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
교실배치도 크게 바꿨다. 한자로 ‘求实、奋进、博学、谦虚(내실을 쌓자, 분발하자, 널리 배우자, 겸손하자)’ 라는 표어를 써 붙였다. 시간표 역시 중국 중학교 방식으로 짰다. 아침 7:00시 등교, 7:30 자습시작, 11:45 수업 끝, 점심식사 후 2시간 휴식, 2시간 자습, 8시 하교. 아이들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들었고 교사마다 3교시 이상의 수업이 배정되었다. “매일 BBC기자 인터뷰까지 있었죠.” 리아이윈이 말했다.
한 반 학생이 20~30명밖에 되지 않고 어릴 때부터 ‘타고난 기질을 존중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가르치며’, 오후 3시면 하교하던 영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처음부터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첫 날 저녁 7시가 조금 넘자 교실은 잠 자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리아이윈이 있는 난징외국어학교 역시 소규모 반 수업을 시작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그녀는 영국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촬영 팀에게 중국 중학교는 이렇지 않다며 자신이 있던 난징외국어학교는 학생들이 4시면 하교 하는데 ”영국은 늦게까지 자습시키는 것을 중국 전통수업방식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이들은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전통’ 중국식 교육밖에 받지 못한 것이라 말했다.
BBC의 화면에는 이렇게 상상 중의 ‘대치’ 모습도 여러 번 나타났다. 1, 2회에는 학생들과 교사의 갈등이 나타났다. 소란을 피우고, 벽을 보고 서있는 벌을 받고, 교실 밖으로 쫓겨나는 장면이 많았다.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반항이 화해할 수 없는 충돌국면을 이뤘다.
수업 첫째 주. 소피와 루카스가 중국식 수업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했다. 양쥔이 수업을 시작하기전 학생들을 일으켜 세웠는데 소피가 대놓고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양쥔이 “친구들의 시간을 낭비하면 안되죠.”라며 떠드는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는데 루카스는 짝과 B-box를 했다.
몇 번을 말려도 안되자 양쥔은 매우 화가 나서 중국교사들이 잘 쓰는 ‘비교법’을 사용해 영국학생을 타일렀다. “이게 바로 너희가 중국학생들보다 많이 못 배우는 이유야. 너희 때문에 선생님의 진도가 느려지잖니.” 이 말에 화가 난 소피는 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반항했다. 소피는 “반 친구들 전체를 모욕하다니, 너무 하잖아!”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힘겨루기는 소피가 교실 입구에서 서있는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양쥔은 이러한 상황에 익숙하다. 10년전 처음 영국교실에 들어가면서도 이런 부끄러운 경험을 했다. 당시 그녀는 영국교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학생이 문을 쾅 닫고 나가도 ‘깨어 있는’ 선생님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유머러스 하게 맞서는 법을 배우려 하면 가끔 자조감과 자멸감이 들었다. 학부모상담 역시 전화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먼저 학년부장에게 보고를 하고 학년부장, 교사, 학생이 앉아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야 학부모에게 연락 할 수 있었다. “새로 온 선생님들은 모두 이런 고생의 과정을 견뎌야 해요. 이 나라의 습관이 이러니까요.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는 것은 신뢰와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시련의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나 이번에 또 한번 ‘모욕’을 당했을 때 양쥔은 10년 전과 다르게 대응했다. 그녀는 교사의 권위로 학생에게 명령할 수 있고 학부모를 직접 학교로 모셔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게 되었다.
중국에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나쁜 학생’의 꼬리표로 말을 듣지 않으면 교사에게 꾸중을 듣거나 벌을 서거나 교탁 옆이나 제일 뒷줄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의 ’중국학교’에서는 교사의 권위 있는 대응은 소용이 없다.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개인이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집단적으로 반항하고 서로 두둔해 준다. 더구나 한달 후 그들이 원래의 학습환경으로 돌아가고 중국교사들도 없으면 누구에게 대들까?
학생기강이 가장 좋은 나라에서 온 다섯 명의 교사들은 처음 마주하는 혼란스런 기강에 속수무책이었다. 교무주임을 불러 해결한 적까지 있다.
기강 외에도 학생들이 지식, 특히 수학을 받아들이는 속도 역시 교사들의 예상 밖이었다. 중국의 수학 학습속도에 따라 조우하이롄은 진도를 마치는 데 1주일이 걸리는 삼각함수를 ‘하마터면’ 15분만에 끝내고 넘어갈뻔했다. 조우하이롄이 있는 케임브리지반 학생들의 경우 절대다수가 시험에서는 A나 A+을 맞는다.
이에 반해 보헌트반에서는 방과 후에 수학을 낙제한 학생들에게 과외까지 해야 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루카스처럼 이 과외수업까지도 일부러 결석하고 참석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멀리 중국에서 여러분이랑 중국식으로 공부하러 왔는데 여러분은 선생님을 실망시키는군요.”라고 말했다.
가혹한 수업환경에서 학생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루카스는 BBC기자에게 “보헌트의 생활과 많이 다르지만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8학년 농구경기 보러 가고 싶어요. 농구경기를 보고 있으면 보헌트 중학교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거든요. 중국식학교에 참여하면서 원래의 학교생활이 너무 그리워요.” 라고 말했다.
상호작용이 많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영국식교육에 비해 중국식 교육은 단조롭다.보헌트 교무주임 본(Vaughan)은 양쥔의 과학수업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평가했다. “어릴 때 목요일 오후수업을 듣는 것처럼 지겨워 죽겠는데 책상에 엎드리지도 못하고 억지로 앉아 있는 거에요. 귓가에는 계속 윙윙 소리도 나죠.” 상호작용 없이 교사 혼자 아무 감정도 넣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PPT 설명을 들으면서 그는 자신과 학생 모두 공부의 흥미를 유발할 수 없다고 느꼈다.
이 문제는 양쥔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녀는 20명의 소규모학급에서 어떻게 조를 나누어 실험수업을 진행하는지는 알지만 학생이 50명으로 늘어나 상황이 허락되지 않았다. 교실 중앙을 실험실 삼아 학생 50명이 몇 바퀴를 둘러서서 참관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으나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판서를 옮겨 적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수업 후에 많은 시간을 들여 필기의 내용을 소화해야 하는데 일부 학생들은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금새 포기해버린다. 이는 전통적인 중국식학교가 학생들이 학교에 오래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자제력이 부족한 학생은 교사의 감독 하에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학생도 포기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학부모 역시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사회에서 교육은 전국민적으로 이뤄지며 학부모가 교사의 지도에 협조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다. 한번은 조우하이롄의 학생이 규칙을 어기고 학교에 차주전자를 가져왔다. 조우하이롄은 아이의 부모님을 학교로 모셨다. 아이를 통제하는 데 협조를 구하고 아이에게 약간의 겁을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우하이롄은 입을 열기도 전에 도리어 책망부터 한바탕 들어야 했다. “아이가 열 두 시간 동안 따뜻한 물을 못 마신다고 차주전자를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라 생각한다 더군요.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일러두었는데도 가져간 거에요. 우리 애의 본성이 그런 걸요.” 부모의 말에 조우하이롄은 난처한 웃음과 함께 맞장구 칠 수밖에 없었다.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
- 경제
- 사회
-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