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촌(雪村)의 여름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5-07-30 09: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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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郭)여사와 남편,아들이 아침부터 딸기를 산 아래로 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촬영보도/순신] 궈(郭)여사는 해가 뜨기 전부터 허드렛일로 바쁘다.농촌 여성들은 집 안팎의 모든 일을 손수 해야 하므로 참을성 있고 꼼꼼해야 할 뿐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힘든 노동을 반복해야 한다. 

 

 궈여사 역시 마을의 다른 또래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에 아버지 또는 가족들을 따라 산둥(山东)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산둥사람이라 외지사람들은 이곳을 ‘산동촌(山东屯)’이라 부른다.


‘산동촌’은 지린(吉林)성 린장(临江)시 화신(花山)진에 속하며 행정상 명칭은 ‘전주먼(珍珠门)’이다. 겨울풍경이 한 폭의 수목화 같아 근래에 유명한 겨울여행지로 화재가 되고 있다. 외지에 알려진 ‘설촌(雪村)’이 바로 이곳이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설촌’의 또 다른 여름풍경을 모른다. 여름 새벽에는 산에 이슬이 많이 맺힌다. 궈여사는 장화를 신고 집에서 1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뒷산으로 가 먼저 온 궈씨와 아들과 함께 일을 한다.

 

“전 같으면 겨울에는 좀 쉴 수 있었는데 요즘은 관광명소가 되어서 1년 내내 일이 끝이 없어요. 여름에 집집마다 심는 ‘지과(地果)’는 지리적 환경 때문인지 맛있고 유명하죠. 우리집도 한 무(亩) 정도 하는데, 이제 익을 철이라 앞으로 6개월 또 바쁘게 생겼어요.”라고 궈씨가 말했다.


사실 ‘지과’는 주민들이 딸기를 부르는 이름이다. 소득이 괜찮은 편이라 집집마다 딸기농사를 하고 있어 마을 주변의 산이 온통 딸기밭이다.‘설산’ 전주먼은 산속 깊은 곳에 있어 길이 험하고 가파르며 구불구불하다. 새로 포장한 시멘트길이 있지만 여름에 소형차 정도만 다닐 수 있어 딸기를 큰 산으로 팔려면 마을의 개인 승합차나 정차가 가능한 낡은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설촌’에서 바이산(白山)시 까지는 30여 킬로미터. 거리가 가까운 편이라 주민들은 보통 새벽 일찍 딸기를 따 아침 7시 전에 승합차를 타고 바이산으로 팔러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온다. 하루 왕복 교통비 30위안도 적지 않은 돈이기에 점심도 도시락을 싸 다닌다.

 

▲ 주민들이 도시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궈씨의 아들은 새 승합차를 한대 샀다. 식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이 시내로 딸기를 팔러 나갈 때 태워줄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아들이 바이산시에서 일하고 있어 아침에 궈씨 차를 끌고 시내에 갔다가 저녁에 함께 퇴근하기도 좋다. 궈씨에게는 가장 편리한 조건이다. 

 

승합차 보다 싼 가격에 시내로 나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낡은 기차이다. 기차에는 ‘설촌’ 주민들이 이야기와 정이 실려있다. “시간만 맞으면 기차를 타지. 느리긴 해도 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덜컹거리지도 않거든. 평소에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2~3명이 얘기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라고 리여사가 말했다.


기차표는 3위안. 송린(松岭)역에서 바이산시까지 1시간을 달려 오후 1시 45분에 역에 도착한다. 저녁에는 마을로 돌아가는 차가 없어 저녁6시 정도에 승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바이산시에 도착하자마자 가져 온 딸기를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 시내로 향하는 사람들마다 가능한 많은 딸기를 지고 간다. 많이 팔아서 가사에 보태고자 하는 바람이다. 


6, 7월이 되면 많은 주민들이 시내로 나와 딸기를 판다. 그날 아침에 딴 딸기가 신선하고 맛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기 때문에 일찍 가져간 딸기가 인기가 있다. 기차에서 승객이 딸기를 사기도 하고 열차 승무원까지 단골이 된다. 주민들이 기차역을 나설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딸기를 사기 위해 둘러싼다. 


기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딸기를 파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서른 갓 넘은 젊은 며느리도 있고 환갑을 넘긴 할머니도 있다. 그들은 3근 5근, 10근씩 딸기를 지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파는데, 사는 사람을 만나야 바구니를 내려놓고 한숨을 돌린다. 남자들은 대부분 외지로 일을 나가거나 집에서 더 힘든 일을 하기 때문에 딸기 파는 일은 여자들의 몫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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