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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창 선운사에서/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글/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선운사 초입에서 맛본 ‘풍천장어’
고창-장흥-강진-해남으로 이어진 2박3일의 여정……
단풍비 쏟아진 선운사의 정경도 일품
2박 3일간의 ‘남도맛 기행!’ 아프리카중동한상총연합회(회장 김점배) 팀이 이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전남 장흥과 강진, 해남 순방에 나선 것은 2018 인천 세계한상대회 폐막 이튿날인 10월 26일이었다.
아프리카중동한상팀은 인천 송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박 4일의 세계한상대회 기간 동안 아프리카중동한상 독자 부스를 열고,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특별 공수해온 오만산 유향과 대추야자, 말라위산 땅콩, 목공예품과 그림, 남아공산 프로폴리스와 알로에젤리, 탄자니아산 커피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판매수익금을 내년도의 아프리카 오지 ‘평화의 샘물’ 파기 후원금으로 사용하는 이벤트였다.
이 행사로 열기를 모은 아프리카중동 한상팀은 여세를 몰아 세계한상대회 폐막 이튿날 아침 남도맛기행을 떠났다. 아프리카중동한상 ‘남도맛기행단’을 실은 전세버스는 10월 26일 아침 인천 송도의 라마다호텔을 출발해 첫 행선지인 고창 선운사로 향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가을비는 버스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경계선에 접어들 무렵부터 빗줄기가 굵어졌다. 도중에는 안개까지 가득한 길도 많아 차창으로는 운무 가득한 산수화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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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창 선운사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첫 행선지는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사였다. 선운사는 삼국시대 건립된 유서 깊은 대찰이다. 백제 위덕왕 24년(AD. 577)에 백제 검단선사와 신라 국사인 의운국사가 공동으로 창건했다고도 하고, 조선 정조때 기록된 ‘선운사 사적기’는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와서 이 절을 창건했다고도 적고 있다. 어떻게 보든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사는 신라와 백제가 합작해 지은 절이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중동한상 ‘남도맛기행단’을 태운 버스는 오후 1시가 넘어서 선운사 초입에서 멈춰섰다. 신덕식당이라는 이름의 풍천장어 전문점이었다. 식당 주변으로는 풍천장어 간판을 건 음식점들이 도처에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하지만 ‘남도맛기행’이어서 이번만큼은 ‘풍천장어’가 목표고, 선운사 탐방은 ‘덤’이었다.
“아버지가 음식점을 23년을 경영하고, 제가 이어받아 29년째 경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때만 해도 막걸리를 팔자고, 가게 앞을 흐르는 하천에서 잡은 풍천장어를 안주로 그냥 내놓던 때입니다.”
식당 주인이 이렇게 내력을 소개하면서 풍천장어의 유래도 설명했다. 가게 앞을 흐르는 하천은 고창에서 드물게도 물이 역류하는 곳으로, 바다에서 민물로 올라오는 장어가 이곳 하천에 갇혀 풍천장어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소금구이로 해서 먹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고추장구이도 개발해서 호평을 받고 있어요. 일본사람들이 즐겨 하는 간장구이는 우리집에서는 만들지 않아요.”
식당주인은 “복분자도 겸해서 들면 좋다”면서 “전에는 식당마다 독특한 레시피로 복분자를 만들어 제공했으나, 관공서에서 사제 복분자 제조를 단속해서 지금은 만들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식당에서 독자적으로 복분자 술을 만들어 파는 것도 단속한다고 하니, 다양한 복분자주 맛을 접하기는 당국의 규제가 있는 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점심은 풍성했다. 먼저 풍천장어 소금구이가 나오고 이어서 고추장구이가 나왔다. 구운 장어를 상추나 깻잎에 싸고는 썬 생강도 넣어서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장어를 굽는 고소한 내음이 산사 초입에서 폴폴 풍기는 것을 선운사 스님들은 어떻게 참고 넘길까? 그처럼 ‘인내’하다 보니 선운사에서 큰 스님들이 많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어구이집을 나와서는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사로 가는 길에는 바람도 불면서 비도 오락가락 했다.
선운사로 가는 길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특히 은행나무도 노랗게 변해 있어서, 단풍이 절정을 이룬 듯했다. 계곡 물길을 따라 때때로 바람이 몰아치자, 나무들에서 떨어지는 붉고 노란 잎사귀들이 단풍비를 뿌려냈다.
선운사 만세루와 대웅보전 앞을 흐르는 개울에는 극락교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그 위에서 다투어 사진을 찍었다. 개울을 따라 서 있는 나무들이 단풍비까지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극락이 따로 없었다. 극락교를 가운데 두고 양쪽이 다 극락 같은데, 사람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코 오가고 있었다.
아프리카중동한상 남도맛기행단은 선운사를 돌아보고는 다시 산문쪽으로 나가 버스에 올랐다. 다음 행선지는 장흥이었다. 저녁 맛기행은 장흥 명물인 한우삼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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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장흥읍 토요시장의 한우삼합을 찾아서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장흥읍 토요시장의 한우삼합
다음 행선지는 전남 장흥이었다. 당초 무안을 들러서 유명한 세발낙지로 저녁 메뉴를 계획했으나 장흥읍에서의 한우삼합으로 바꾸었다. 점심식사와의 시간차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숙소인 장흥 우드랜드로 가서, 여장을 풀고 난 뒤, 다시 버스로 이동해 저녁 식사 장소로 갑니다. 저녁은 장흥에서 유명한 한우삼합으로 합니다.”
이렇게 소개할 때만해도, 장흥 한우에 홍어, 삭힌 김치의 조화를 떠올렸다. 홍어삼합을 연상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우삼합은 다른 조합이었다. 한우와 키조개 관자살, 표고버섯이 삼합을 이룬다는 사실을 장흥읍의 한우삼합집에 가서야 깨달았다.
아프리카중동한상 ‘남도맛기행단’은 편백나무숲이 우거진 우드랜드에 여장을 풀었다. 우드랜드는 장흥읍 억불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33ha의 넓이에 40년생 이상의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우드랜드에는 사색의 숲, 자생식물원, 목재문화전시관, 말레길 등이 조성돼 있고, 위쪽으로는 소금찜질방도 만들어져 있었다. 일행은 편백나무 통나무 집들에 여장을 풀자마자 바로 저녁이 준비된 장흥읍 토요시장 거리에 있는 정남진한우집으로 향했다.
한우삼합은 전남 장흥군이 자랑하는 요리다. 장흥군은 한우로 유명하다. 표고버섯, 무산김과 함께 장흥의 대표적인 특산물이 장흥한우다.
“장흥은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군입니다. 한우 사육이 특화된 지역입니다.”
김점배 회장이 장흥에 대해 소개를 했다. 중동 오만에서 수산업을 경영하고 있는 김회장은 장흥군 대덕읍 출신이다. 장흥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흥군의 인구는 올해 10월말 기준 3만9,377명이다.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노인 인구가 많다.
장흥군에서 사육되는 한우 수는 2016년 통계로 4만8,643마리. 여기에 젖소 352마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장흥 한우는 2011년 5만4,000여마리를 헤아렸으나, 점차 사육농가가 줄면서 한우 수도 줄었다. 하지만 장흥군 소 사육 농가가 2,000여호에 이르러 들판 곳곳에서 소 사육농장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우가 특산이다 보니, 장흥 한우로 개발된 요리가 한우삼합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정남진한우삼합집은 장흥읍의 탐진강변에 면해 있는 토요시장 안에 있었다.
토요시장은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각종 특산물들이 나오는 재래식 장터가 토요일마다 만들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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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장흥읍 시장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장흥읍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은 여름이면 물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곳으로, 넓은 고수부지는 주자창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걸어서 500미터 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토요시장 주변으로는 한우삼합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장흥 사람들만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식당수가 많았다.
식당에 들어서자 상차림이 시작됐다. 자리에 앉아 불판을 달구는가 했더니 곧 향기가 방안에 가득 메웠다. 쇠고기와 키조개의 관자살, 표고버섯이 불판 위에서 만들어내는 조화가 눈과 코, 입을 모두 즐겁게 만들었다.
장흥은 표고버섯 산지로도 유명하다. 장흥 득량만에서 나는 키조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크고 살도 부드럽다고 한다. 장흥군청 홈페이지는 한우삼합 먹는 법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어찌게 먹으까 잉~. 먼저 상추 한 장을 손바닥에 깔아블고~ 그 우에다가 표고버섯을 얹는디, 생것이든 구운 것이든 난 상관안한당께~. 다시 그 우에다가 야들야들 키조개 언져블고, 살살 구운 쇠고기를 공손히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마늘이랑 고추까정, 담백하고 고소흐니 겁나게 맛있어브러요~. 남녀노소 다~ 몸에 좋은디,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어찌겨? 와서 묵어보는 수밖에~.”
한우삼합으로 입맛을 다신 ‘남도맛기행단’은 다시 버스에 올라 편백나무가 우거진 우드랜드로 향했다.
이재천 장흥군 대덕읍장, “장흥군의 해외진출 도와달라”
대처로 나가 성공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을 지키면서 고향의 발전과 함께 하는 것도 바람직한 인생일 것 같다는 생각을 이재천 장흥군 대덕읍장을 만났을 때 문득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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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운데 왼쪽으로부터 세번째, 장흥군 대덕읍장 이재천씨와 함께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이재천 읍장은 김점배 아프리카중동한상총연합회장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이다. 2년전 제주한상대회를 마치고 아프리카중동한상팀이 장흥을 방문했을 때 이재천 읍장은 장흥군 주민복지과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대덕읍 읍장이 돼 아중동한상팀을 만난 것이다.
이재천 읍장을 만난 것은 ‘남도맛기행’ 둘째 날 아침이었다. 장흥읍 억불산 우드랜드의 편백나무 통나무집에서 피톤치드 향기를 호흡하며 밤을 보내고 아침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이재천 읍장이 와서 우리를 맞고 있었다.
이날 아침은 우드랜드 식당이 자랑하는 메뉴인 키조개탕이었다. 맑은 조개국물에 키조개살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인심 좋은 주인장은 ‘직접 담근 김치’라면서, 반찬 리필에 주저함이 없었다.
“정종순 장흥군수님의 인사를 대신해 전한다”면서 “어머니품 같은 장흥에 잘 오셨다”고 인사한 이재천 읍장과 아중동한상팀의 간담회가 식사와 함께 시작됐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을 올라가면서 편백나무 숲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앞으로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남아공에서 온 이국영 회장이 말을 꺼냈다. 붉은색 해병대 옷과 모자를 랜드마크로 하는 그는 골프도 잘 치고 인사도 ‘필승’으로 하는 영원한 해병대전사다.
장흥군은 사람수보다 한우수가 많다는 이 읍장의 말에 보츠와나에서 온 김채수 보츠와나한인회장이 즉석에서 제안했다. 보츠와나와 장흥군이 자매결연 해서 보츠와나 초원에서 장흥한우를 키워서 유럽에 육가공품으로 수출해보면 어떠냐는 아이디어였다. 보츠와나 정부사업을 주로 연결하고 있는 김 회장다운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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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흥읍 <생명의 편백숲>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이재천 읍장은 이날 장흥한우로 만든 장흥한우육포와 무산김을 들고 와서 선물을 했다. 장흥한우육포는 쫄깃하면서도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아 식감이 말할 나위 없다. 너무 달거나 짜지도 않아서, 간식으로 제격이다. 장흥은 한우삼합 등 생고기나 절임고기로도 장흥산 한우를 소비하면서도, 육포로 가공식품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고 한다.
무산 김은 장흥의 또 다른 특산물이다. 일반적으로 김재배에는 산(酸)이 사용된다. 양식 과정에서 ‘잡조류’가 부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을 뿌린다. 염산을 치다가 말썽이 일어 유기산으로 바꾸었지만, 장흥에서는 유기산조차 쓰지 않는다. 바다에 떠 있는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공기 중에 노출하는 방법으로 ‘잡조류’의 부착을 막는다. 평균 4일에 한번씩 김발 뒤집어주기 작업을 하는데, 새벽에 나가 공기 중에 노출되도록 뒤집었다가 오후에 다시 바닷물 속으로 집어넣는 작업을 한다. 산을 뿌리는 것보다 인력과 배 기름 값이 더 든다. 그렇게 만든 것이 장흥 ‘무산(無酸) 김’이다.
이재천 읍장은 김점배 회장이 고향을 위해 많은 기부활동을 해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5년간 큰 금액을 고향에 기부하는 아너스클럽에도 일찍부터 들어있다고 소개를 했다.
이날 아침 이재천 읍장은 아프리카중동한상팀을 만나 장흥 특산물이 해외에 많이 소개되고, 장흥군이 해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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