 특징은 출연하는 가수들이 점수가 매겨지고 재발견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무대의 질은 총감독의 관용과 아량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시즌3 스튜디오. 현란한 색색조명이 천장에서 무대위로 쏟아진다. 화려한 무대 맞은편에 훙타오(洪涛)PD가 어두운 방청석 멘 뒷줄 구석에 조용히 앉아 한훙(韩红)의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1,200m2의 스튜디오에 한훙의 노래가 음파를 타고 귓가에 울리며 구석구석 퍼진다. 훙타오 PD는 음향효과가 가장 좋은 곳에 꼿꼿이 앉아 가수들의 반복되는 리허설을 듣고 또 듣는다. 가수 한 명 당 한 시간 정도의 걸리는 리허설을 끝까지 열심히 듣는다. 한훙의 리허설이 끝나자 훙타오는 곧바로 관중석 멘 앞줄로 가 다음 리허설을 기다리고 있는 가수 리졘(李健)과 대화를 나눈다.
천장의 흰 조명 빛 줄기가 훙타오의 검은 후드티로 떨어지자 목의 체크무늬 셔츠 칼라와 바짓단을 접어 올린 짙은 색 청바지의 구멍이 선명하게 보인다. 쟁쟁한 가수들이 모이게 될 이 무대에서 가장 힘 있는 총감독 훙타오의 점수는 언제나 짜다.
시즌3가 방송 중인 나가수의 훙타오 PD는 가수들뿐만 아니라 방청객들 사이에도 인기스타다. 사람들은 안경을 끼고 말투가 느린 이 총감독을 기억한다.
“시청자가 까다로워 졌다”
오후에 리허설현장에 도착한 훙타오는 검은색 뿔태 안경 넘어 무대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이마의 주름이 TV화면보다 선명하다.
무대조명이 끊임없이 바뀌고 무대의 네 주변에는 악기와 새로 들여온 아미라(Amira)카메라가 있다. 아시아 TV프로그램 제작설비 중 최고의 설비로 영화스크린 같은 고(高)화질의 화면을 연출할 수 있다.
“나가수의 무대효과는 이미 훌륭하지만 훙PD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시즌1 시절의 무대조명 사진과 비교해 보면 올해의 조명과 무대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죠. 조명의 밝기와 부드러움, 새로 도입된 탈락경연도 그렇고요. 혁신은 흔한 말이지만 실제로 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 곳(방송국)에서 혁신은 DNA와 같습니다.” 후난(湖南)위성TV 프로그램 홍보부 주임 탕지안(汤集安)이 <중국신문주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나가수는 후난위성TV 역사상 최대의 제작규모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시즌1에는 카메라 38대, 시즌2에는 40대가 동원되었고 시즌3에는 더 늘었다. “시즌3에는 다양한 카메라와 모니터를 더 늘렸어요. 숫자가 많다고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네요.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프로그램에 필요한 효과가 담길 수 있으면 되요.” (훙타오)
훙타오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직접 해야 하는 성격이다. 리허설, 녹화, 편집, 방송에 이르기까지 훙타오의 활동 범위는 시계추처럼 스튜디오와 편집실이 전부이다. “모든 출연자들의 음악을 자세히 들으면서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기수, 밴드와 연락해 소통하죠. 시즌3 출연진의 경우 가창력은 좋은데 전속 밴드가 있는 가수도 있기 때문에 주관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거든요. 선곡이나 편곡에 있어서 나가수 같은 무대를 힘들어하는 가수도 있을 수 있어요. 어떻게 조합을 해야 최고의 효과가 연출될 지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훙타오)
훙타오의 장점은 꼼꼼함이다. 나가수 시즌2 9회 당시 한레이(韩磊)가 <꽃집아가씨(花房姑娘)>를 불렀는데, 후렴구에 들어서자 현장의 방청객 하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뛰쳐나오는 것이다. 훙타오도 이 광경을 보았다. 드디어 TV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훙타오는 결국 화면에 비추지 않았다. 훙타오는 편집실을 찾아 한레이를 촬영 중이던 카메라 8대에 녹화된 화면을 일일이 돌려보며 문제의 순간을 찾아냈다.
이 1~2초의 화면을 위해 훙타오는 1~2시간을 들인 것이다. “더 수준 높고 까다로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데는 끝이 없어요. 시청자들이 제일 까다롭기 때문이죠.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프로그램의 수준도 높아져야 하고 앞선 마인드를 유지해야죠.”
무대의 디테일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훙타오는 가수 및 밴드와 늘 함께한다. 가수가 리허설현장에 도착하기 전의 막간을 이용해 음악감독 량차오보(梁翘柏), 음향감독 허뱌오(何彪)와 리허설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훙타오는 프로그램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의견을 고집하는 가수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모두가 우호적인 방식으로 소통하죠. 아시아 최고의 음향시설과 밴드라 그런지 예술적인 욕심들이 많아요. 제작진 역시 지금의 조건에서 관객들이 음악의 세밀한 부분까지 들으시고 감동 받으실 수 있도록 최상의 소리를 연출하고 싶고요。”(훙타오)
관객들이 따지는 것은 프로그램의 조명, 음향효과, 가수의 퍼포먼스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시대 ‘댓글’의 홍수 속에서 훙타오 역시 자신에 관한 황당한 글들을 수없이 보아야 했다. 친구 하나가 <한훙이 훙타오의 권위를 위협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제목의 글을 훙타오에게 보여주었다. 글을 읽은 훙타오는 블로그에 직접 대응하고 나섰다. “일부 현상을 부적절하게 확대해석 하고들 계신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프로그램의 취지와 반대되는 겁니다. 한훙씨가 다소 직설적이고 욱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여러분은 한훙씨의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군요. 불공평한 일입니다. 한훙씨가 편곡과 조합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현악곡 작곡에는 더욱 심혈을 기울이셨는데 말이죠.”
거침없는 댓글을 남기는 시청자 중에는 녹화 현장에서 열광하고 과장된 표정의 방청객도 있다. 40만 명의 방청객 평가단 신청자 가운데 조건에 맞는 방청객을 뽑기 위해 20여 명이 매일 8~9시간 전화를 걸고 매 통 30분 정도의 통화를 통해 방청객 평가단을 선별하여 선정한다.
방청객 선정은 치열한 공간확보전쟁을 방불케 한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선정되기가 로또 당첨 수준이죠. 매 회마다 끈질기게 신청하는 분들도 계셔요. 음악을 사랑하시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모든 질문에 자세히 대답하실 수 있는 분들이죠. 선정된 분들은 2차 전화인터뷰를 통해 말투, 음악감상능력과 현장판단력까지 파악하고요. 관중 자체가 열광적인 경우도 있지만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은 없습니다.” (훙타오)
“내가 목마른 것은 물이 아니다. 돈이다”
나가수가 다른 음악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PD인 훙타오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다.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훙타오는 카메라 20여대와 현장의 전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수 억 시청자의 주목을 받는다. 항상 어색하다.
본 녹화 한 주 전까지도 훙타우는 제작진에게 전문가 심사단이 경연결과를 발표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만장일치로 반대했다. “훙PD님은 내성적이고 조용하시면서도 독특한 개성이 있어요. PD님의 진행경험과 넓은 음악계 인맥, 가수들 사이의 인지도와 평판, 인격 등은 모두가 알아주기 때문에 PD님께서 직접 경연결과를 발표해 주셨으면 했어요.”(탕지안)
그러나 훙타오는 허풍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전에는 모든 매스컴과의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지금은 할 수 없이 일부 응하고 있다. “개성이죠. 일 밖에 모르거든요. 자기 프로그램이 나가수 뿐이니 거절할 수도 없잖아요.” (탕지안)
사실 훙타오는 카메라 앞에서 더 어려운 일을 겪었다. 그가 인터뷰에 부담을 갖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가수 섭외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요. 정말 힘들거든요. 시즌3까지 오면서 나가수 무대에 서기를 원하지 않는 가수들도 많았어요. 어울리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나가수 같은 무대는 경연형 가수에나 어울리고 본인은 불리하다 생각해 망설이는 가수도 있어요.” (훙타오)
나가수 무대에 서는 가수들을 대부분 훙타오가 직접 섭외하고 가끔 출연을 자청하는 가수도 있다. “잘나가는 가수를 섭외하기는 매우 어렵죠. 다행히 이번 시즌 가수들이 정해졌고 만족스러운 라인업이에요.” (훙타오)
이렇게 어렵게 섭외한 가수이기에 훙타오는 카메라 앞에서 탈락자 가수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을 표한다. 천지에이(陈洁仪)가 떠났을 때의 눈물, 리롱하오(李荣浩)에게 했던 축복, 후옌빈(胡彦斌)에게 보였던 아쉬움, 구쥐지(古巨基)에게 전했던 감사…… 당시 복잡했던 심정은 훙타오 자신만 안다. “후옌빈이 탈락했을 때 정말 아쉬웠어요. 음악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있었고 나가수 무대의 색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거든요. 기초와 내공이 워낙 든든했던 가수라 무대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훙타오)
TV에 출연한 훙타오는 선택의 주체인 한편 대상이기도 하다. 동료들의 눈에 훙타오는 함께 지내기 쉬운 사람, 최고를 추구하며 누군가가 부탁을 될 수 있으면 들어주고 거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실 나가수 매 회 말에 훙타오가 등장하는 순간이 가수들이 노래할 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이 가장 높다. 한 광고주는 이 시간대의 상업적인 가치를 의식해 올해 훙타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훙PD가 경연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시는 물이 실은 물이 아니라 금(돈)이라는 우수게 소리까지 있더라고요.” (탕지안)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훙타오(洪涛): 가수를 평가하다2015.03.26
- 훙타오(洪涛): 가수를 평가하다(2)2015.03.26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
- 경제
- 사회
-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