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겨냥한 총알

편집부 news@inewschina.co.kr | 2015-03-26 11: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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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반대파 시위 이틀 전인 2월 27일 밤 러시아 반대당대표 겸 전 부총리 보리스〮넴초프 전 부총리가 크렘린궁 부근에서 저격 당해 사망하였다.


3월 1일 예정대로 진행된 반대파 시위는 넴초프의 애도집회로 변해버렸다. 모스크바의 시위참가자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영웅은 죽지 않는다. 그는 우리 모두를 쏜 것이다.” 라는 표어를 들었다. 모스크바 경찰에 따르면 당일 시위 참여인원은 2만 명을 넘어섰다. 


암살이 빈번한 러시아에서 이번에 살해당한 넴초프는 지난 10년간의 피살자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우연인지 극적인 효과를 위한 연출인지 넴초프의 시신이 축축한 아스팔트 도로에 놓여져 있는 사진을 통해 넴초프 사망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 속의 넴초프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어 있었다. 


러시아정부 대변인은 범인이 달리는 백색 포드 자동차에서 총을 연이어 발사했으며 넴초프가 그 중 네 발을 맞았다고 밝혔다. 사건지점에서 크렘린궁까지의 거리는 겨우 150미터. 사건 당시 범인과 함께 있던 여성은 1991년생 우크라이나 모델 안나 두리츠카야로 범인의 아이를 낙태까지 한 내연녀이다.
현재 차량번호판은 확인 되었으나 용의자의 신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러시아 군경용 권총 마카로프이나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 6개는 모두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밝혀져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넴초프는 이전부터 자신의 신변안전을 우려해 올해 2월 10일 뉴스 웹사이트 Sobesednik 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께서 ‘언제까지 푸틴을 비판할거니? 그러다 푸틴 손에 죽을라!’ 라는 말씀을 항상 하셔요. 정말 두려웠다면 반대당의 지도자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고 밝혔다. 


넴초프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옐친의 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러시아 부총리로 지내며 러시아 사유화 사업 설계자 아나토리 츄바이스 등 자유당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옐친의 내정후계자로 보고 있었다.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러시아가 국내채무상환능력을 상실하고 옐친 시대의 개혁가들이 몰락하면서 넴초프 역시 부총리 직을 사임하였다. 

 

푸틴시대에 들어 넴초프는 러시아 정부에 거침없는 직언과 비판을 제기하였다. 그는 시위집회를 주도하고 2011년과 2012년 푸틴 반대시위행진을 추진하여 여러 차례 체포되었으며 2011년 1월에는 15일 구금형을 살기도 하였다. 


최근 몇 개월간은 55세의 나이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전쟁에 개입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러시아가 작년 우크라이나동부 분립반란에 직접 참가한 것을 비판하는 보고는 원래 3월 1일 우크라이나전쟁을 반대하는 항의시위에서 발표할 계획이었다. 


반대파 일리야 야신은 넴초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 증거를 공개할 준비를 하고 있던 상황임을 생각할 때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암살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정부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반정부 무장세력에 대한 파병지원을 반대해 왔다. 


총격사건 발생 2시간 전 넴초프는 모스크바 라디오 Echoes 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시위에 참가할 것을 호소하였다.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장소에서 민감한 인물에 일어난 민감한 사건으로 푸틴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정치적인 암살은 추측일 뿐 많은 분석가들은 이번 총격사건으로 푸틴의 향후 행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러시아 관영매체들이 서양이 푸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넴초프와 함께 자유당 창당멤버인 또 다른 반대파 지도자 이리나 하카마다는 이러한 도발이 ‘푸틴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정세를 불안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푸틴대통령 역시 이번 잔인한 암살사선은 명백한 도발임을 강조하며 직접 사건을 지휘할 것을 밝혔다. 


한 매스컴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매년 발생하는 100여건의 유명인 암살사건으로 타지에서 객사하는 유명인, 예상 외 뜻밖의 죽음을 당한 기자, 익명으로 세상을 떠난 비밀요원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수사가 가능한 일부 사건 이외의 모든 사건은 미궁현안으로 남기 때문에 암살은 가장 쉽고 안전하게 정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발언의 기회를 가질 때 의견이 개진되고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넴초프의 죽음이 치정살인이든 정치적 암살이든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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