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산(香山), 결국 무용지물인 산길

고요함은 산이 갖고 있어야 할 품격이다.
샹산(香山)에도 좋은 시간이 있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3-27 1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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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찡위]  눈을 어렴풋이 뜨고 있으니 점차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다. 낮에 샹산(香山)에 온 사람들이 전부 시내로 돌아가자 산은 다시 텅 비게 되었다. 산 주민들의 개들이 맞장구를 치며 짖고 있다. 인적 없는 산은 작은 소리마저도 크게 울리도록 만든다.


텅 빈 다락방에서 나는 카펫에 누어있다. 주위는 아득하게 멀고 인가도 없다. 창문은 열려있고 가을의 싸늘함이 방안을 점령한다.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모든 사람들이 바쁘지만 이 다락방은 나에게 고요함을 선물하고 있다. 


쪽잠에 든 사이에 이미 밤이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펑, 펑, 펑, 누군가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나는 눈을 살며시 뜨고 폭죽이 ‘펑’ 하고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지고 다시 ‘펑’ 하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있다. 폭죽은 산 입구에 살고 있는 주민의 마당에서 터뜨린 것이다. 아마 오늘 경사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창가에 앉아 단배를 피운다.


그 해에 나는 산과 강이 산산조각이 나는 듯한 심정으로 모든 일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었다. 그때는 무더운 7월이었다. 세상은 넓은데 어디로 가면 좋을까? 단번에 결정할 수 없어서 일단 샹산에 들어오게 되었다. 


타지에 있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면서 나는 시간이 나면 산에 오른다고 하였다. 그 친구는 자신도 등산 마니아라고 신나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오르는 산이 샹산이라 하자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친구에게 샹산은 산이 아니라 작은 흙언덕에 불과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홍엽(红叶)이며 역사고적에 존재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곳일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답변을 할지 몰라서 샹산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샹산을 선택하였으니 방을 구해야 했다. 샹산 동문 쪽에 있는 상가에서 방을 구하면 안된다. 그 쪽은 전부 상인들이어서 종일 떠들썩하다. 그래서 샹산 북쪽 문에 있는 방을 보기로 했다. 북쪽 문으로 통하는 돌판 길은 청색을 띄고 길 양쪽은 녹음이 해를 가린다. 이쪽은 여행객들이 적어 마치 잊혀진 곳과 같았다.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온 노부부는 내가 방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의 방이 곧 계약 완료 된다고 추천해 주었다. 노부부는 시내에 집이 있지만 퇴직한 후 매일 아침 등산을 하기 위해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집은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유독 맘에 걸리는 것은 큰길 옆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잠에 예민한 사람은 참을 수 없는 곳이다. 


몇 주 동안 나는 샹산 북쪽에 있는 마을을 전부 돌아보았다. 이곳의 방은 거의 새로 지은 것으로서 계획 없이 자신의 집 마당을 이용해 재량껏 지은 것이다. 단층집 월세는 600위안, 거실, 주방 있는 집 월세는 1,200위안, 방 두 칸에 화장실이 딸린 집은 1,800위안, 다락방이 있는 집은 2,000위안, 토호 같은 마당이 있는 집은 5,000위안이다. 입주해 있는 사람들은 대략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쭝관춘(中关村)에서 근무하는 졸업하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대학생그룹, 다른 하나는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 마지막으로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가 있으면 예술가들이다. 


집을 하나 보았는데 총 2층이다. 반지하에 방이 3개 있다. 여기에 묵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들이라고 집주인이 말한다. 첫 번째 방에는 촬영 작가가 살고 있었는데 촬영한 작품은 별 볼품이 없었다. 중간 방에는 음악가가 살고 있었다. “놀라지마, 작가야.” 세 번째 방 문 앞에 가자 주인이 말했다. 

 

창문으로 들여다 본 방 안은 책이 널려져 있고 바닥에 책받침으로 놓여져 있는 박스는 전부 부서져 있고 침대 위에는 이불이 널브러져 있었다. 더러운 옷들이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유일하게 있는 가구라고는 간이형 옷장인데 그마저도 고장이 나서 반이 밖으로 나와 있다. 작가는 거의 다 이렇다고 집 주인이 말한다. 그리고 나서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처남이 <리쯔청 李自成>을 쓴 유명한 작가인데 자꾸 돈을 빌려간다고 말했다. 


한 달간 방을 구하다 보니 마을에서 돌아다니던 개들도 나와 친하게 되었다. 나는 결국 이곳에서 방을 구했다. 낮에 샹산 주위는 시끄럽지만 밤이 되면 사람들은 시내로 돌아가 이곳은 삽시간에 조용해진다. 이곳이 저녁 8시는 마치 시내의 12시와 같다. 집집마다 대문을 잠그고 마을 거리의 가로등은 어둡고 마을은 황량하고 인적이 없다. 


내가 구한 집 앞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 한 눈으로 광활한 광경을 내다볼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푸른 산기슭이고 뒤는 산길이다. 집에는 작은 마당이 있다. 이사 온 날은 8월 15일이었다. 둥근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는 고요한 밤에 나는 마당에 앉아 늦게까지 담배를 피웠다.

 

예전에 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다하더라도 대부분 잊어버렸다. <심경(心经)>에서는 ‘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하고 집착하거나 마음에 두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들의 모든 꿈과 기대는 전부 탐욕이고, 근심 걱정에서 온 것이다.


산길을 많이 걷다 보니 주변의 풍경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이곳은 예전에 제왕, 장군들이 휴식하면서 마음을 치료하는 곳이고 재인과 가인이 데이트 하는 곳이며 또한 중화민국 시기 고아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건물들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안에는 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산 그 자체의 문화는 어느새 사라졌고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곳을 공원으로 알고 있다. 


샹산공원은 계절성 공원이다. 가을철이 되면 연일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샹산을 찾는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샹산의 홍엽을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오후 뒷산에서 출발하여 샹산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얼마 걷지 않아 시끄럽게 떠들면서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샹산에 가서 홍엽을 보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여름에는 샹산에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어느 날 샹산을 비웃던 친구와 함께 산에 올라 차 한 잔을 하게 되었다. 찻집은 젠신자이(见心斋)에 위치하여 있다. 왕녕에 챈룽(乾隆)은 자주 이곳에서 대신들을 훈계하였다.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차향이 가득하며 산에는 푸른빛이 촉촉하게 물들었다. 친구는 감탄하며 “고요함은 산이 갖고 있어야 할 품격이다. 샹산(香山)에도 좋은 시간이 있구나.”


산을 자주 올랐다. 처음에 산에 오르는 이유는 높이 올라서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샹루펑(香炉峰)에서 베이징의 모든 것들을 내려다본다. 그 후 산에 오르는 목적은 산꼭대기의 평상에서 수박을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박을 파는 주인아저씨는 수박을 기가 막히게 고른다. 고르는 것마다 달고 맛있다.

 

올라가는 길에 힘이 바닥날라치면 수박 먹을 생각을 한다. 그러면 단번에 힘이 솟구쳐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나중에는 차를 마시러 산에 오른다. 산중턱에 올라가서 여유롭게 반나절 앉아 차를 마신다. 친구는 웃으면서 나보고 인생의 세 가지 경지에 올랐다고 말했다. 


산을 오르면서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대개는 무리지어 등산하는 여행객들이다. 등산 장비를 필요이상으로 갖추고 올라오는 등산객도 있고, 나는 듯이 가볍고 빠르게 걷는 어르신도 있으며, 힐을 싣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있다. 종종 큰 목소리로 거리에서 기예를 파는 사나이도 볼 수 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반나절에 몇 백 위안의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누구 하나 가수가 될 사람은 없어 보였다. 이곳은 그들의 꿈이 시작되는 곳이다. 하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많더라도 그들을 발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들을 위한 무대도 없을 것이다.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어두움 속에서 카펫에 있는 옷을 정리하고, 가져온 책을 가방에 넣고, 산에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신을 갈아 신으면서 갑자기 이곳의 고요함에 빠져 신발 끈을 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굉음과 떠들썩한 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지금 이곳의 고요함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언뜻 샹산에서 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인기척이 없는 산속의 빈집은 마치 길고도 밝은 전생과 같았다. 지금 또 다시 그때와 같이 무한한 황혼 무렵에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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