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와 관련해 신속하게 협의하고 세계가 놀랄만한 합의를 이룬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이지만 그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 |
▲ ©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여러 갱도와 부속 시설을 폭파했으며 핵실험 장을 공식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시각중국 |
[글/ 차오란(曹然), 기자 쉬팡칭(徐方清)] “사실 그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양측에 훨씬 좋은 결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 얘기는 누구의 예상보다도 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월 12일 점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공동성명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현장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답했다.
녹음이 우거진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간단한 인사말만 했다. 그는 오늘 역사적인 회담을 열고 과거를 내려놓기로 했다고 전하며 곧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세상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폐기에 동의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응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조-미 양국 지도자 회담에서 체결된 성명에는 양측 ‘마지노선’에 대한 공동된 인식이 분명히 들어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확고히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전면적’이란 표현을 쓴 이번 공동성명은 몇 백 자에 불과한 내용으로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등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당일 조-미 간 반 세기가 넘는 대립이 지속되었지만 양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평등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중대하고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왕이 부장은 양측 지도자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실현,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기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질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회담의 의제 중 가장 큰 관심사는 비핵화 문제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비교했을 때 북미 지도자들의 공동성명이 비핵화 문제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해협시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을 수도 있다”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날 미국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기자들의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도 역시 비핵화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날아가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 만남 후 1분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매우 복잡한 핵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관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냐고 물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이 내일 회담에 참여하기 위한 완전한 준비를 마쳤고 “저는 대통령이 여러 가지 의견을 충분히 참고하여 판단할 것이며 모든 기회와 위험에 대한 대응을 잘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두 정상이 가장 적절한 장소에 위치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답했다.
북미회담에 앞서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 실무진에 핵 폐기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은 여러 가지 사실을 들어 여론의 관심에 대응하였다. 그는 3개월여 동안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 팀이 일주일에 여러 차례의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 사업과 관련된 기술과 후방 실무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실무 팀은 여러 기구의 전문가 100여 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핵 폐기와 관련된 군사부문 전문가, 핵에너지부문 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에너지부문 실험실에는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돼 있고 이외에도 북한 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정보시스템 담당 요원 등이 포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화학, 생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와 분석 등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외에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에 실무 팀을 파견하였는데 여기에 ‘대통령이 이끄는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전문가’가 포함돼 있으며 이 팀들은 회담 기간 동안 제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자발적 핵 폐기
울창한 산림 사이에 몇 채의 회색 건축물이 좁은 산골짜기에 늘어서 있었고 네 개의 구덩이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이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해발 2,200m 규모의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습이다. 2018년 5월 24일 북한의 핵실험 시설 철거를 위한 북한 핵실험 시설 폭파장면을 30여명의 중국, 미국, 한국, 영국, 러시아 기자들이 이곳에 모여 목격했다. 12년 동안 이 곳에서는 여섯 차례나 핵실험이 진행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장을 직접 언급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 지도부는 “외부에서 북한이 사용 불능 상태인 핵실험장을 폐기하였다고 하는데 사실 폐기에 포함된 갱도 중 기존 실험 시설보다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2011년 말 권력 승계 이후 북한 최고 지도자로 부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6년이 넘는 동안 대외 방문에 나서지 않았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 활동은 꾸준히 강화된 추세를 보였다. 조·미 대화에 참여했던 미 국무부 핵 정책팀 관료였으며 콜럼비아대 연구원인 조엘 위트는 당시를 회상하며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괴롭힐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히며, 한 북한 관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곧 생존의 길”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른 한 북한 회담 대표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김정은 위원장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야만 국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밝혔다”고 전했다.
2003년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미 2003년에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에 대한 공중 공격을 감행했다. 이 사건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한층 더 자극했다.
이후 풍계리 핵실험은 회를 거듭할수록 강도 높게 이뤄졌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는 규모 3.9급의 지진이 동반되었으며 2차 핵실험 때 4.5급, 3차 핵실험과 4차 핵실험으로 인한 진도가 각각 4.9급, 4.8에 달했고 5차 핵실험 때는 5.0급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7년 9월 3일의 6차 핵실험은 5.7급의 지진을 동반하였다. 한국 국정원은 6차 핵실험이 발생한 8분 뒤에도 여진이 발생했고 그 뒤로도 3차 지진이 발생했으며 2호 핵실험 갱도가 이로 인해 파괴되었다고 전하면서 이는 2차 핵실험 이후 발생한 적이 없는 경우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핵 무장 능력도 북한중앙통신의 말대로 ‘더 높은 단계에 올라섰다.’ 5차 핵실험 직후 북한중앙통신은 “이번 핵실험은 표준화된 핵탄두의 구조적 특성과 성능을 검증하고 성능과 그 위력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6차 핵실험은 ‘수소 폭탄 폭발의 새로운 기술과 내부 구조 설계도의 정확성, 신뢰성’을 보여주었다”고 전하며 전례 없던 위력을 지난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고 밝혔다.
“핵폭탄은 북한의 방어전략의 일환일 뿐만 아니라 외부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며 북한 민족을 지킬 수 있는 위대한 무기이다.” ‘애틀랜틱 먼슬리’은 핵무기가 북한에 주는 의미를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북한은 2012년 5월 13일 제12기 5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해 ‘핵 보유국, 무적의 군사 강국’이란 단어를 실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북미 실무회담을 주재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5월 24일 담화에서 북한을 ‘핵 강성 대국’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핵무기를 개발한 이래 ‘핵 강국’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북미 직접 대화가 실패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1차 조핵 위기 때 북한은 의도적으로 중재를 시도했던 유엔 관계 기관들에 대해 조핵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이므로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북한은 미국 측과 협상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199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클린턴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최종적으로 빌 클린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 받고 비핵화를 선언한 ‘조·미 기본 협정’을 맺었다. 1999년 김정일 위원장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면담을 가지겠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난 뒤 올브라이트는 “그때가 사실 조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회고했다.
2000년 새로 부임한 조지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제네바 합의’ 이행을 거부하면서 조핵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제재-핵실험-재(再)제재-재실험’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었다.
중국 외교부 푸잉(傅瑩) 전 부부장은 <중국신문주간>에 글을 발표하여 2003년 북미 양측이 중국정부를 통해 대화를 했고 북한 대표단은 연회에서 직접적으로 미국 측과의 대화를 시도했다가 미국 측 대표단의 거절을 받았으며 그 직후 북한이 3자 회담에서 탈퇴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은 미국 측과의 양자 접촉을 염두에 두고 독자적인 공간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별도의 방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푸잉은 이어 6자 회담에서 북한 측은 북미 단독 회담 재개를 재차 강조하였고 최종적으로 중국은 댜오위 타이(釣魚臺)의 영빈관인 ‘팡페이웬(芳菲苑)’ 로비에 칸막이 병풍을 설치하고 녹색 식물과 소파로 여러 개의 다과를 나눌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었으며 그 중 한 공간을 북미 대표단 대화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겼다고 했다.
그러나 양측은 신뢰도가 부족했고 국내 정치적 압력에 직면하는 등 여러 이유로 대화를 통한 비핵화 해법 도출에 실패했다. 북한을 방문했던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모든 것을 시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4월 20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 장을 폭파하겠다고 선언하자 한미 양국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북한은 “지금 세계 일류 정치 사상 강국으로 부상하고, 군사강국 지위로 나아가는 있는 시점에서 북한은 인류의 공통된 염원과 포부에 부응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비핵화 세계를 위한 발전에 적극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변화에 이종석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보다 글로벌화를 더 중시하고 국제 환경을 고려하며 국제사회에 동참하여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것을 갈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마지노선은 북한 경제가 고속 발전되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런 보장을 받아야만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 위원장은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더 실무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국제 원자력 전문가들은 과거 핵무기를 생산한 상태에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나라는 남아프리카뿐이라고 분석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바람직한 목표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CVID의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미국이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이다.” 2018년 6월 11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 회견을 통해 이번 북미회담 준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CVID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6월 7일 연합뉴스는 북미 양측은 이미 북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에 대해 기본적인 컨센서스를 형성했지만 CVID 문제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CVID를 협약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 표현은 패전국에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일 담화문을 발표하여 미국 펜스 부통령이 제기한 “미국이 원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결국 이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6월 12일에 서명한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CVID 문제는 1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2003년 7월 첫 6자 회담 개최 시 4개 단계로 나누어 이를 실현하며 단계별로 미국 측이 동시에 경제 지원을 하는 비핵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선 CVID 방식으로 핵 폐기를 실현한 다음에야 경제 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후 미국은 ‘단계적인’ 방안에 찬성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CVID의 세가지 요소에 부합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 세가지 요소란 완전하고 철저한 검증이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과정을 말한다.
이번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실무팀은 좀 과격한 주장을 펼쳤다. 5월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악관 실무 팀은 비핵화 방안에서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CVID)’보다 더 철저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PVID)’를 주장했다. 북한의 반발로 남측은 중재를 시도했고 미국은 PVID를 포기했다. 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양측은 CVID 모드에 합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4월 27일 ‘완전한 비핵화’는 이미 ‘판문점 선언’에 실렸고, 남북 양측은 각자의 사명과 역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기초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완전하다’는 개념에 대해 남북은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역사상 북미 대화는 여러 차례 논란이 됐었다. 북미 양측은 2012년 ‘2.29합의’를 달성했고 양측이 발표한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할 것에 관한 합의에 위성 발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 해 4월 13일 인공위성인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위성 발사’를 ‘미사일 시험 발사’에 포함시켰고 이에 따른 식량지원 조항을 거부하고 나섰다. 쌍방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현재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이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뉴욕 타임즈’는 6월 12일 보도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는 평양에서와 워싱턴에서 전혀 의미가 다르다”고 했다. 그 동안 북한 비핵화 문제가 거둔 중대한 성과는 6자 회담에서 체결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서 명시된 내용이며 최종 핵 폐기를 목표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최종적으로 전부의 핵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이다. ‘뉴욕 타임즈’는 비핵화의 전 과정에는 핵무기 제거,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 원자로 폐쇄, 실험 중단, 연료 생산 중지, 국제 사찰 실시 등 6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은 핵무기 및 미사일 폐기, 핵연료 폐기, 핵시설 폐쇄를 골자로 하는 비핵화 방안을 비핵화의 주요 내용으로 보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회담 전에 미국 측은 그 동안 북한의 핵무기 리스트를 제시하고 일부 핵무기를 국외로 반출하는 성의를 보여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 직전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주장은 북한 측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 |
▲ © 2008년 2월 14일 미국 연구진들이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다. 사진/ 시각중국 |
다른 방면으로 ‘완전하다는 것’은 핵무기와 핵시설을 철저하게 제거한다는 뜻으로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절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미 대화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미 국무부 핵정책연구소 전임 연구원은 2008년 회담 때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골자로 하는 3단계 과정에 대해 북한 정부는 핵 프로그램 동결, 중요한 시설에 대한 폐쇄 및 이 시설을 해체한 뒤 핵 무기를 해체하는 간단한 과정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미국 측 대표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매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선의는 베풀 수 있지만 미국이 ‘적대 정책’을 수정하려고 할 때 북한이 핵 시설과 핵무기를 진정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미국은 그 동안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완료된 후에도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리비아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꾸준히 피력해 왔으며 트럼프 정부는 결국 비핵화 과정에 대한 ‘리비아 모델’의 요구를 수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5월 7일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와 동시적 조치를 함께 언급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한꺼번에 비핵화를 실현하는 조치’란 표현을 쓴 뒤 ‘신속한 단계별 비핵화 실현’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북한은 또 다른 면에서 양보를 했다. “(이번에) 북한은 모든 핵 능력에 대한 초보적인 동결을 고려하고 있는데 핵실험뿐만 아니라 핵폭탄 제조 재료도 포함할 수 있다. 이는 곱씹어 볼 대목이다.” 5월 20일에 발표한 글에서 위트는 “이런 동결은 앞으로 한걸음 발을 내민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무기용 자재를 생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핵무기 제거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하지만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 북한이 새로운 폭탄을 만드는 시설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증 가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선임 연구원이며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리빈(李彬)은 핵 폐기와 마찬가지로 핵 폐기의 결과가 어떤 단계에 도달할지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현황에는 핵 물질의 생산, 핵 장치의 연구 제조 생산, 핵무기의 집성 및 운반 도구, 핵무기의 군사 배치와 장비 등 4개의 기술 분야가 포함된다. 리빈은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하나가 빠져도 완전한 핵 폐기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과학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핵 검증은 디테일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핵 검증이 시작된 후 시찰의 개입을 줄여 궁극적으로 정확한 검증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학적인 사찰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방안을 받았지만 그 외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해도 그는 승리자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것은 다 얻었지만 비핵화를 얻지 못하게 되면 그는 실패자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대북특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
- 경제
- 사회
-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