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의 새로운 각본 (景區新劇本)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26-11-07 14:02:19

제1편: 신중식 테마파크: 복제된 광기에서 벗어나다 (新中式樂園: 走出被複製的狂歡)

[중국신문주간]취재기자: 멍첸(孟倩)  |  핵심 화두: 자본은 분기별 단기 수익을 요구하지만, 문화 IP는 10년의 장기 육성을 필요로 한다.

허난 카이펑 완쑤이산의 전통 타철화(쇳물 불꽃) 시연 (사진/피인터뷰자 제공)

한 무리의 관광객이 ‘위안표’를 손에 쥐고 도박장(賭坊) 세트장으로 몰려든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루 아래 모인 관람객들이 명문가 규수가 발코니에서 던지는 비단 공을 받기 위해 고개를 빼들고 기다린다. 익살스러운 중매쟁이(媒婆)에게 붙잡혀 강제로 ‘하늘이 점지한 가상 부부’가 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당송(唐宋) 시대 문인 분장을 한 인물과 즉석에서 시를 읊다 막히면 벌주를 들이켜는 관광객도 있다. 배우들이 관람객 사이를 누비는 몰입형 행진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뒤를 쫓는다. 이 표준화된 코스는 현재 중국 전역의 관광지에 그대로 복제되고 있다.

이는 카이펑(開封) 완쑤이산 대송무협성, 탕산(唐山) 허터우라오제에서 린이(臨沂) 랑야고성, 상라오(上饒) 왕셴구(望仙谷)에 이르기까지 전국 최정상급 명소가 일제히 따르고 있는 2026년 신중식 테마파크의 전형적인 흥행 공식이다. 이들의 공식은 명확하다: ‘고대 건축 양식의 테마 구역 + 고풍 복식 NPC 실시간 소통 + 쉼 없이 이어지는 공연’의 결합이다.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둔 관광지 마케팅은 일종의 ‘감정 자극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산시(山西) 진청(晉城)의 스투샤오전(司徒小鎮)은 3,000만 위안(한화 약 5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NPC 100명을 공개 채용하며 최고 1,000만 위안(약 19억 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연봉을 내걸었고, 공고 직후 7,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2026년 신중식 관광지의 개발 열풍은 ‘토착 문화 IP와 감성 소비 주도형’ 궤도로 전면 전환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신규 조성 및 확장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투자 규모도 치솟고 있으나, 열기 이면에 자리한 운영 역량과 콘텐츠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1. 단 한 명의 스타 인물이 관광지 전체를 살리다

허난 뤄양 청명상하원의 비단 공 던지기 현장 (사진/시각중국)
허베이 탕산 허터우라오제 ‘이백’과 ‘두보’의 관광객 소통 현장 (사진/시각중국)

지난해 국경절 연휴, 대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 왕하오난(王浩楠)은 단순 관광객으로 탕산 허터우라오제를 처음 방문했다. 당시 허터우라오제는 NPC 배우가 거의 없었고, 공연은 외부 외주 공연단의 기성 프로그램 위주여서 대다수 방문객은 무대를 구경만 할 뿐 상호작용은 미미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뒤, 그가 ‘이백(李白)’ 복장을 입고 무대에 직접 올랐을 때 현장의 변화는 본인조차 놀라게 했다. 과거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와 동북 지역에 국한되던 방문객이 광둥, 상하이, 장쑤 등 남방 지역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으로까지 대폭 확장된 것이다. 2026년 국경절 연휴 동안 탕산 허터우라오제·대당백희원은 누적 85만 명, 일평균 12만 1,400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급증했다.

허터우라오제 운영사인 카이거얼(凱歌兒) 그룹 쉬샤오원(徐小文) 총재는 남방 관광객의 유입이 두드러진 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남방 관광객 다수는 숏폼 플랫폼 틱톡(더우인)에서 화제가 된 ‘이백’ 등의 영상을 접하고 배우의 팬이 되어 현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명의 스타급 NPC가 지리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 집객력을 형성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왕하오난의 인기는 2026년 춘절 심야에 업로드한 영상 한 편에서 시작되었다. 당초 기획사에서는 단순한 홍보 영상을 요구했으나 그는 고전 시를 현대인의 감정적 갈등과 연결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심야 자정에 별다른 설명 없이 올린 영상은 다음 날 아침 수백만 회의 조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관람객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어떡하죠?”, “아무도 저를 사랑해주지 않아요”라고 물으면, 그는 적절한 고시(古詩) 한 구절을 건네며 위로와 해답을 제시했다. 이른바 ‘시를 통한 고민 상담(詩詞解憂法)’이 대중의 정서적 결핍을 정조준한 것이다.

카이펑 완쑤이산 무협성의 ‘왕포설매(왕 할멈의 중매)’ 현장 (사진/시각중국)
창춘 동식물공원의 ‘설병후(손오공)’와 관광객 소통 (사진/신화사)

카이펑 완쑤이산 무협성의 ‘왕포설매(王婆說媒, 왕 할멈의 중매)’를 연기한 자오메이(趙梅) 역시 유사한 원조 모델이다. 평범한 사회자였던 그녀는 관객과의 소통 중 청년들의 현실적인 연애·결혼 고민을 포착해 스스로 ‘대모(乾娘)’를 자처하며 유쾌한 즉석 매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2024년 봄 SNS를 장악하자 완쑤이산의 입장권 판매량은 무려 23배 폭증했다.

완쑤이산 왕쉐잉(王雪瑩) 마케팅 총괄은 3년 전 불과 100~200명에 불과했던 사내 NPC 연기자가 현재 1,500명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매일 2,000회 이상의 소통 세션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위안표를 얻고 기념품으로 교환하며 체류 시간을 평균 8시간 이상으로 연장했다. 그 결과 2026년 상반기 종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9억 4,000만 위안을 달성했고, 이 중 부대 소비(2차 소비) 비중이 37%(3억 5,000만 위안)를 넘어섰다. 지린성 창춘 동식물공원에서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손오공 역할의 연기자 왕톄주(王鐵柱, 일명 ‘설병후·눈과자 원숭이’)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연간 방문객 수를 7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끌어올렸다.

중산대학교 관광개발·기획연구센터 주임 바오지강(保繼剛)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30년 넘게 이어진 테마파크 문법이 숏폼 시대의 옷을 입고 재포장된 ‘새 부대에 담긴 헌 술’과 같다”고 분석했다. 1989년 선전 진슈중화(錦繡中華)와 1991년 중국민속문화촌 개장 당시 소수민족 문화를 시연하던 배우들이야말로 현대적 NPC의 시초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일반 관광지가 테마파크 방식으로 변모하는 ‘관광지의 테마파크화’ 과정으로 정의했다.

2. ‘다음 흥행작’을 노리는 베끼기 전쟁과 채용 열풍

중국 주요 관광지별 대표 NPC 및 틱톡(더우인) 팔로워 수 통계 인포그래픽 (출처: 공개 자료 종합)

‘이백’, ‘왕포’, ‘설병후’의 성공 방정식이 입증되자 전국 관광지는 너도나도 거액을 들여 NPC 영입에 뛰어들었다. 대표 사례인 산시성 진청 스투샤오전은 연간 220만 명의 방문객과 3억 5,0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주야간 격차 해소를 위해 ‘1,000만 위안 연봉’의 NPC 공고를 냈다. 야간 ‘타철화(打鐵花, 쇳물 불꽃 쇼)’ 외에 낮 시간대 즐길 거리가 없다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NPC)으로 공백을 메우려 한 것이다.

바오지강 교수는 “독보적인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자금성, 만리장성 등)은 NPC가 필요 없다”며 “자체 매력도가 부족한 관광지가 집객을 위해 선택하는 이벤트 마케팅이자 일종의 위험 투자(벤처 투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본으로 연기자를 고용할 수는 있어도 문화적 내러티브의 깊이까지 돈으로 살 수는 없다. 각지가 손오공, 이백, 월하노인 등 동일한 고전 인물만을 복제하며 심각한 획일화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테마파크연구원 린환제(林煥傑) 원장은 이를 “너도나도 완쑤이산을 흉내 내는 ‘떼거리 현상(一窩蜂)’”이라고 꼬집었다. 산둥, 톈진, 허베이 곳곳에서 ‘현지판 완쑤이산’을 표방하며 시장을 잠식하자 완쑤이산 자체도 위기감을 느끼고 차별화에 나서는 형국이다. 완쑤이산은 산둥 수박양산(水泊梁山) 풍경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시스템을 외부로 수출하기도 했다. 100회 이상의 일일 공연과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이식하자 수박양산의 방문객 연령대가 젊어지고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었으나, 완쑤이산 측은 무분별한 복제를 경계

3. 공유 IP의 한계와 고유 서사의 결핍해 추가적인 유사 외부 합작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완쑤이산 대송무협성의 대형 실경 마상 무예극 《삼타축가장(三打祝家莊)》 (사진/피인터뷰자 제공)

신중식 관광지가 소비하는 문화 자원은 대부분 저작권이 소멸된 ‘공공 문화 IP’(서유기, 수호전, 당대 시인 등)에 의존하고 있다.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원이기에 진입 장벽이 극히 낮다. 1980년대 드라마 《서유기》 방영 이후 전국에 400여 개가 넘는 ‘서유기궁’이 건립되었다가 대부분 폐업했던 역사가 오늘날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허터우라오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나라 문화라는 거시 서사 위에 당태종 이세민이 둔전 중 조비(曹妃)를 만나 ‘조비전(曹妃甸)’이라 명명하고 도시 이름에 ‘당(唐)’을 하사했다는 지역 고유 설화를 결합했다. 1만여 개의 홍등으로 시각적 통일성을 부여하고, 거리 공연과 상업 서비스를 정교하게 설계해 ‘문화적 껍데기’ 이상의 내실을 다졌다.

반면 상당수 후발 관광지는 단순 모방에 그치고 있다. 허난성 민건 문화예술위원회 자오젠커(趙建克) 부주임은 “지역 고유의 특색과 전통문화의 내포를 융합하지 못한 채 표피적인 캐릭터 흉내에 머물고 있으며, 완전한 소비 체인을 구축하지 못해 비용과 수익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 자본은 분기별 이익을 원하지만, IP는 10년의 인내가 필요하다

허터우라오제의 공중 와이어 퍼포먼스 ‘천녀산화(天女散花)’ (사진/시각중국)

‘이백’을 연기하는 왕하오난은 음악 전공자로, 처음에는 초등학교 수준의 시 몇 편만 외우고 무대에 섰다가 관객이 《협객행(俠客行)》을 읊자 얼굴을 붉히며 위기를 넘겨야 했다. 그날 밤 그는 서재에서 고시를 치열하게 암기했고, 인물의 생애와 고뇌를 깊이 파고든 끝에 캐릭터와 하나가 되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기념사진 한 장이 아니라, 시대를 넘나드는 진정성 있는 문화적 교감이었기 때문이다.

린환제 원장은 디즈니의 예를 들며 “70년 넘게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스토리와 자체 오리지널 IP, 치밀한 시장 조사에 있다”며 “국내 프로젝트 대다수는 주먹구구식 기획으로 짓고 나서 유행이 지나면 조용히 잊힌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는 냉정하다. 중국 전역에 등록된 리조트와 대형 테마파크는 700곳이 넘지만, 디즈니나 유니버설의 재방문율이 40~60%에 이르는 반면 토종 대형 테마파크의 재방문율은 20% 미만에 머문다. 디즈니는 200여 개, 유니버설은 100여 개의 자체 오리지널 IP를 체계적으로 순환시키지만, 국내 테마파크는 공공 IP의 단기적 소비에 안주하고 있다.

허터우라오제는 10명의 시인 캐릭터를 발굴할 때에도 배역을 정해두고 배우를 뽑는 것이 아니라, 배우 본인의 성품과 재능이 당대 인물과 부합할 때 비로소 배역을 배정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배역을 기계적인 연극 부속품으로 취급하지 않기 위함이다.

자본은 당장 다음 분기의 투자 회수를 재촉하지만, 생명력을 가진 IP는 10년 이상의 축적을 거쳐야 완성된다. 국내 프로젝트들은 종종 건물을 다 짓고 나서 당나라 시를 인테리어 자재처럼 덧바르는 우를 범한다. 반면 성공적인 테마파크는 철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먼저 구축한 뒤 현장에 구현한다. 단기적 유행과 숏폼의 화제성은 금세 소멸하지만, 관람객이 몇 년이고 다시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인물과 세계관이야말로 경쟁자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절대적인 해자(垓字)가 된다.

[번역 편집:중국신문주간한국어판 편집부]허베이 탕산 허터우라오제 ‘이백’과 ‘두보’의 관광객 소통 현장 (사진/시각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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